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평소엔 근황 쓰는데 구정 지나고 출근하는데 직원 한명이 구정 연휴를 틈타 잠수 탄 거 말고는 뭐 쓸게 없네요.
아무튼, 오늘도 읽으러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인사 드리며,
시작합니다.
(아쉬워서 한번 더 우려먹는 표지....Thanks 모미미 작가님....)
진짜 시작합니다
".....다들 멈춰! 스톱!" 조심히 나아가던 중, 아니, 조심히 맞나? 경정님과 아오이 씨가 차원종 무쌍을 하시며 나아가던 도중에 경정님이 모둘 멈춰 세웠다. "여기까지 바래다 줬음 됐어. 이제부턴 나와 아오짱만 가도록 할게." "네. 눈길은 충분히 끈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적당히 교전하다 돌아가주십시오." "두 분도 조심히 가세요." "꼭 다시 뵙길 기도 드릴게요!" "....아, 그렇지. 떠나기 전에 하나만 더. 루시, 잠깐 이야기 좀 할래?" "네? 저요?" 서로 무운을 빌며 헤어지려는데, 경정님이 루시만 따로 불러다 무슨 얘기를 하기 시작하셨다. 주윌 경계하면서 엿들어보니.... 레비아 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시는.... 투확! 끼캭?!! 좀 들어볼까 했더니 차원종 놈들이 알음알음 나타나 방해해댔다. 파리 놈들이 진짜.... 살짝 짜증내면서 처치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뜩, 의문이 하나 들었다. "...근데, 이 놈들 왜 수가 안 주는 거 같지....?"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는 수로를 제외하더라도 차원종, 특히 플라이 타입들이 수가 이상할 정도로 많았다. 우리 팀을 비롯해서 다른 세 팀도 처치를 제법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총장파가 우릴 압박하려고 계속 풀어놓는걸까? 감찰관에게 얘길 좀 해봐야.... "하하! 그래, 그래! 그럼 뒷일을 부탁할게!" 그러는 사이에 비밀 얘기가 끝났는지 경정님이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셨다. 결국 얘기는 못 들었지만.... 루시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 보이는 걸 보니 좋게 끝난 모양이네. "빠르면 내일 새벽 쯤에 수영동에 도착할 거고, 거기에 있는 피난민들과 접촉해서 외부와 연락할 수 있을 거야." "맞습니다. 제 주인님.... 민수호 시장님도 그곳에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분이라면 더욱 효과적으로, 총장의 비리 파일을 퍼뜨릴 방법을 찾아내실 테죠.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희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겁니다." "맞아. 내일 너희만 싸우게 할 것 같아? 그 전까지 돌아올게! 너희와 함께 싸울 동료들을.... 지원군을 잔뜩 데리고서!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줘. 알았지? 절대 늦지 않을 테니까.... 반드시 시간에 맞출 테니까...." 반드시 오겠다는 말과는 달리 경정님의 얼굴엔 흐릿하게 불안감이 서려있으셨다. 혹시나 자신이 늦지 않을까, 그래서 채민우 경정님같이 우릴 구해주지 못할까.... 마음의 강함과는 별개로 불안하신 거겠지. "....기다릴게요. 다시 만나요." 그렇기에 웃으며 배웅했다. 이 이별이 불안으로 끝나게 두지 않도록, 웃으며 다시 재회할 수 있도록. "....그래!" 어렴풋이 이 마음이 전달된 건지 경정님은 평소의 미소를 보이시며 화답해주셨다. "....가자, 하안 악마. 모두가 우리를 위해 싸워주는 동안." ".....응. 가자, 아오짱. 일분 일초라도 빨리....!" 가로등 불빛 너머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진 두 분은 순식간에 어둠에 녹아들며 자취를 감추셨다. 무사하시길. 그리고 꼭, 건강히 다시 볼 수 있길. 두분이 안전하게 가실 수 있도록, 우리는 주변의 차원종들을 자극해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 "아..... 겁나게 빡세네. 슬슬 한계인 듯...." "응.... 몸이 무거워. 머리도 어지럽고." "무리도 아니죠.... 저희 서른 시간 넘게 못 잤다고요...." 