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으으으으으......!!!" 화살의 충격바로 지면을 나뒹굴던 나는 한꺼번에 몰려온 고통에 몸부림 쳤다. 이미 과부화된 머리와 눈을 억지로 사용한 반동을 각오한 거긴 하지만..... 차라리 기절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너무.... 고통스러웠다....! "얘들아.... 어떻게 됐어? 당연히 부쉈지?" 그나마 다행인 건, 막판에 다들 힘을 모아준 덕분에 최고의 한발을 날린 덕에.... 편안한 마음으로 상황을 물어보았다. 원래 주인인 사냥터지기 팀한텐 미안하지만.... 예거는 제대로 망가졌겠지 뭐. 상황이 상항이였으니 이해는 해주시....겠지...? "....." 그러나, 환호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일텐데 모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들.... 왜 말이 없어요? 어떻게 됐냐니까요?" 눈 못 떠서 답답한데 아무 말들이 없으니 점점 더 불안해졌다. 아무 말들이나 좀 해봐요! 네!?
지옥같은 침묵 속에서 김철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격에, 실패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순간 고통도 잊고서 소리를 질렀다. 멀쩡한 상태였을 때보다도 더 완벽한 저격이였었다. 그런데 그게 실패했다고?! 말도 안 된다...!! "분명, 분명히 완벽하게 조준했었다고!! 그게 왜 빗나가?!!" "조준은 완벽했어요. 다만...." "다만?" "....가 끼어들었어." "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때문에 제대로 못 들어서 되묻자, 은하가 짜증내듯이 소리치며 대답했다. "지나 언니가 끼어들어서 궤도를 틀어버렸다고!!" ".....뭐?" 머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충격에 정신 못 차리다가 겨우 상황파악을 하고서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설명.... 상황 좀.... 다시 설명해 줘...." 내 부탁에 이세하 씨가 천천히 내게 방금 있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순식간이였어요. 지나 씨가 아직 날아오던 화살을 향해 가속하셔서.... 화살의 측면을 후려치셨어요." "....그래서?" "화살의 압력에 밀려난 지나 씨는 그대로 멀리 튕겨 나가셨지만... 그것 때문에 궤도가 약간 틀어져서.... 정말 아슬아슬하게.... 빗나갔고요."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면, 예거는.... 어떻게 됐죠?" "화살의 충격파로 쓰러지긴 했지만.... 다시 일어나고 있어요."
윙----- 위이이이잉----!
철컥!
귓가에 기계음이 들리더니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다시 일어난 예거가 김도윤 씨를 향해 총구를 조준한 거겠지... "하하..... 하하하하....." 나는 저격이 무위로 돌아간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고, "크.....크흐흐흐흑.....!" 실성은, 이내 통곡으로 바뀌어 새어나왔다. 그게 유일한 수였는데.... 이제 내게 남아있는 걸로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디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다리를 부수는 한이 있더라도 최강의 패를 써야 했을까? 구출 작전을 더 면밀히 짰어야 했나? 아니, 그 전에 내가 내 몸을 더 잘 살폈었더라면..... 하나를 시작하니 그 다음 후회가 파도처럼 몰려왔다.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으으.... 으아아앗....!!]
타다다다다-----!!!
김도윤 씨의 비명과 함께, 예거가 무자비하게 그를 향해 사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또 지키지 못했다.
"끄윽..... 우으으으으으읏.......!" 감은 눈 사이로 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내 통곡과 함께 흘러내렸다. 아니.... 나의 절망이 목 너머로 새어나왔으며, 나의 후회가 눈꺼풀을 비집고 나와 흘러내렸다. 세상이여, 당신이 부조리하고, 말도 안 되며,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는 지옥같은 것임을 압니다. 세상이여, 당신에게서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철인같아야함을 압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건, 너무 아프지 않습니까? 내 남은 발버둥조차 허락해 주지 않는 겁니까? 어째서, 제게서 자꾸 인연을 앗아가는 겁니까? 제게 남은 이 작은 것조차 앗아가야 직성이 풀리십니까? 아픕니다. 이런 건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단 말입니다.... 모두의 목에서 새어나온 절망이.... 모두의 눈에서 흘러내린 후회가 우리 모두를 집어 삼켰다....
"아이고, 왜 죽어가는 광견 꼴이 되어 있느냐, 아가야?"
".....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내 머리 뒤로 부드러운 무언가가 받여졌다. "....영감?" "가만히 있거라."
사아아아아.....!
