독사는 허물을 벗어도 독사다 : 아무리 변색을 하여도 본색은 변하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오늘도 읽으러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인사드리며,
시작합니다
"감찰관!" 제이 님과 함께 돌아와보니, 여기도 웅성웅성거리고 있었다. 이 분위기를 보아하니 방해전파가 사라진 게 확실해 보였다. "지금 방해전파가....!" "자온 씨도 확인하셨군요! 네, 지금까지 퍼져있던 방해전파가 모두 사라졌어요!" "갑자기 방해전파가 사라질리는 없고.... 미하엘이 일부러 거둔 건가?" "그런 것 같아요. 적이 의도적으로 방해전파를 거둬들인 걸로 보이는게 지금, 도심의 멀티비전이 기동을 시작했어요! 화면에는 곧 유니온 총장에 의한 공식성명 발표가 예고된 상태고요!" 저 멀리 여기저기 비치된 멀티비전들을 보자, 감찰관 말대로 곧 방송이 시작된다고 반복되는 문구가 흐릿하게 보였다. 미하엘.... 뭘 하려고 그러는 거지? "여러분! 이 길로 도심에 나가서 멀티비전을 확인해 주세요! 총장이 어떤 성명을 발표하는 건지 직접 확인해 보시는 거예요!" 좋지 않은 예감을 품은 채 검은양 팀, 늑대개 팀, 사냥터지기 팀, 그리고 우리 시궁쥐 팀은 각 팀끼리 모여 여기저기 비치된 멀티비전으로 각자 확인하러 나섰다. ****** "유니온 총장..... 신서울지부의 적이라고 했던가?" "정작 우리는 본 적도 없지만요. 듣기로는 어마어마한 악당이라던데...." "하지만 세간에는 청렴한 정치가로 알려져 있어요. 제가 살던 프랑스도 그랬지만, 특히 독일 쪽에선 인기가 좋았죠." "이미지야 쉽게 만들 수 있지. 악당이 아닌 사람이, 인질 잡고 살인교사 시키진 않잖아?" 모두가 미하엘에 대해 말하자, 나는 가시가 뾰족뾰족하게 돋은 말투로 투덜거렸다. 나는 본 게 있으니까. 형님의 기억에서, 방해되는 정적들을 죽이라고 직접 명령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하니까. "그런 사람이 지금 TV에서 나온다는 거지?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하겠다고...." "모르겠군. 이제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구린 냄새가 진동하는데.... 어디 한 번 가서 들어나 보자고요." "들으나 마나 거짓부렁이겠지만.... 들어는 봐야겠지. 그전에..... 저놈들 먼저 처리하고." 끼긱. 끼끼기기기----- 주위를 힐끗 보니, 여기저기서 플라이 타입들이 우리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쉽게 가는 길이 없지만.... 언제는 안 그랬나. 차킹! 후우우우웅----- 현재 유일하게 구현 가능한, 담긴 특성이라곤 부서지지 않는 특성만 남아버린 창을 구현해 몇 바퀴 빙그르 돌리다가, ".....방해말고, 비켜. 차원종 자식들아." 슈우우우우-----!! 바로잡고서 가속을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이익읽!? 가속을 실어 휘두른 창이, 일순 번뜩이면서 순식간에 플라이 타입들을 베어가르며 섬멸했다. 센텀시티에 도착하고서 하루가 더 지난 지금의 자온은 사라진 시간 속에서 지나의 제자였던 [태양]의 경험이 대부분 녹아든 상태였다. [태양]의 경험은 가속을 플라이 타입들의 상위 차원종이였던 무스카조차 쉽사리 따라잡지 못 할 정도로 속도에 다다르게 하였고, 창술 또한 예리함과 정밀함을 몇 단계는 성장시킨 상태였다.
