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창작 게시판

침식의 계승자 EP.6 센텀시티 Part.2 18화 Bishop & Bishop Junior 작성일2025.04.05 조회396

작성자비해랑

748164
오늘은 스포 방지!

시작 전 근황 : 새로 들어왔다가 사정상 잠시 출근하지 못했던 직원인 재출근날 못한다고 잠적해서 인력난 중입니다. 허허허.....(살려줘요)

오늘도 읽으러 와주신 모든분께 감사드리며,

시작합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무스카 토벌 작전을 수행하던 도중, 잠시 후퇴해 거점으로 복귀해 태세를 추스렸었던 무렵.

"자온, 어떻게 할거야?"

"응? 어떻게 하다니?"

내게 따로 물어온 미래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어보았다. 아니, 주어를 말해줘야 뭔질 알지! 뭘 어떻게 해?

"지나, 말이야. 자온은 예전에도 지나의 제자였잖아. 정말로, 진심으로 지나랑 싸울 수 있겠어?"

"그야 당...."

당연하지. 그 한마디를 입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아니, 역시 서로 죽자고 싸울 순 없겠지. 단 하루에 불과했어도... 이 시간에서도 그분은 진심으로 나의 스승님이 되어주셨고, 나는 그런 그분의 제자가 됐으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쓰게 웃었다. 나도 그렇지만, [태양]이나 그가 묻어버린 가능성의 세계의 [나]들도 스승님의 관계는 정말, 많이 각별했던 모양이다. 싸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그분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내 생각 이상으로 계속 드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싸워야겠지. 지금의 나는 누굴 구하기는 커녕, 너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역부족이니까."

손을 가볍게 쥐며 눈을 감았다. 지금의 나는 형님의 능력이나 영감의 구현 능력과 갑주, 하물며 경화와 염화 능력까지 거의 잃었다. 가속과 창술, 어마무시한 각력이 새로 생겼다지만 이 능력들은 사실 한계가 명확한 힘이다.

가속과 창술은 스승님과 비교하면 부족하고, 발차기는 스승님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거기에,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수와 공격의 범위를 생각하면 평소 전투 방식에 비해 너무 적고, 좁다. 이런 상황에서 스승님, 혹은 대군에 맞선다? 절대 이길 수 없다. 모두를 지키기는 커녕, 내 곁의 사람조차 제대로 지키기 힘들거다.



인정해야한다. 지금의 나는, 약해.


씁쓸하게 나를 분석하고 자학하고 있자니, 미래는 들고있던 낫을 반바퀴 돌려 평평한 면을 나를 향하게 보이고는 뭔갈 확인해보았다.

"미래야, 너 뭐...."



까앙!!


"크헭!?"

아파아아악!!? 갑자기 미래가 그대로 낫을 내리쳐 내 뚝배기를 깨.... 아니, 머리를 깰 기세로 내게 낫을 내리쳤다! 방금 확인한게 궤도였었어!? 생각치도 못한 일격이라 그런지 의외로 비명이 제대로 안 나올 정도로 아팠다!

맞은 부위를 싸매면서 미래를 봤더니, 굉장히 속 시원해 보이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왜 상쾌한 얼굴인데?! 내가 뭐 잘못했냐고!? 미래는 힘차게 흥하고는 말했다.

"자온, 바보야? 우리는 분명 약해.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너한테 지켜달라고 한 적 없어. 우린 네가 무조건 지켜야할 사람이 아니야."


"우리는, 동료야. 누군가 위험해지면 누구 하나에 의존하는게 아니라, 다함께 지키는, 그런 동료."

"그러니까, 도와달라고 해. 혼자 끙끙대지 마. 언제나 우리가 함께할게. 같이, 지나를 구해내자."

미래에게 혼나고 나서야 이젠 예전처럼 나 혼자서 다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걸, 끙끙 앓으며 고민할 필요 없다는 걸 겨우 깨달았다. 이젠 동료와 함께이고, 앞으로도 함께 할테니까.

"미래야, 고마워."

나는 실실 웃으면서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맞은덴 너무 아픈데?! 아니, 점점 더 아파지는 거 같다!? 미래야, 이게 맞아?!

그렇게 우리는 얘기를 마치고서 각자의 임무를 다시 진행하러 나섰다.

무스카를 토벌하고.... 총장의 성명을 보며 분노하고.... 회유를 거부하고.... 2세대 플라이 타입을 장악하는데까지 성공하고서 그리고 지금.....



******



다시 현재,

"스승님....."