내 눈 위로 손으로 추측되는 무언가가 얹어졌고, 그 위로 익숙한 위상력이..... 영감의 힘이 내 눈과 머리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시원하다... 마치 초봄의 비를 맞는 것처럼 부드럽고 시원하다. 영감의 힘이 스며들수록 화상처럼 계속 잔류해있던 열통이 점차 진정되어갔다. "아니, 아가도 그렇고 왜 그리 다 얼굴이 죽상인 게야? 미숙 아가씨는 다리 위에서 뭐하고 있는게고?" "네....?" 뷜란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아.... 아아.....!" 파직..... 파지지직.....
화면 너머에서, 예거의 우그러진 채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불빛이 꺼져가고 있었고, [와따.. 이 쇳덩이가 뒤질려고 작정을 했네. 감히 누구 남자한테 총질을 해대노? 놀래갔고 쇠파이프로 대갈통을 뿌서쀳다 아이가.] 그런 예거 앞에서, 장미숙이 파이프를 손 안에서 퉁퉁거리며 서있는 모습이 화면에 비쳐졌다. [야, 장미숙. 방금 네가 부순 로봇, 우리 사냥터지기 애들이 쓰던 거거든? 남친 때문에 그랬다는 건 알겠는데, 제대로 물어내라? 나중에 다 확인할 거다?] "장미숙 요원님.....? 게다가 그 옆엔.....?!" 그 옆으로, 고물이 된 예거를 보며 장미숙에게 으르렁대는 흑지수가 힐끗 모습을 비쳤다. [하이고, 무서부라. 알파퀸 언니야한테 혼나는 것 같아갖고 완전 쫄리네. 너무 그러지 마이소. 이 장미숙이, 빚 안 갚고 튄적은 없으니까예.] [그보다 도윤이 오빠야! 오빠야 니 괘안나? 어디 안 다쳤고?] [미, 미숙아....? 정말... 미숙이 맞니....?] [그러믄 맞지. 내가 누구로 보이노? 우리 오빠야 놀라갔고 혼이 나가삣나 보네. 내가 속상해서 못 산다, 진짜! 그~리 위험하다꼬, 대피하라꼬 노래를 불렀었는데도 말 안 듣더만! 이게 다 뭐꼬?!] [미숙아.... 미숙아아아아아아....!!!] [그래, 일루와 안겨라! 무서웠을텐데 참말로 잘 견뎠다이!] 짜증을 부리던 장미숙은 김도윤이 눈물콧물 다 빼며 와락 안기자, 피숙 웃으며 그를 토닥였다. [....나, 참. 누가 보면 다 끝난 줄 알겠네. 남친은 휠 오브 포츈에 태우고 따라와! 아직 구출해야 할 인질들이 많으니까!] "네? 방금.... 뭐라고요?" 감찰관이 잘못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하지만 잘못 들은 게 아니였다. 내 귀에도 분명히 그렇게 들렸으니까....!! 나도, 경감님도 대답하셨다. "휠 오브 포츈. 사라졌었던 비행정을 말씀하셨어요!" "저, 저도 들었어요! 여러분이 잃어버리신 비행정이 그런 이름이었죠? 그런데 그게 왜..... 저분들께서....?" 화면 너머로, 리버스휠처럼 원반처럼 둥근 푸른 빛깔의 비행정이 전송빔을 내며 김도윤을 비행정에 태우고 있었다. "오, 리버스휠과 닮긴 했구나. 그런데 방금 얘기론 잃어버렸다고 한 것 같은데, 아니였던 게야?" "잃어버렸던 건 맞아. 다만 저게 왜 미숙 누님과 흑지수 씨에게 있는 건지 모르겠어....." 그러고 보니 일전의 통신에서 송은이 경정님이 뭔가를 알려주려다 마셨죠. 총장이 프로프간다를 내보낸 여파로, 전 세계에서 달려와준 지원군이 있다면서요. 혹시 그 지원군이라는 게, 저 두분과 휠 오브 포츈을 회수한 사람이라면....
[네! 정답이예요!]