거기에 외부차원에서 플라입 타입들을 제압해 보았던 경험까지 하나로 모이자, 그것은 플라이 타입들을 순식간에 섬멸할 수 있는 힘으로 바뀌며 시궁쥐 팀을 포위하고 있었던 차원종들이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모조리 섬멸시켜 버렸다. ****** "......처리 끝." 우리 팀이 확인하러 온 멀티비전 인근 차원종들까지 섬멸을 마친 나는 창을 휙 휘두르며 묻은 체액을 털어내면서 모두에게 총총거리면서 돌아왔다. ".....자온 씨, 잠깐 못 본 사이에 더 빨라지신 거 같은데요?" "응. 자온, 더 빨라진 거 같아." 모두가 나를 보는 눈빛이 어째 뭐야 저거 무서워 .... 같은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음...... 뭐..... 내가 뚫어온 길을 보니까 납득이 가긴 하네. 지나온 길을 쓱--보니, 옛날 인형마냥 머리랑 몸통이랑 깔끔하게 분리된 차원종 사체가 여기저기 즐비해 있었다. 좀 보기 그렇긴 하네.... "이전보다 더 빨라지기도 했지만, 움직임이 훨씬 더 정밀해졌군." "이 정도면 궁수 말고 창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야, 지금 창 쓰고 있다고 해도 나 궁수거든?" 뭐, [태양]은 창사 겸 기수로 유명하긴 했지만야 그래도 나는 아직 활이 좀 더 익숙한데..... 하아. 활 언제 수리되려나. 깊게 한숨을 내쉬며 지그시 창을 바라보았다. 영감은 창 하나만 수리해주고서 그후로 여전히 연락이 없는 상태였다. 활, 아니. 능력이 하나라도 제대로 돌아오면 전력이 꽤 많이 상향될텐데...... 아쉬운 마음에 애꿎은 창만 빙글빙글 돌려댔다. "모두, 이제 집중해야겠다. 곧 시작한다고 뜨는군." 김철수 말을 듣고 우리가 화면을 바라보자, 치직..... 치지지직...... [흠..... 연결된 건가? 지금부터 말하면 된다고?] 이내 멀티비전에서 유니온의 총장..... 미하엘 폰 키스크의 얼굴이 떠올랐다. 화면 너머이긴 하지만 얼굴을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동시 번역기도 작동하고 있고.... 좋아. 그러면 시작하도록 하지.] [전세계의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가? 국제 차원재난 대응기구, 유니온의 총장 미하엘 폰 키스크입니다. 간만에 얼굴을 비추는군요. 저번 UN총회 때 참석한 이후 처음인가요?] 미하엘은 인자해보이는 얼굴로 편안하게 발언하기 시작했다. 형님 기억에서도 보긴 했지만 외국인인데도 쓸데없이 한국말 유창하게도 잘 하네. 하지만 번역기가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 판국에..... "일부러 한국말로 하고 있다는 건, 우리보고 똑똑히 들으라는 뜻인가....?" "그럴지도 모르겠군." 내가 무심결에 중얼거리자, 김철수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보다 자주 찾아 뵈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 사이에..... 많은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던 지라 말이죠.] [불미스러운 일..... 그래요. 아마 여러분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유니온 전 신서울지부장이었던 데이비드 리. 그가 연설을 통해 고발했던 유니온의 각종 비리들을 말이죠.] [불법적인 자금 유통. 인륭르 저버린 생체 실험. 위상력을 악용하는 클로저들과 이를 방치하는 관리요원들.... 저는 총장으로서 그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몇몇 동지들과 함께 조사를 시작했죠.] [저희 말고는 아무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유니온의 간부도, 클로저도..... 심지어는 조사를 일임해야 할 감찰국도 말이죠. 데이비드의 고발이 사실이라면, 흑막들의 손이 어디까지 닿아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습니다. 조사에 착수하고 나서 저희는 수차례에 걸쳐 목숨을 위협받았죠.] [암살자들은 평소 제가 믿고 의지해온 클로저들이었습니다. 배신감보다도, 인류의 수호자들이 타락한 모습에 가슴이 아프더군요. 