스승님을 마주한 나는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거두려다가 다시 펼쳐두었던 실을 확인해 다른 팀원들의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다들 거리가 좀 있는 상황. 지원을 바라기엔 멀고 내가 가자니.... 3초도 안 되서 따라잡히겠지. 미래에겐 혼나겠지만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나는 조용히 몸 안에 실을 감았다.

"....주....ㄴ...큭..... 크으윽....!"

"스승님!?"

무언가 말하시려던 스승님이 얼굴을 일그러뜨리셨다. 왜 그러시는 거지?



[네 목소리는 들리겠지만, 대꾸하지 못할 거다. 적대세력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느껴지도록 제어코드가 강화됐으니.]


"제어코드....!"

전에 오메가 나이트가 했던 말을 떠올리곤 이를 갈았다. 함께 스승님을 구하자곤 했지만, 지금까지 제어코드를 무력화시킬 마땅한 방도를 아무것도 못 찾았으니... 정말 방법이 없....?


슈우우우-----  채앵!!!

"큿!?"

갑자기 초고속으로 들어온 찌르기를 아슬아슬하게 받아내곤 뒤로 튕겨져 나갔다. 자세를 바로 잡기도 전에 접근한 스승님은 그대로 창대로 내 창을 눌러 내가 자세를 바로 잡지 못하도록 방해하셨다.

"안 돼....! 역시 모순을 회피할 방법은 없어.... 미안하지만, 찌를게....!"


채애애애앵!!!!

힙겹게 말을 마친 스승님은 그대로 발로 내 창을 밀어 나를 넘어트림과 동시에 거리를 벌려 본격적으로 가속을 시작하셨다.
그대로 뒤로 굴러 일어나 자세를 잡았지만, 제대로 나를 제압하시려는건지 일전에 염라 모드의 갑주를 꿰뚫으셨던 초가속으로 나를 압박해오셨다. 경화와 염화를 둘 다 쓸 수 없는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와 같았다면 이미 당했겠지만....!


챙!!   재쟁!!   투캉!!!    카아아아아앙---!!!!

아주, 아주 미세한 차이로 반응하면서 나는 스승님의 창을 맞받아내었다. 스승님은 면면에 동요를 보이시면서도 더 날카롭고 빠르게 창을 찔러오셨고, 그것도 나는 아슬아슬하게 받아 넘겼다.

"그 때의 내가 아니란 말이지...!"

그 하루 사이에 내 안에선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다.


이어받은 태양의 경험이 조정해 완전해지고 정밀해진 기교.

그가 남긴 기억과 같아 다음을 예측 가능케 한 지나 그레이스의 버릇.

스승님의 맹공에도 결코 부서지지 않는 영감의 창.

가속을 운용할 만들어준 실의 육체 강화와 전투 경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눈.


이 모든 걸 하나로 엮어내자, 이전에 날 꺾었던 스승님의 초가속의 맹공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투확!!!


"크익....!"

그렇다고 편하고 여유있게 받아낸단 뜻은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버텨내다보니 스승님이 점차 공격을 점점 더 매섭다 못해 무서울 정도로 더 가속시키셨다. 말도 못하는데 무조건 교전까지 하셔야하는 모양이고....! 뭔가 대화할 방법이 없나? 나 혼자 말할 수도 없....아!

"이게 생각대로 작동된다면.... 가능할지도....!"


키이이이------

나는 스승님의 창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면서 눈에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야...

조금만.....

-....행이야.

조금 더....! 힘을 좀더 눈에 집중하자,

-.....잘 막아내고 있어. 다행이야.

'좋아, 들린다....!'

스승님의 생각이 머리 속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의 능력이 계속 유지될 때부터 긴가민가 했는데, 역시 눈에 제대로 힘을 집중하니 타인의 생각을 간파하는 능력도 잘 발현되었다.. 멀어질수록 잘 안 들리는 걸 보면 거리에 영향을 받는 거 같은데....

챙!! 채챙!!!

뭘 파악할 찰나도 없이 쾌속의 찌르기가 연속으로 들어왔다. 일단 파악은 나중에! 내 빈틈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창을 가까스로 막아내면서 스승님의 생각을 읽기 시작했다.

-하아... 강화된 제어코드로 작전 중에 조우한 적대적 상대와 무조건 3분 이상 교전해야만 하는 것만 아니였다면.... 당장 자리를 떠났을텐데....!

과연. 그것 때문에 봐주는 느낌이 없으셨군....!
동시에, 옅게 찌르는 척 다리를 노리는 횡베기가 들어오자, 나는 정면을 보며 수평으로 창을 휘둘러 공격을 튕겨내고 그대로 그 반동을 이용해 창을 휘둘렀다. 반격이 통하진 않았지만, 공세의 흐름을 끊는데는 성공이네...!