비둘기에서 활달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꺅! 누, 누구시죠?" "ECCM 통신기... 발신지는 휠 오브 포츈이에요!" [아....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유니온 신서울지부 소속 관리요원, 양수연이라고 해요! 현재는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의 대리로, <긴급 대응 매뉴얼>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죠!] 호오. 그 김유정이란 아가씨가 후일를 잘 대비해둔 모양이구나. 신서울지부 소속에 관리요원이라면... 검은양 아가들 너희와는 구면이겠구나. 확실히... 김유정 임시지부장의 후임 겸 관리요원이면 최소 검은양 팀분들과 구면이실테고, 설마.... 아니더라도 감찰관과 같은 신서울지부의 요원이라 했으니 영감 말대로 아는 사이 맞겠지? "....." 묘한 짧은 침묵이 흐르더니, 이슬비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누구죠?" "으, 으응....?" "처음 보는 분인....데요....?" 그러나, 검은양 아가들은 양수연이라 소개한 아가씨를 초면을 대하듯 고개를 갸웃들거렸다. 예상이 빗나가 나는 순간 삐그덕거렸다. 세, 세린 아가씨는 아는 사이겠지....? :긴급 대응.... 임시지부장님의 명령으로요? 그걸 저희한테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쉬이 믿기 힘든 얘기군요.: [아.... 네. 지당하신 말씀이에요.] 하지만 되려 세린 아가씨는 검은양 아가들보다도 더 양수연 아가씨를 경계했다. 수연 아가씨도 그 경계를 딱히 부정하지 않고..... 허허. 이런 상황은..... 예측 못 했는데 말이다....? 아가야.... 내가, 착각한 모양이다. 하하... 영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자, 이 황당한 상황에 나는 남은 통증도 잊고서 벌떡 일어나 시원하게 사자후를 토해냈다. "그럼 저 사람은..... 누구여 대체에에에에?!!!?" 나도 몰랐지만, 드물게 그 자리의 모두가 같은 마음인 순간이였다. ****** 김유정 임시지부장의 대리라고 소개한 양수원 요원님의 설명은 이랬다. 그것은 업무라기엔 너무나도 많은 업무였.... 어쨌든 김유정 임시지부장의 업무는 과도하게 많다고 한다. 이에 검은양 팀의 관리요원 병행까지 하기에는 힘에 부쳤다고 한 그녀 검은양 팀의 새로운 관리요원을 모집했고... 그렇게 양수연 요원님은 후임으로 선출되어 그녀에게서 연수를 받아왔다한다.
그런 와중에 총장파와 대립이 길어지고, 임시지부장의 몸 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그녀가 준비해 두었던 긴급 대응 메뉴얼.... 후임에게 지부장의 모든 권리와 권한이 인수인계됨에 따라 그 길로 부산에 내려왔다고 한다. 부산에 내려온 그녀는 수호 형님과 미숙 누님과 합류하셨고, 불시착해있던 휠 오브 포츈을 회수해서 지원군.... 흑지수 씨를 데려왔다고 한다. "어떻게, 딱 잘 맞춰서 도착했더구나." [정말 다행이였어요. 실은 조금 늦을 뻔 했는데, 갑자기 붉게 빛나는 무언가가 예거를 넘어뜨리지 않았었더라면... 그 벌처스의 사원님.... 큰일이 나셨을 거예요.] "붉은 빛....!" 별 하나. 분명 별 하나다.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던 별 하나의 충격파가 시간을 벌어줬어구나....! "자온 씨의 화살이에요! 다행이에요! 저희가 한 일이 소용없던 게 아니여서요!" "그러게...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야....!" 뛸 듯이, 아니. 기뻐서 뛰고 있는 루시의 말을 듣고서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남몰래 훔치며 웃었다. 마지막 발악이 소용없던 것이 아니여서 정말.... 다행이였다. "자,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지 않겠느냐? 아직 구출해야할 이들이 남았잖느냐." [그렇죠! 지금 자표를 지정해 드릴테니, 그곳에 대기 중인 지원군과 합류해 주세요!] "고맙다, 아가씨." 영감이 가볍게 박수치며 모두를 다시 집중시켰고, 휠 오브 포츈에 달린 이씨씨..... 에이씨. 그 방해 전파 무효화 하는 장치 덕에 다시 가능해진 통신으로 양수연 요원님께 지원군에게로 가는 루트를 전송받았다. "자아.... 아가들, 가보자꾸나." "그런데 영감... 나는 왜 데려왔어?" 앞장서고 있던 영감에게 물었다. 영감 덕에 통증도 가라앉은데다 능력도 진정되서 눈도 보인다지만.... 내 몸은 아직 정상인 상태가 아니였다. 그런데도 영감은 무슨 이유에선지 모두의 만류에도 부득부득 작전지역으로 나도 끌고왔다. "이제 통증도 없지 않느냐? 능력이 없더라도 싸울 수 있는 수가 있다면 끝까지 싸워봐야지 않겠느냐." 영감은 우리 모습을 슉 둘러보더니, 피식 웃으며 옷자락을 펄럭였다. ".....라곤 해도, 너희 모두 지쳐보이니 이 늙은이가 길은 열어줘야겠지." "그런데 영감, 영감은 무기 구현 가능한가보네?" 그영감은 구현능력으로 싸울 수 있구나 싶어 물었다. 그도 그럴게.... 아직 내 능력들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작전구역으로 나선지 얼마 안 되서 영감이 설명해주길, 새롭게 만들어진 구현 능력과 그 외 능력들을 품은 권능이 온전히 하나가 다시 됐다곤 했지만, 그 능력을 다시 발현시키려면 몸이 권능이 적응될 시간이 필요하다 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능력을 못 쓰고 있지만.... 영감은 원래 본인 능력이다보니 쓸 수 있나보다. "응?" "응...?" 순간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괜히 기분이 쎄하게 영감의 대답은 의문형이였다. 뭔데!? 쓸 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니. 아가 네가 능력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이 늙은이도 구현 능력은 못 쓴다." 영감은 피식 웃으며 티연하게 못 싸운다는 대답을 했다! 뭐야 이 영감!! "그럼 못 싸우는 거잖아?! 왜 앞장서고 있는 건데!!?" 끼긱.... 끼기기기기------ 어이가 없어서 소리를 꽥 질렀더니, 저 멀리까지 있던 모든 플라이 타입들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너는 왜 소리를 질러서 어그로를 끄는데!?" "미안! 미안해! 근데 어이가 없잖아!!" "은하 씨. 자온 씨. 두 분 다 조용히 좀 하세요...." "이미 늦었군. 모두, 준비해라...!" 우리가 투닥투닥 거리는 사이 플라이 타입들이 우리 가까이 접근하였고, 영감은 갑자기 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허. 끝까지 듣거라. 구현 능력을 못 쓴다고 했지...."
