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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의 계승자 외전-늦겨울 마지막 눈이 내리는 날 작성일2025.02.05 조회654

작성자비해랑

1092008

달칵-----

씁쓸하면서도 부드럽게 향미를 주장하는 커피향을 즐기다가 한모금을 살짝 머금었다. 

"....응. 역시 여기 커피는 맛있단 말이지."

다시 커피를 한모금 입에 머금었다. 기분좋은 쌉쌀함과 부드러운 산미가 입 안에 머물다가 목 너머로 넘어갔고, 기분 좋은 향미 목 너머에서 올라오는 것이 느껴져 왔다. 비록 흐린 날씨지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보는 풍경은 제법 운치있어서 즐겁다.




후우우우우웅-------!!



.....이 차림으로 야외석만 아니였다면 말이다.

나무들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풍이 불어오 겨울에 목폴라니트 한장. 겉옷따윈 없었다. 거기에 가게 내부석이 다 차있어서 야외석. 흐렸던 날씨도 점차 시커먼 구름들로 꽉꽉 차들기 시작하며 우중충한 날씨로 변해가고 있었다......


"손님!! 스태프실이라도 괜찮으시면 안으로 모실게요!!!"

하도 바람이 강하게 불다보니 나를 염려하셨는지 나오신 점원 분이 목소리가 묻이지 않도록 큰소리로 권하셨다.

"괜찮아요! 그냥 있어도 돼요!"

나도 잘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대답해드렸다. 그러자 점원분은 다른 손님들이 다 가져갔다던 담요를 겨우 구해서 내게 주셨다. 고마워라.

....호록

담요를 무릎에 걸치고 커피를 한모금 다시 마셨다. 야외라 그런지 벌써 제법 마시기 좋게 식어있었다. 커피 나온지 아직 2분도 채 안 지났지만....

"크.....크흐흐흐......"

그러다 힐끗 보인 건물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봐버린 나는 헛웃음이 절로 나와버렸다. 왜 이 추운 날 야외석에서 남자 혼자 낄낄대고 있냐고 수근들 대는 것 같았다.

"나, 언제 들어갈 수 있는거지....?"

의도치 않게 숙소에 못 들어가고 있던 자온은, 글썽거리며 중얼거렸다



*****



조금 전, 팀원 대부분 개인적인 볼일이 있다고 나가고 루시와 자온, 그의 차원종 파트너인 뷜란트만 남은 시궁쥐 팀 숙소,

"자온 씨, 어디 가시게요?"

"아, 응. 하이드 씨가 좋은 원두 구하셨다고 나눠주신대서."

다른 팀들, 특히 늑대개 팀의 바이올렛과 그녀의 비서 하이드에게 차와 커피 등을 배우고 나서 그에 푹 빠져있던 자온은 밖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입고 나가시게요? 아직 추울텐데요."

나갈 준비를 하는 자온의 옷은 몸에 딱 붙는 검은 목폴라 니트와 청바지 뿐이였다.

"능력 덕에 이 정도 추윈 괜찮아. 그리고 어차피 금방 올거고."

"우리도 잠시 나갈거라 열쇠 챙겨서 가거라."

"챙겼어, 챙겼어. 다녀들 와~"

"아, 아가."

숙소를 나서려는데 갑자기 영감이 날 불러세우곤 내 상의를 톡톡 털어주기 시작했다.

"....됐다. 먼지가 좀 많이 붙어서 말이다. 다녀오거라."

"응, 고마워."

그렇게 밖으로 나와 약속 장소로 가는 도중, 갑자기 캔커피가 땡겨 편의점으로 급선회했다. 내려 먹는 커피도 맛있긴 하지만 캔커피도 그 맛이 있지.



딸랑~♪


"뭐야, 시궁쥐의 실쟁이잖아?"

편의점에 들어가자마자 시비 거는 말투의 목소리와 마주했다. 날 실쟁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한명 뿐이지.

"자온이라고 했을텐데요, 나타 씨. 그 두글자도 못외워서 실쟁이라고 부르는 거 아니죠?"

"이게! 썰리고 싶냐?"

이런 사람인지라 일부러 긁어서 되물었더니 나타 씨는 옛날 춤추는 선인장 인형마냥 바로 반응이 돌아왔다. 하피 씨가 왜 놀리는 재미가 있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네.