-어떻게..... 아직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어떻게 벌써 내 기술을 이 정도로 발휘할 수 있는거지?


"재능 있다며! 당신도 말했잖아요!"

나는, 뜬금없이 혼자 소리를 질렀다.

-어....? 우연인가? 내가 생각만 한 거에 맞춰서 어떻게....?


"우연이겠냐고?!"

-어? 어어....!?

스승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히 보였다. 오메가 나이트 그 놈이 말했지? 대화하는 것에 반응해서 제어코드가 작동한다고.. 어차피 난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 난 그걸 읽고 혼잣말하면 되지! 이걸로 내 꼼수가 반은 먹혀들었다.


"왜 그러지, 지나 그레이스!? 말이 없어지더니 생각까지 없어졌나!? 생각이라도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어?"

나도 조금씩 공세를 취하면서 스승님이 내 의도를 파악하길 바랐다. 당신이 내 능력을 알아채셔야 이 꼼수는 완성되니까.
근데 참....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스승님께 도청 장치가 있어서 총장 측에서 원격으로 제어코드가 활성시킬 가능성도 있으니, 의심을 덜 사려고 어쩔 수 없이 막 말하고 있다지만.... 할 짓이 참 안 되네....! 영원같은 찰나의 초고속 공방이 계속 오가는 와중에,

-설마....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거야?

드디어 스승님이 내 능력과 의도를 알아차리셨는지 조심스레 생각하셨다.


"말을 못 해서 생각할 게 많아졌나보군! 그래. 대화도 없겠다, 어차피 '모순'도 없을텐데 실컷 생각이라도 하시지!!"

-모순? .....아!

지나는 그제야 자온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했다. 대화가 성립됨으로써 작동하는 제어코드의 모순. 생각을 멋대로 읽고, 혼잣말을 크게 할 뿐인 대화 아닌 대화. 지나는 공방을 이어가면서 그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네. 나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너는 혼잣말이니까. 그래, 모순은 없네. 장해, 나의.....주니어.


"주니어라니, 낯간지럽다고!"

매일같이 영감에게 아가 소릴 들으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은근 창피하달까,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지! 연속 찌르기를 내보이며 얼굴을 붉혔다.

-정말로, 생각을 읽을 수 있구나. 아, 그래서 전에 내 의도를 알아차린 것도...


"나랑 천년만년 싸울 모양이군! 핵심을 찌르지 않는 걸 보니 시간이 아주 많나 봐!?"

창을 길게 쭉 내지르며 소리쳤다. 스승님은 분명 3분 동안 무조건 교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 후엔 퇴각해도 상관없다는 뜻이겠지만.... 스승님이 내게 정보를 건네주려고 3분을 넘기고 교전을 계속한다면? 이상하게 여긴 총장측에서 스승님에게 제제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 맞아. 시간이 없네. 본론으로 들어갈게.

다행히 내 말뜻을 알아차리신 스승님은 곧바로 핵심으로 넘어가셨다.

-총장은 너희의 다음 수를 예측했어. 도주하든, 어떤 수단으로 이용하던 비행정을 필요로 할 거라고 예측하고 나를 여기로 보냈지.

늙은이가 감은 쓸데없이 좋네... 조용히 혀를 차며 스승님의 생각을 경청했다.

-총장에겐 비행정의 위치 발신기 신호를 추적할 방법이 있었어. 그 신호를 따라 여기 도착했는데...긴 했지만... 막상 위치 발신기만 찾았고, 비행정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어.

"예? 사라졌다고? 추측되는 건 없으시고요?"

당황해서 스승님 대하던 말투가 다시 나와버렸다.

-전혀. 총장이나 신서울지부의 인증이 없으면 작동시킬 수 없거든.

스승님은 고개를 저으셨다. 그럼 그게 어디로 간 거지? 마땅히 바깥과 연락할 방법도 없었는데 갑자기 아군이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질리는 없고. 그럼 그게 대체...


카아아아앙-----!!

고속으로 맞부딪인 창이 불꽃을 튀겨댔다. 잠깐 잊을 뻔했지만 내 능력으로 대화가 성립되고 있는거지, 남들이 봤을 땐 나 혼자 소리 지르면서 초고속의 공방을 주고 받는 상황이였지! 생각 읽으면서 스승님 속도에 따라가려니까 생각보다 더 죽을 맛이네, 진짜!!