.....후우우우우우우------
갑자기, 확연히 피부에 느껴질 정도로 공기가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고, "못 싸운다고는, 안 했단다?" 어느새 안개와 물방울, 바람이 부자연스럽게 우리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구름은 별로 없고, 비도 없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바다가 바로 곁에 있으니.... 응, 그래. 대체는 되겠구나." 뷜란트는 주위를 가볍게 둘러보고는 새롭게 걸음을 내딛었고,
똑.....!
그의 발 밑으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맑은 소리가 울리며, 안개와 바람, 물방울이 더욱 거세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자아, 잘 봐두거라. 경험과 기억으로 알고있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좀 나기 마련이니까." 바람은 점차 거세게 불어왔고, 안개는 점점 짙어져 구름처럼 모여들었으며, 물방울들은 하나둘씩 머리 위로 떨어지더니.... 투명한 구슬처럼 동글동글한 구슬비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이것이야말로 재해의 군주라 불렸으며, 침식황이라 불린.... 수호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의 편린, 나의 태초. 나의 싸움법이란다."
쿠쿵..... 쿠르릉......!!
뷜란트의 주위에 몰려든 비와 구름,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천둥소리를 울렸고, "자아.... 폭풍우가 몰려오는구나."
신중하고 경건하게, 그리고 소중한 듯 말을 입에 올리자, 비와 구름, 바람은 작은 폭풍우가 되어 우리 주위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EPISODE.6 - SECOND PART
STORY.24
[역전을 부르는 태초의 폭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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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감. 아까 나 회복시켜줄 때 내가 베고 있던거 뭐야?" 능력 회복에 관련해 영감에게 설명을 듣고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갑자기 불현듯 거점 일이 떠올랐던 나는 영감에게 물어보았다. "그건.... 왜 묻느냐?" "아니, 좋았어 가지고. 살짝 시원한데 보들보들하고, 약간 탄탄한데다 향도 뭔가 좋았어가지고. 뭔가 안심되는 향이랄까?" 나는 애간하면 아무데서나 잘 자는 편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벴던 것 중에서 그 무언가가 가장 좋았었다. 또 베면 좋겠다. 아니. 계속 베고 싶을 정도다! "그래서 뭐였는데, 영감? 뭐 외부차원의 숨겨진 비보같은 거였어? 나중에 나 주면 안 될까?" "하하.... 미안하다, 아가. 애당초 그건 허락받고 쓴 게 아니라... 이제 이 늙은이 마음대로 주면 늙은이 혼난단다. 아니,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뭐야, 뭔데!? 그럼 알려라도 줘! 나중에 구해라도 보게!!" "아하하하하...." 알려달라는 부탁에도 영감은 어색하게 웃더니 도망치듯 달려나갔다. 어딜도망가?! 나는 그 뒤를 서둘러 뒤쫓았다. "...." 뷜란트를 쫓느냐 자온은 미처 못 보고 지나쳤다. 그 둘의 이야기를 들은 '그 무언가'의 주인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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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재밌게 읽고 갑니다. 뷜란트의 신규 일러와 은하의 무릎배개를 받는 자온의 일러까지. 눈 호강하고 갑니다.(자온, 이 부러운 놈...)
감사합니다~! 우리 영감님, 귀하신 몸이라 일러 뽑을 때 참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은하 무릎베개.... 참으로 귀하고 부럽죠...(츄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