저희는 참담한 심정으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살아서 이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리하여 간신히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죠.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반격의 기회를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후후.... 기뻐해주십시오, 시민 여러분. 적들의 수뇌부를 체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저와 제 동지들의 승리요, 아직 정의가 살아있다는 증거일지니..... 자, 거두절미하고 보시죠! 인류를 좀먹어온 유니온의 병폐들을!] 화면이 잠시 치직거리더니, 정신을 잃은 사람들이 수갑을 찬 채 감금되어 있는 모습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감옥엔, 몇몇 익숙한 얼굴들도 비쳤다. "저 사람은....!" "김유정 임시지부장이군....!" 분명 캐롤리엘 씨가 독일에서부터 정성스레 간호하고 있던 김유정 임시지부장이였다. [보이십니까? 김유정 유니온 신서울 임시지부장. 모든 부패와 음모의 온상에 그녀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과거 데이비드 리의 직속 부하였으며, 그의 반역을 제압한다는 명목하에 그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올랐죠. 이를 통해 그녀는 막강한 부와 권력을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시행했던 것이 클로저 3개 팀의 독점 운영이었죠.] [원래부터 데리고 있던 검은양 팀뿜만 아니라.... 벌처스의 처리부대였던 늑대개 팀, 제 휘하에서 빼간 사냥터지기 팀까지.... 그렇게 세력을 모은 그녀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뭐였을까요? 바로 그녀를 수상쩍게 여기는 정적들의 제거였습니다.] [거기에 총장이었던 저, 미하엘 폰 키스크가 포함된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었죠. 특히 그 충견으로 활동했던 것은, 앞서 말한 늑대개 팀의 대장이었습니다.] 다음으로 화면에 비친 사람은 얼굴의 화상같은 커다란 흉터가 있는 건장한 남성이었다. [통칭 트레이너. 수십 건의 요인 암살 및 차원종과 내통한 전적이 있는 테러리스트입니다. 그런 그를 따르는 늑대개 팀도, 말만 클로저들이지 실상은 범죄자 집단이죠. 살인자에 차원종, 도둑에 암살자, 무기 상인까지.... 정말 무슨 의도로 그들을 거둬들였는지가 뻔히 보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 다음에 소개될 이들의 죄질은 더 심각합니다.] 다음으로 비친 사람 중 하나는 과학자, 혹은 의사처럼 보이는 흰 가운을 입은 남성이였고, 그 옆에 있는 여성은.....! "캐롤리엘.....!" 분명 쓰레기섬에서부터 미래와 김철수를 도와 섬 주민들을 도와주었던, 그리고 우리 의료지원을 도와주셨던 캐롤리엘 씨였다. [유니온 독일지부의 관리요원 김재리. 유니온 신서울지부의 의료요원 캐롤리엘. 둘 다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연구자들이죠. 전자는 분자 생물학과 유전 공학에서, 후자는 임상 생물학과 인체 생리학에서.] [하지만 이 선량하고 무해한 얼굴들에 속으셔선 안 됩니다. 이들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매드 사이언티스트니까요. 차원종의 합성과 배양 실험, 위상력 강화 시술과 위상능력자의 클론 제작.... 하나같이 끔찍한 범죄들입니다. 인간이라면 절대 손 대서는 안 될 죄악이죠.] [그런데 더 끔찍한 것은, 이를 무기화시켜 돈벌이로 삼은 이들까지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비친 사람은 사무직같은 파란 요원복을 입은 여성과 그 옆은 가끔 기남아재가 기기 점검할 때 쓰는 확대경을 안경에 부착한 젊은 남성...... 어라? 저 얼굴은.....? "루시, 방금 그 남자.... 미숙 누님 약혼자 아니야?" "맞아요! 저만 잘못 본 게 아니였군요!" 분명 남포동에 있을 때 미숙 누님이 자랑한다고 보여줬던 사진 속 오빠야.... 