[태양]의 경험을 받아들인 덕에 내 가속과 창술 기교는 눈에 띄게 발전했지만, 그 경험이 스승님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였다. 방어가 겨우 성립되는 것도 스승님이 제어코드를 조금이라도 억제하셔서 출력을 누르는 거실테니 겨우 성립되는 거겠지. 이게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 아오, 몰라!! 내가 아등바등 버티는 걸 아시는 건지 모르시는 건지 스승님은 생각을 전달하셨다.

-조금 뒤에, 창을 일부러 크게 휘둘러서 빈틈을 만들게. 격렬한 전투니 큰 동작으로 공격했다. 모순은 일어나지 않을거야.


-그렇게 빈틈이 생기면, 그때 날 죽이고 위치 발신기를 회수해 가.

훅 들어온 생각에 동요한 나는 가속에 유지하고 있던 능력을 한순간 흔들려버렸다. 그 어긋난 박자를 놓치지 않고 스승님은 맹공을 퍼부으시며 생각을 이어 전달하셨다.

-네게만 보낸 영상의 미션, 기억하지?

기억 못 할리가. 나이트... 제이님이 완전히 적이 된 당신을 죽이거나 당신에게서 상해를 입기 전에 자신을 죽여달라는 미션. 성공여부를 떠나 잔혹하기 짝이 없는 그 미션을..... 말이다.

-미안해. 이런 힘든 일을 맡겨서. 그래도 날 죽이면 너희는 적을 하나 줄이면서 비행정의 단서도 얻을 수 있어. 거기에, 너희가 인질을 구출할 때 변수도 하나 줄이는거고.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날 죽여.

스승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흐릿하게 웃으시면서 잔혹하게 우리가 얻을 현실적인 이익을 전하셨다. 현실적으로 계산하면.... 흠 잡을 수 있는게 없었다. 실제로 실보다 득이 더 크니까. 적인 당신을 살려서 우리 작전에 변수를 일으키는 것보단, 당신을 구할 방법을 찾는 시간적인 면을 생각해도 죽이는 게 더 효율적이겠지. 그래도.... 그래도....!

-자, 이제 틈 만들게. 그 틈을....

"싫습니다."

-....어?


"싫다고 했습니다. 당신, 기본기 몇 가지만 알려주셨으면서 어딜 멋대로 가시려는 거예요? 뭐, 알려줄 거 알려줬고,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정진해라, 뭐 이 뜻이예요? 제자니, 주니어니 붙였으면 그에 맞게 알려주셔야 할 거 아니예요!?"

-어, 어어....?

"지금 그 보법도 안 알려준 거고, 아까 창을 쓰다 틈을 보이는 기만법도 덜 알려주신 거네요? 그런데도 너는 너 알아서 잘해라? 와, 진짜 무책임 하시네!!"

-어, 어어어어......!?

나는 스승님의 부탁을 거부하면서 말도 안 되는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불 속성 제자의 사도(师道)에 자신의 죽음에도 초연하시던 스승님의 동공이 폭풍진동을 하고 있었다.


"더 알려줘, 아니. 다 알려줘!! 그때까진 못 죽여. 아니, 죽어도 다시 살려낼 거니까 알고 있는거 전부 알려줘요!! 캬아악!!"

내가 봐도 좀 심하게 땡깡 부리는 것 같지만, 하악대면서 억지로 더 땡깡을 밀어붙였다.

"그러니까, 지나 그레이스!!"

나는 결심했으니까. 그리고, 나이트와 약속했으니까. 당장은 당신을 구할 방법은 없지만, 그럴 능력도 부족하지만.....!


"....죽지 마세요, 제발. 조금이라도 오래, 저희 곁에 살아주세요. 이런 이별은 너무.... 마음이 아프단 말이예요."


도청이고 뭐고, 나는 가슴을 움켜쥐면서 막연히 기다려달라는 억지를 간절하게 부렸다.

사람이, 어떻게 효율만을 위해 살아갈까. 정이나 인연 같은 불안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 의존하며 서로를 지탱하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 나는 그것이 사람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갈기갈기 찢기고 산산조각 났다고 해도 무방한, 얄팍한 기치였지만, 나는 이 기치를 지키기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약속했으니까.



-클로저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지켜줘야 해. 클로저가 되든, 되지 못하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겠니?-


주박처럼 내 안에 깊숙히 자리잡은 형님의 질문. 어렸던 나는 그러겠노라고 약속했다. 칭찬받고 싶었던 어린 날의 치기가 아닌, 형님이 그러셨듯이 나도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었으니까.


그러니 이것은 주박이 아니다. 나의 마음, 나의 신념이지.