거점에 돌아오자마자 하나둘씩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냥 서른 시간도 아니고 걷고 뛰고 싸우고.... 그 난리를 쳐댔더니 하루새 다들 다크써클이 바닥까지 찍을 기세로 점차 길어지고 있었다. 그와중에 나도 수로에 펼쳐둔 정밀 매핑을 계속 유지하려니 두통이 머릴 쿡쿡 찔러대서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말했다. "이젠 우리도 조금만 쉬자.... 이대로면 사고나겠다....." "그래, 가서 눈들을 붙여라. 구호소에 침낭들이 있을 테니까. 신서울지부 클로저들은 이미 쉬고 있더군." "그래요? ...다행이네요. 몸들도 안 좋은데 무리하는 것 같더라니...." "억지로라도 쉬어줘야죠. 내일 있을 싸움에 대비하려면요." "난 매핑 유지하려면 잠은 글렀고.... 쉬기라도 해야겠다." 한숨을 푹 쉬면서 구호소로 발길을 옮겼다. 천막을 살짝 들쳐보니 신서울지부 클로저들이 몸을 기대거나 누운 채, 혹은 옅게 잠든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몇은 안 보이는 것 같은데?" "그분들이라면, 저쪽에서 작전회의를 하고 계세요." 이 목소린....! 구호소에 들어가려던 우리는 한동안 자리를 비웠었던 그분의 목소린걸 알아채고 바로 몸을 돌렸다. "정도연 씨....!" "의료시설에서.... 돌아오셨군요." "네. 수술이 끝나서... 이제야 돌아오게 되었네요." "수술이라면.... 혹시 저수지의 수술인가?" "저수지는? 저수지는 어떻게 됐어?!" "진정해, 미래야, 김철수.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다들.... 진정해주세요. 이제부터 결과를 말씀드릴테니까요." 진정하라고선 말하고선 나도 큰소리로 재촉해 버렸다. 나도 진짜 피곤하긴 한가보다.... 정도연 씨도 수술의 피로로 피곤하신지 눈가를 가볍게 누르시곤 우릴 진정시키면서 곧장 수술 결과를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일단.... 수술은 무사히 성공했어요. 냉동 캡슐로 얼린 신체를 해동시킴과 동시에, 얼마만큼 빨리 인공 심장을 이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였죠. 다행히 센텀시티는 그 관련으로, 최고의 설비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중간에 차원종들의 습격이 있어서 위험할 뻔하긴 했지만, 그래도 긑까지 집도를 마칠 수는 있었죠." "그럼.... 이제 괜찮은 거지? 저수지는 살 수 있는 거지?" "어서 그렇다고 말해요. 괜히 불길하게 뜸들이지 말고요." "야, 은하. 진정 좀 해. 그래서, 어떻게 된건데요? 왜 얘길하시다 마시는 건데요!?" "자온 씨도 좀 진정하세요...." 보다못한 루시가 우릴 진정시켰지만, 피로에 찌들어 있는 우리가 그 말을 제대로 들을리가 없었다. 시궁쥐들의 압박에도 평정을 유지하시던 정도연은 무겁게 다음 말을 이어갔다. "...미안해요. 좋은 소식은 여기까지예요. 끝까지 집도를 마칠 수는 있었지만.... 저수지 씨는 다시 냉동캡슐로 얼려둔 상태예요. 이식한 심장과는 별개로.... 여전히 그 몸에는 마스테마가 들어 있으니까요." "심장을 멎게 만든....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았군요." "네. 어설프게 제거하려 들었다간, 마스테마가 활성화되어 다시 심장을 노릴 테니까요. 그래서 제거 시술을 확보할 때까지는 상황을 정체시켜두는 게 최선이었어요." "....그렇군요." "그렇다고 너무 불안해하지는 마세요. 그 제거 시술을 할 수 있는 인재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요." "멀지 않은 곳이라면.... 신서울지부 클로저들 중에 있는건가?" "맞았어요. 검은양 팀의 이슬비 요원님이에요. 남포동에서 그분이 호퍼 타입의 마스테마를 전격으로 제거하시는 걸 제 눈으로 직접 보았죠." 그런 것 좀 빨리 얘기해주실 수 있지 않나? 왜 쪼이시는 거야!? 속으론 좀 불평하긴 했지만 그제야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역시 슬비야." "은하, 뿌듯해 보여." "뭐, 뭐래? 그런 거 아니거든?" "어쨌든 이슬비가 마스테마를 제거할 수 있다면, 이슬비한테 부탁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주무시고 계신 것 같아요. 거기에 결전을 앞둔 상황이기도 하니까....." "뿐만 아니라 이식수술 직후인 상황이라, 아직은 안정이 필요해요. 