"그만해라, 나타."

그 옆에서 계산하고 있던 티나 씨가 나타 씨를 말리..... 아니, 무슨 아이스크림 장사하시나? 웬 아이스크림을 산처럼...... 편의점 직원분들이 신속하게 계산대 위의 아이스크림 산을 티나 씨의 냉장고에 넣고 있었다.

"나타가 시비를 걸어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티나 씨. 나타 씨가 원래 그런 분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어디가세요?"

"지원요청이 들어와서 가려던 차에 아이스크림을 보급하러 잠시 들렀다. 하이드가 약속 못 나가게 됐다고 따로 연락해야겠다고 했는데 못 받았나?"

"어, 그래요?"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티나 씨 말대로 하이드 씨에게 긴급 지원으로 못 가게 됐다는 메일이 와있었다. 보낸 시간이 딱 나오기 전이였네. 하이고, 확인 좀 하고 나올걸.
휴대폰을 닫고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꺼내...... 응?

".....카드 안 가지고 왔네."

주머니를 앞뒤로 뒤져봐도 카드가 없었다. 가지고 나온다고서 깜빡하고 안 가져온 모양이다. 이런데서 덜렁이 기질이......

"돈을 깜빡했나? 이거는 같이 계산해주지."

"아유, 죄송하게..... 감사합니다. 다음에 보답할게요."

"훗. 고맙게 받지."

"지원 잘 다녀오세요."

티나 씨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편의점을 나와 캔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숙소로 되돌아왔다.

"자, 열쇠, 열쇠~"

잠깐 숙소에 있다가 뭐라도 하러 나갈까 즐겁게 고민하면서 흥얼거리며 주머니를 뒤지는데,

".....어?"

이 주머니도, 저 주머니에서도 열쇠가 없었다. 뭐야, 어디 있어?!!
그러고 보면 편의점에서 주머니를 뒤질때도 아무것도 없던 것이 기억났다. 챙긴 거 같았는데 나 그냥 빈몸으로 나왔던 거야?!

"어쩔 수 없지. 루시나 영감한테 연락해봐야겠다."

나간지 얼마 안 된 두 사람에게 열쇠를 받고자 연락해 봤지만, 둘 다 뭘하고 있기라도 한지 연락을 받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다른 팀원들에게도 연락을 돌려봤지만, 이 사람들도 뭘 하는지 받지를 않았다.
졸지에 갈 곳을 잃은 나는 숙소 앞을 서성이다가..... 일단 다시 밖으로 나와 주변을 서성거렸다.

"뭐하지..... 다른 팀에 놀러라도 가볼까."

다른 팀에 놀러가려다가 번뜩 생각났다. 검은양 팀은.... 휴가 가셨지. 늑대개 팀은 임무 때문에 나가셨고. 사냥터지기 팀에도 오늘 놀러간다고 얼핏 기억이 났다. .....갑자기 외롭네?



띠링~


갑작스런 쓸쓸함을 곱씹는데 벨소리가 울려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하이드 씨네? 뭐지?

[임무가 길어질 것 같아 연락 남깁니다. --- 기억나십니까? 제가 드리려 했던 것이 그곳 원두이니 마스터께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방문하셔서 아가씨 이름으로 원하는 음료라도 한잔 드시고 챙겨 가십시오.]

뭐 붙여둔 카메라라도 있나? 뭐 마침 갈 곳 잃었던 차에 나이스지만. 나중에 따로 선물이라도 챙겨드려야겠다.

"여기 커피 맛있었는데 시간 떼우기 좋겠네."

바이올렛 씨와 하이드 씨의 소개로 여러번 방문한 적 있는 곳이라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딸랑~♪


"어서오세..... 아! 오랜만이시네요! 어서오세요!"

여러번 와서 그런지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점원이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셨다.

"오랜만이네요. 마스터는요?"

"마스터는 원두 로스팅 중이세요. 약속 잡으셨나요?"

"그건 아니고, 하이드 씨가 원두 챙겨가라고 얘기해 놓으셨다는데.... 근데, 오늘 사람이 좀 많네요?"

지금 방문한 카페는 복실하면서도 멋진 수염을 하신 마스터가 운영하는 가게인데, 디저트도 맛있지만 커피 향과 맛이 정말 좋은 곳이였다. 그런데도 나름 한산한 곳이였는데.....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내부가 북적북적 거렸다.