그러니 지켜보이겠다. 소중한 사람을 넘어, 사람들을 지켜보이겠다.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준 그 기치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나의 인연을 만들어준 가장 작고도 위대한 마음이니까.


사람을 지킨다.


형님을, 영감을, 은하를, 루시를, 미래를, 김철수를, 수현을, 저수지를, 오세린 씨를,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나를 사람으로 살아가게 해준 모든 사람들.... 그 소중한 사람들을, 나의 인연을 지키겠다는 이 마음의 기치를 받고 이어준 사람들이 다시 손을 뻗어주어서 당신을 구할 때까지... 나는, 사람을 지킬게요. 그러니....!

"기다려주세요. 반드시 당신도 구할테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카아아아앙-----!!!

맞부딪치며 일어난 굉음 속에서 나는 애처롭게 간곡했다. 서로 창을 휘둘러 각자 멀리 떨어지자, 지나는 고통으로 떨면서도 목소리를 내었다.

"....스승 유언도 안 들어주고. 착한 제자가, 아니라... 불량한 제자를.... 들였네...."

툴툴거리며 말했지만, 동시에 여리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제자의 다정함을 알아챈 그녀는 그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스승님....!"


슈우우우------!!!    채애애애앵!!!!!!

츠팟....!

다시 크게 부딪치면서, 지나는 교묘하게 몸을 틀어 자온의 창끝이 자신의 무언가를 찢게 만들고는 뒤로 물러섰다.

"좋아. 이제, 3분이 지났으니.... 퇴각을 해도 모순은 생기지 않아.....! 전리품, 꼭 챙겨가....!"

"전리품?"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자, 내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기계장치가 보였다.

"격렬한 싸움 끝에.... 소지하고 있던 물품을 분실하고 말았다.... 모순은, 없어....!"


"스승님!!"

분명 조금 전 대화했던 비행정의 위치 발신기였다. 그대로 돌아가시면 그 늙은이가 당신을....! 스승님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 어렴풋이 알기에 소리쳤지만, 이미 스승님을 뒤돌아 떠날 자세를 취하고 계셨다. 나를 향해 힐끗 돌아본 스승님은 웃으시며 소리 없이 입술만 움직이셨다.

-괜찮아. 다시 만나자, 불량한 나의 주니어.

그러곤, 순식간에 그 자리를 떠나가셨다.

"....나는 또, 당신의 온정을 받기만 했네요."

스승님은 자신이 보복당하실 걸 알면서도 위험을 무릎쓰고 이걸 주셨는데.... 나는,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했다. 언제쯤에야... 사람을 지킨다는 내 신념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을까?

'아니, 지금은 뭘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하자.'

곱씹던 무력함을 끊어냈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으니까. 스승님은 분명 다시 보자고 하셨다. 그러니... 분명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을거다. 
자책감에 잠식되지 말자. 후회하지 말고 움직이자. 지금은 찾지 못했지만, 분명 방법은 있을테니까. 그리고.....


[도와달라고 해. 혼자 끙끙대지 마. 언제나 우리가 함께할게.]


이제는 나 혼자 삭이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이제, 동료들과 함께니까. 함께 하면, 분명 당신을 구할 수 있겠죠.
비행정의 위치 발신기를 줍고서, 거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더이상 혼자서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스승을 구할 첫 걸음을, 내딛었다.


"기다려주세요, 스승님. 함께, 당신을 구하러 갈테니."




TO BE CONTINUE





+
이전화 공지에서 말씀드렸듯이, 드디어 자온의 새로운 일러스트를 준비해 왔습니다.


바로~~~~~~

 956786

가장 어두운 밤을 끝내는 찰나의 반짝임, 나이트엔더(Night Ender) 자온 입니다!

옛 신의 비와 구름, 바람을 두르고, 이어받은 활과 허름하지만 수많은 이들과의 인연을 엮어낸 깃발을 치켜들어, 새벽을 향해 빛날지니.

 

 

그리고.....

1210919
가장 어두운 밤에, 고독하게 찰나 반짝이는 자, 나이트엔더(Night Ender) [태양], 자온

모든 것을 잃고, 다시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수많은 가능성을 지워버린 그의 죄업의 길은, 끝없이 쏟아지는 잿가루 속에서 외롭게 빛날지니.

자온이 맞게 될 미래는 밤을 끝내는 반짝임일까요? 아니면 고독하게 찰나 반짝이게 되는 자가 될까요?
자온의 여정, 지켜봐 주세요.
 
Illustrator : 모미미 작가님(@mo_mi_mi_) / X (twitter.com)
 1381284


댓글0

0/200

창작 게시판
BEST
바이올렛[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