인공심장이 몸에 잘 적응한 뒤에 시술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게다가 제거 시술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에요. 가능하다면 시술자 역시 만전에 임할 수 있을 때 시술을 행하는 게 좋겠죠." "그렇겠네요..." "너무 걱정 마세요. 캡슐에서 해동하지 않는 이상, 저수지 씨가 마스테마에 위협 받으실 일은 없을 테니까요." "....응, 알았어. 지금은 참도록 할게." "고마워요. 저도 저수지 씨를 구하는데 최선을 다 할게요. 그보다도 여러분도 좀 휴식을 취하세요. 다들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고 계신 상황이니까요. 이곳에 안 계신 분들은 불침번을 서는 겸, 내일 있을 작전에 관한 회의를 하고 계시고요." "이제 보니 각 팀의 어른 분들이 안 보이시네요. 아이들을 재우고 불침번을 서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우리팀에서는 내가 가야겠군." "이 아저씨도 참 한결 같네. 어째 자기가 자겠다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하더라니..."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을 뿐이다. 아이 취급을 한 것처럼 들렸다면 사과하지." "됐어요. 힘들면 교체하러나 와요. 나도 밤잠없는 편이니까." "뭐래, 너 지금 다크서클이 이만큼 내려와 있거든? 얼른 자기나 해. 봐, 미래는 아예 졸고 있잖아." 꾸벅.... 꾸벅.... 미래가 낫에 기댄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계속된 전투로 인한 긴장과 저수지에 대한 불안이 조금 해소되니 피로가 바로 몰려왔나보다. 낫은 내려놓자.... 삐끗하면 다칠라.... "미래 언니가 많이 피곤했나 보네요. 저희도 얼른 쉬도록 해요." "그럼, 다들 좋은 꿈을 꾸세요. 부디 오늘 밤만은 아무일도 없이 지나가길...." 미래와 은하, 루시를 구호소 안에 들여보낸 후, 서로 불침번 서러가겠다고 투닥투닥대던 나와 김철수는 구호소 앞에서 시끄럽게 하지말라는 허유미 경감님의 한소리 듣곤 그냥 같이 불침번을 서러 갔다... ****** "아.... 김철수 씨, 자온 씨. 오셨군요." 타닥..... 타닥...... 불침번 조에 가니 감찰관이 우릴 맞이해주셨다. 검은양 팀의 제이 님, 사냥터지기 팀의 볼프강 씨, 늑대개 팀의 티나 씨..... 연장자셨어?! 안드로이드니까 피로를 적게 받아서 자청하신 거겠지...? 어쨌든, 팀의 어른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몸을 녹이고 계셨다. "팀원분들은 잘 쉬고 계세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잠들기도 쉽지 않으셨을텐데...." "졸기 시작하는 거 보고 나왔으니까 아마 잘거예요들." "모닥불을 피워뒀으니 이리 오도록. 다들 나와는 달리 체온을 유지해야 하니까." 티나 씨는 나와 김철수에게 담요를 건네주시면서 자리를 비워주셨다. "감사합니다, 티나 씨." "담요는 고맙게 쓰지." 티나 씨가 있던 자리에 앉은 우리도 모닥불에 몸을 녹이기 시작했다. 근데 옆이 왜 이리 냉하냐....? 담요를 뚫고 오는 한기의 근원지를 찾아보니, 바로 옆에 앉아있던 티나 씨가 등 뒤에 냉장고를 활짝 열어놓고 계셨다.... 모닥불에 녹이고 냉장고로 얼리고.... 날 황태로 만드시려는 거 아니겠지....? 아, 감찰관. 차원종.... 플라이 타입들이 처치했는데도 영 숫자가 안 줄어드는데, 혹시 한번 알아봐주실 수 있을까요? 황태 취급 때문에 까먹을 뻔했던 걸 말했다. 내 색적은 펼쳐둔 실에 닿은 것을 감지하는 것. 실이 없는 곳은 감지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한 방식이라 범위 밖에서 일어난 일은 무지할 수 밖에 없다. 생물에 감응해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감찰관이라면 뭐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넌저시 물어보았다. "음..... 네, 한 번 알아볼게요." "그것도 그렇고, 다들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드나? 시간대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정적이로군." "그건.... 확실히 그렇군요. 어이, 김철수라 했던가? 