"아, 그게.... 며칠전에 마스터랑 즐겁게 이야기하고 간 손님이 있었는데..... 그 분이 커피 마니아로 굉장히 유명한 인플루언서였더라고요. 그 분이 저희 가게를 홍보하셔서 며칠째 손님이 급증한 상태예요. 그래서 마스터도 원두 보충하시려고 로스팅 들어가셨고요."

"그렇군요..."

사람들이 마스터의 커피 맛을 알아줘서 뿌듯한 마음도 들긴 했지만,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 맛집이였는데 다 알려져 버렸다는 아쉬운 마음도 조금 들긴 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현재 내부석이 다 차 있습니다. 지금 대기도 많은지라 좀 오래기다리셔야...."

확실히 평소엔 한산한 내부 대기석도 사람들이 북적북적대다 못해 옆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어떻할까 싶어서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는데,

"저기는요?"

야외 테라스석이 딱 눈에 띄였다. 꽤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테라스 였지만 겨울, 그것도 갑자기 더 추워진 늦추위 때문인지 테라스는 텅텅 비어있었다.

"물론 자리는 비었습니다. 하지만 히터를 바로 옆에 둬도 추우시다고 다시 들어오실 정도인데...."

"아, 그건 괜찮습니다."

 내성 능력. 뭐, 정확히는 적응 능력이지만 추위를 견딜 자신이 있던 나는 괜찮겠냐는 직원의 걱정에도 괜찮다고 하면서 음료를 골라 밖으로 나섰다.




******


그렇게 오기로 있던게...... 지금이다. 그나마 바람은 좀 잦아들긴 해서 좀 낫긴 한데.... 커피가 1초 지날때마다 아이스 커피로 변질되고 있었다. 아이스 커피 멈춰!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손님."

커피처럼 마음까지 추워지려는 와중에 중후한 미성에 고개를 돌리니, 눈 앞에 복실복실해 보이는 수염이 보였다.

"아, 마스터. 오랜만이예요."

"오랜만에 뵙는군요. 잘 지내셨나요?"

"저야 뭐, 늘 그랬듯이."

마스터와 근황을 나누려는데....

"근데.... 그건 뭔가요?"

마스터는 웬 박스와 봉투들을 들고 계셨다.

"일단, 이것부터 받으시죠."

마스터는 그 중에서 고급스러운 작은 케이스를 건네주셨다. 열어보니 테 없이 둥근 안경과 작은 쪽지가 들어있었는데, 뭔가 싶어 마스터를 봤지만, 마스터는 멋스럽게 쪽지를 가르키셨다. 어우, 그냥 동작인데 왜이리 멋스러워 보이시냐. 쪽지를 펼쳐 내용을 읽어보았다.



[오늘이 생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자온 씨.]

[하이드가 당신은 가까운 걸 볼 때 초점이 조금 어긋나서 눈을 찡그리는 습관이 있다고 하더군요. 일상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드립니다.]

[-늑대개팀 소속 바이올렛 드림-]


"....아. 오늘, 내 생일이였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깨닫곤 옅은 숨을 내쉬었다. 외부차원에서 10년.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 수 없는 기묘한 공간 속에서 살아남는 것과 훈련을 해왔던 나는 어느새 생일이라는 날에 무감각해져 있었는데.... 막상 편지와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어벙벙했다.

그나저나 하이드 씨, 대단한 걸 넘어서 좀 무서운데? 활을 잘 다루고자 멀리보는 훈련을 하다보니 약간 원시가 있는 걸 눈치채시다니.... 그 와중에 그에 맞는 선물을 보내주시다니, 두 사람에게 감사하다 못해 조금 빚 지는듯한 미안한 감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것도 받으시죠."

마스터는 남은 상자 하나와 커다란 봉투 하나를 더 주셨는데, 봉투를 뜯자 영감과 우리 팀원들의 이름이 적힌 편지들이 있었다. 그리고 상자에는.... 어디서 많이 본 재질의, 봅처럼 화사한 노란 빛깔의 머플러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건, 제 작은 마음입니다."

마스터가 가게에 신호를 건네자, 직원 한 분이 나와 따뜻한 새 커피와 작은 조각케이크 하나, 그리고 여러 원두들이 들은 봉투를 건네주셨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길."