아니, 약혼자인 김도윤이였다. [사냥터지기 팀의 오퍼레이터 앨리스 와이즈맨과, 벌처스의 무기 중개상 김도윤. 이들은 각각 담당했던 클로저들을 실험 대상으로 제공했고, 그 결과들을 테러리스트 단체에 팔아 거금을 챙여왔습니다. 특히 위상능력자의 클론에서 적출한 뇌, 이를 집어넣은 신식 전투용 안드로이드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고 하더군요.] [믿겨지십니까? 참담하게도 현실입니다. 이를 뒤받침할 증거도, 증인들도 모두 다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여기에 결정타로 위상능력자의 클론 제작은, 차원종 측과 기술 교류 없이는 불가능한 연구라고 하더군요.] [정말이지.... 화가 나지 않습니까? 이건 명백한, 인류에 대한 반역 행위입니다!] [이미 유니온의 상층부 또한 인정했습니다. 저희가 제출한 증거들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는 것을요. 이에 저는 유니온의 총 책임자로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UN과 유니온의 상호 조약에 의거해서, 이 반역도들에게 전시 반역죄를 적용하기로요.] "하아? 반역죄?" "저 노인네가 뭐라고 하는 거야?!" 우리가 뭐라고 하던, 화면 너머의 미하엘은 성명을 계속 이어갔다. [부디 가혹하다 생각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들의 처형은 우리 인류가 결속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까요.] "저 노인네, 방금 뭐라 그랬어? 나만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아니. 분명, 처형이라고 말했어....!" [또한 아직 잡히지 않은 잔당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테죠. 동족을 배신하고, 차원종들과 결탁한 말로가 어더한지를 말이에요.] [자. 그러니 똑똑히 지켜보거라, 반역도들아. 일시는 내일 새벽 6시. 장소는 부산 수영동 방면에 있는 광안대교다. 그곳에서 이들의 처형식을 집행하겠다. 너희가 진정 이들의 동료라면 어디 막으러 와 보도록.] [물론 그 정도의 용기가, 너희에게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 치지지지직------- 멀티비전의 화면이 일그러지면서 이내 신호 없음 표시가 띄워졌다. "과연. 이러기 위한 전파 방해였나.... 치밀하게 함정을 파뒀군." 김철수 말대로였다. 전파 방해를 실시간으로 당하고 있는 우리는 그 어디에도 해명할 길 하나 없으니까. "나는 저 총장이란 남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 하지만.... 캐롤리엘은 위험을 무릅쓰고 섬의 아이들을 도와준 은인이다." "응. 그런 캐롤리엘이 악당일 리 없어. 저 남자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거짓말 맞아. 화면 너머라 정확하진 않았지만... 거짓말 할 때 보이는 특유의 기색이 계속 보이더라고." 화면 너머라서 집중해서 봐야하긴 했지만, 간파의 능력으로 본 미하엘의 기색은 거짓을 말할 때 보이는 뒤틀린 흐름이 계속해서 보였었다. "딱 하나, 사실 말하는 거는 있더라." "그게 뭔데?" "처형하겠다는 거." 내 대답에 우리 일대에 일순 침묵이 휩싸였다. 사실을 말하고 나니까..... 형님이 알던 것보다 뱀같이 간사하고 무서운 노인네인게 피부로 느껴져왔다. "저 성명.... 사람들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너무 분명하게 느껴지네요. 무서운 사람이예요..." "그러게요. 그 와중에 말은 또 잘하네요, 저 아저씨. 전사한 지나 언니를 억지로 살려서 이용해 먹은 주제에." "....일단 돌아가자. 우리끼리 이래봤자 답 없으니까." "그러자. 다른 팀들이랑 머리를 맞대서 이야기 좀 해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우리는 분노로 들끓어가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거점으로 발길을 되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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