요 며칠 이렇게 고요했던 밤이 있었나?" "습격이 뜸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잠잠하지는 않았다." "주변도 그렇고, 수로에 있는 플라이 타입들도 좀 얌전한게..... 좀 수상하기 하네요." "내 열감지 센서에도 포착되는 개체가 없다. 아무래도 적들은 거점 부근에서 철수한 모양이다. 그만큼 내일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 전력을 온존하는 거라 봐야겠군." "하긴.... 그러기 위해 만든 무대일 테니까.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날뛰는 건 의미가 없겠지. 바꿔말해, 오늘밤 만큼은 절대 습격이 없다느 거야. 완전히 마음을 놓는 건 무리겠지만.... 뭐, 적당히들 알아서 쉬어놓자고." "그러는 어르신이야말로 좀 쉬시죠. 임시지부장님 걱정에 뜬 눈으로 밤새우실 거 같은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거다. 앨리스와 김재리....둘 다 네 소중한 동료들일 텐데?" "트레이너 님.... 캐롤리엘 요원님.... 김도윤 사원님.... 전부 소중한 동료분들이세요. 반드시 구해드려야 해요." "걱정 마세요, 감찰관. 미약하지만 저희도 힘을 보탤테니까요." "그래. 그리고 그들이 죽으면.... 슬퍼할 아이들이 있으니까." "....네. 감사해요. 아, 자온 씨. 이제 수로에 펼쳐두셨던 힘 거두시고 지금부턴 힘을 온존하도록 하세요." "네, 그럴게요." 모두의 말대로 오늘은 습격이 없을거 같으니..... 수로에 펼쳐뒀던 매핑을 모조리 해제시켰다. 매핑을 통해 몰려오던 정보가 사라지니 머리가 한결, 아니. 텅 빈 것처럼 맑아졌다. 너무 텅비어서 순간 바보된 느낌이긴 하지만..... 머리 아픈 것보단 낫네. 타닥..... 타닥..... 한참을 모닥불에 몸을 녹이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저기, 어르신. 내일 이대로 싸우는 게 최선일까요?" 볼프강 씨가 기묘한 질문으로 운을 띄우셨다. ".....그건, 무슨 의미지?" "도망치겠다는 건가, 설마?" "진정하고 끝까지 들으시죠. 그러니까 제 말은, 이대로 대책 없이 적진에 뛰어들어도 되냐는 겁니다. 송은이 경정과 아오이 씨에게 지원군을 요청하긴 했지만, 반드시 지원군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그쪽이 실패할 경우르 대비해서, 이쪽도 '보험'을 들어둘 필요가 있다는 거죠." "보험이요?" "뭔가 생각해둔 게 있나?" "일단 그 전에 하나만 물어보지. 오세린 요원, 시궁쥐 팀이 사용하는 비행정 상태는 어때?" "리버스 휠 말씀이세요?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니에요. 센텀시티로 진입할 때, 무리한 돌파를 감행해서 엔진 하나가 날아갔ㄷ거든요. 남은 엔진 하나로는 균형이 흐트러져서, 고속 비행은 커녕.... 부유하는 것도 무리일 거예요." "기남 아재가 열심히 수리하시긴 하시는데.... 그것도 내일이나 돼야 알 수 있다고 하셨어요." 감찰관의 대답에 더해 나도 폭탄 설치 작업을 하러 다니면서 들은 정보를 내놓았다. "좋아. 그정도면 충분해." "....네?" "리버스 휠은 본래 사냥터지기 팀 소유의 비행정. 평소 우리가 타고 다니는 휠 오브 포츈의 '자매기'야. 그래서 두 기체에는 서로에게만 추적되는 위치 발신기가 달려있지. 물론 그 대부분의 추적 신호는 전파 방해로 차단되었겠지만.... 고맙게도 총장이 알아서 전파 방해를 꺼준 순간이 있었잖아? 그 말 같지도 않은 성명 발표를 하기 위해서 말이야." "아.... 그럼 여러분이 납치될 때 사라졌던 휠 오브 보츈의 위치가 그때 리버스 휠에 기록되었겠군요!" "그래, 그리고 그 위치에는 총장파가 있을 가능성도 높지. 녀석들이 휠 오브 포츈을 회수해놓았다면 말이야." 볼프강 씨가 유용한 정보를 내놓으셨다. 그런데 그말은.... "볼프강.... 그러니까 네 말은, 처형식을 기다릴 게 아니라 그 전에 반격하자는 건가?" 김철수 말대로 우리가 공격을 감행하자는 말로 들려왔다. 나도 반색하며 한 마디 거들었다.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나요? 저희가 실패하거나, 인질들이 그자리에 없다면 목숨이 위험해질텐데요?" "네. 위험 부담이 너무커요. 물론 제이 선배님 말씀대로, 처형식이 공개된 이상 섣불리 인질들을 건드리진 않겠지만..." "도박이 되는 셈이군.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을 작전이다." "그래서 보험이라고 했잖아요. 