다 전달하셨는지 마스터는 가볍게 인사를 하시곤 가게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천천히, 조심스레 머플러를 두르고, 선물받은 안경을 썼다. 겉옷이 없어 추워보이는 모습은 그제서야 조금 따스해보였고, 안경도 은근하게 나와 어울렸다.

봉투 속에 들은 편지들 중 하나를 조심스레 꺼내 읽어보기 시작했다.

1104559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잘못 봤나.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아 황급히 편지를 닫아버렸다가, 다시 조심스레 편지를 펼쳐보았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바퀴를 돌면.....]





잘못 본게 아니였다.행운의 편지 맙소사.....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다가 살며시 다시 편지를 펼쳐서 이어 읽기 시작했다.

[.....라고 쓰면 은하 아가가 너 고통받을 거라 하더구나. 고통받았느냐? 껄껄.]

"아주 잘 받았다, 이 영감아....."

내가 고통받을만한 걸 파악해서 추천한 은하나 그걸 또 채용한 영감이나....

[갑자기 숙소 열쇠 없어져서 놀라지 않았느냐? 그거 내가 한 거니 열쇠 걱정은 말거라.]

그거 범인 영감이였냐!? 먼지 묻었다고 정성스럽게 털어줄 사람..... 아니, 차원종이 아닌데 그런다 했더니! 아주 괴도 프롬퀸 나셨구만!!

[다 널 혼자 여기로 보내려고 한 짓이니 이해해주거라.]

이해하겠냐고!? 그냥 평범하게 보낼 방법도 있을 수 있잖아!? 속으로 소리를 빼액 지르며 머릴 감싸곤 편지를 이어 읽는데, 그나마 다행히 그 내용 조금 너머는 정상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자, 그럼.....허허. 막상 이렇게 글로쓰려니 좀 어색하고 부끄럽구나.  이 늙은이가 편지는 처음이라 내용이 좀 그래도 이해 해주거라.]

[자주 울던 그 조그만 아이가 이렇게 커서 또 생일을 맞이한걸 보니 참.... 시간이 빠르긴 하구나.]

[금제가 있었다지만 네게 항상 숨기는 게 많아서 늘 미안하게 생각한단다. 마지막 가족을 잃고 숨기는 것 많은 늙은 차원종과 함께하느냐 얼마나 힘들었느냐.]

참 힘들긴 했지. 말 못해주는 게 많아서 받은 힘도 스스로 파악해야했고, 강해지려고 무리하다가 아팠던 적도 많긴 했지.

포크를 들어 앞에 놓인 케익 위 딸기를 콕콕 찌르며 중얼거렸다. 조금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날의 영감을 이해하는 지금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해 답답했을 걸 생각하면 마냥 원망하기도 좀 그렇지.

[그런데도 너는 이런 늙은이를 많이 믿어주었지. 때론 원망하더라도, 터무니 없는 내 말에 화내더라도 아가 넌 마음 약해서 항상 금새 화를 풀었지. 그때마다 네게 참 미안했고.... 이 미련하고 무능력한 늙은이를 내치지 않아서 고마웠단다.]

어떻게 당신을 안 믿을 수 있었을까. 무리해서 쓰러질 때면 열심히 간호하고, 마음이 무너지려 할 때마다 그러지 않도록 위로해주는 모습을 10년간, 매일같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래왔는데, 그래서 당신이 나의 버팀목이 되어줬는데 어떻게 당신에게 오래 화를 낼까.

[아가. 나의 기대....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맙고, 네가 행복해지길 바란단다.]

[네가 바라는 행복을 손에 쥐는 그날 너머까지, 같이 가보자구나.]

[....마무리가 조금 이상한 것 같다만, 생일. 축하한다, 아가.]

"....풋."

너무 진심으로 쓰다가 부끄러워졌는지 생일 축하한다는 문구의 필적만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훤히 보였다. 웃기네, 영감.

웃으면서 조심스레 편지를 다시 봉투에 넣고 다른 편지들도 뜯어서 정성스레 하나하나 읽어보기 시작했다

조금 악필이여도 천천히 공들여서 축하를 전하려는 부분이 돋보이는 미래의 편지.

간결하긴 했지만 평소의 감사함을 어떻게든 전하려고 하는 흔적이 엿보이는 김철수의 편지.

알고 지낸지 얼마 안 돼 조금 형식적이지만 정성스럽게 축하의 말이 쓰여진 애리 씨의 편지.

혼자 2장 분량의 정성스럽 축하 메세지를 쓴, 그 와중에 프랑스어로 쓰려다가 지운 흔적이 보이는 루시의 편지.

그 외에도 오세린 감찰관, 수현, 저수지가 쓴 편지에 짧막하게 축하 메세지가 쓰인 다른 팀의 롤링페이퍼까지.... 지금 한 입 머금은 케이크보다 더 달콤하고 커피보다도 따스한 내용들이 가득한 글귀들이 가득한 선물에 미소가 귀에 걸려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근데 은하 얘는 편지도 없네."

못 본 건가 찾아 봤지만 편지들 사이에 은하는 선물은 커녕 편지조차 보이질 않았다. 그 신경질적이 나타씨도 남의 편지에데가 한 줄 써놨는데 좀 서운해지려하네....
조금 서운한 마음에 애꿏은 케이크만 콕콕 찌르고 있었는데,



-----살랑



눈 앞으로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뭔가 싶어 보는데.... 눈이였다. 그것도 크고, 정말 조각한 것처럼 예쁜 눈결정이였다.
그 눈은 머플러가 들어있던 상자에 내려앉았는데.... 그 옆으로 뭔가 보여서 집었더니 작은 쪽지 하나가 있어서 펼쳐보았다.

[한번씩 내 머플러 보면서 탐내하는거 같길래 똑같은 걸로 주는거니까 앞으로 탐내지 말고 그거 써.]

[....생일 축하해. -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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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푸하하하하.....!"

짧막하지만 그녀다운 편지에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아무것도 안 해줬다고 착각했는데, 오히려 선물까지 준비해 주다니. 참 너는....

다른 색으로 선물해줘도 될텐데 굳이 자신이 두르는 것과 같은 색으로 주다니.... 같이 두르고 나오면 왜 둘렀냐고, 이러면 커플로 오해받으니까 풀으라고 말할게 뻔한 귀여운 사람아.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운..... 사람아.

한참 웃고서 쪽지 뒷면을 보니, 생일 파티할거니까 적힌 주소로 오라고, 기다리고 있겠다는 글귀가 있었다. 못 봤으면 어떻하려고 그랬어, 이 귀여운 사람아.

안경을 케이스에 넣고 가게 직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곤 가게를 나왔다. 내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나의 소중한 이들이 있는 곳을 향해.

"아, 눈이다."

하늘에서 함박눈이 천천히 내려오면서, 사랑스러운 나의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하는 길목을 반짝여주었다.

"....오늘은 더 특별한 하루겠네."

늦겨울에 태어난 남자는 함박눈이 반짝이며 축복하는 길을 걸어 자신의 사람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고, 멋진 파티와 팀원들의 선물을 받으며 멋진 하루를 보냈다.

차가운 바람이 그치고 마지막 함박눈이 내리는, 행복한 늦겨울 하루였다.








cookie.

"얼마 전엔 고마웠어."

생일 며칠 뒤, 자온은 작게나마 선물과 편지를 준비해 그를 축하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와 함께 건네주었다.

"자, 영감. 은하 너도."

"고맙구나. 자.... 뭐라 썼는지 바로 읽어볼까?"

뷜란트와 은하는 자온을 놀릴 생각에 눈 앞에서 편지를 뜯어 낭송하려는데..... 편지의 첫 글귀를 본 둘의 동작이 못 볼 것을 본 것마냥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행운의 편지. 그 찰나의 고통을 기억하던 남자는 복수 성공에 악의 어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때는 몰랐다. 그게 훗날 행운의 편지 혈투라고 불릴 그들만의 전쟁의 씨앗이 되었다는 걸.....


-FIN-

 

4주년 기념, 등록한 자온 생일 단편

새해 기념 단편에서 침식의 계승자 4주년을 말하긴 했지만 역시 캐릭터 생일에 맞추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어서 준비했습니다.
이제 큰 행사들은 지났으니 한동안은 단편없이 본편으로만 쭉 달립니다. 시간날 때마다 본편으로 올테니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년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해랑-

4th Anv illustrator : 모미미 작가님 : https://x.com/mo_mi_mi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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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FOR YOU, CL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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