반드시 실행하자는 게 아니라, 그런 선택지도 있다는 거죠." "확실히... 운신의 폭이 넓어지겠군. 지금처럼 녀석들에게 휘둘리기만 해서는 끝이 없으니까." "역시 어르신. 말이 통하는군요. 적어도 휠 오브 포츈의 위치를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는 말입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 위치에 가도 놈들의 은신처가 아닐 가능성이 있지 않나요?" "그래. 엉뚱한 곳에 불시착해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그 때는 그냥 휠 오브 포츈을 회수해오면 그만이죠. 고속 비행이 가능한 상태일지도 모르고, 안 된다면 리버스 휠을 수리하는데 써도 되니까요." 확실히 나쁘지 않은 방안에 모두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데, "그리고.... 실은 이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만, 최악의 경우에 처할 시..... 나이 어린 요원들은 탈출시키고 싶습니다." ".....!" "제 말썽꾸러기 제자들도 그렇고.... 다른 팀에도 비슷한 또래 애들이 많잖아요? 그동안 실컷 전장에 데리고 다닌 주제에,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 할지 모르겠지만.... 살리고 싶습니다. 계속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교사로서... 어른으로서의 이기심이라 할 지라도요." 볼프강 씨는 무겁게 의견을 내셨다. 동료이긴 하지만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그리고 선생님으로서 제자들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이 지독하게 느껴져왔다. .....좋은 어른이고, 선생님이네. "찬성이다. 전적으로 따르도록 하지. 그 비행정은 언제 찾으러 갈 거지? 지금부터 수색을 시작하면 되는 건가?" "자, 잠깐만요, 김철수 씨. 서두르지 마세요. 다른 분들 의견도 들어보셔야죠." 감찰관은 급발진하려는 김철수를 진정시키며 다음 말을 이어가셨다. "일단 저도.... 휠 오브 포츈을 찾는 것까진 동의 해요. 다만 미성년 요원들을 탈출시키자는 건.... 모르겠어요. 그분들도 어엿한 클로저인데.... 저희 멋대로 지켜줘야 할 아이 취급을 해도 되는 건지...." "맞아, 김철수. 너 지금 이러는 거 다른 얘들이 들었으면 멋대로 그러냐고 온갖 난릴 칠 걸?" 다른 팀원들이 화낼게 뻔해 나도 김철수를 진정시켰다. 아마 미래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화내고, 은하는 우리가 얘냐면서 짜증내고, 루시가 동료인데 그런 걸 마음대로 하냐고 화낼 게 안 봐도 훤하지, 훤해.... "나도 자온과 오세린 요원의 말에 동의한다. 다른 팀은 몰라도 늑대개 팀의 멤버들은 그렇다. 모두 자기가 뭘 위해 싸워야 할지 알고 있다. 뭘 희생해야 할지, 뭘 각오해야 할지도 알고 있지." "그건... 우리 검은양 애들도 마찬가지로군. 이미 나보다도 훨씬 더.... 어른 같은 전우들이니까. 하지만 볼프강 후배의 마음도 이해 돼. 나도 최악의 경우엔 아이들만이라도 탈출시키고 싶어."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는게 좋겠지만.... 일단 저희가 쓸 수 있는 패를 늘리는 건 나쁘지 않겠네요." "....그럼 만장일치로군. 다들 휠 오브 포츈의 수색에 동의한 것으로 알겠다." "하하.... 뭐야, 반대하는 것 같더니 결국 찬성하는 거였나?" "퇴로 확보는 기본 중의 기본. 나는 그저 교전 수칙을 따를 뿐이다." "의견이 정리된 것 같으니 이후의 방침을 정하지. 출발할 거라면 지금 당장 움직이기를 추천한다." "그러니까 서두르지 말라고. 나나 너나 좀 쉬어야지." "나는 괜찮...." "너는 괜찮아도 얘들은 안 괜찮거든? 얘들 좀 쉬게 하자. 그러면서 우리도 좀 쉬자고...." "네. 여러분도 좀 쉬셔야죠. 또 휠 오브 포츈을 찾으려면, 리버스 휠의 위치추척 기록을 봐야 하고.... 그러려면 역시 한기남 씨의 수리가 끝나야 하니까요." "....그래, 알겠다." 그제야 김철수도 몸에 주었던 긴장을 풀고 한결 편하게 자릴 잡았다. "이거.... 긴 밤이 되겠군." 볼프강 씨의 말대로, 긴 밤이 될 것처럼 구름이 한가득 몰려들어 빛 한 점 들지 않았다.
TO BE CONTINUE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