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ED BY MOMIMI "아아아아아악!!!!!" "이 목소리는.... 김유정 임시지부장?" 저 고통에 찬 비명 소리. 생명의 마지막을 쥐어짜낸 듯한 저 비명 소리가....몸을 관통해왔다. 우리는 서둘러 거점 안 쪽으로 들어갔다. "임시지부장님! 제 말씀, 들리세요?!" "언니! 유정 언니!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안정제를 좀 더 투여하는 건 어떤가요?" "이 이상의 투여는 위험해요! 심장에 무리가 갈 거예요!" "아악....! 크, 으으윽...!!!" "유정 씨! 유정 씨, 나야! 이기고 돌아왔어! 유정 씨가 말한대로, 놈들을 쓰러트리고 왔어! 그러니까 정신 차려! 정신 차리고, 내 얼굴을 봐!" "으... 으으윽....!" "....누나!" "언니! 정신차려 보세요! 네?" "누나! 저예요! 미스틸이에요!" "이게 무슨....!" 의료진들이 숨가쁘게 임시지부장에게 각종 처치를 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주렁주렁 달려있는 기기들은 끊임없이 경고음만 내기 바빴다. "젤리! 이게 무슨 일이예요!?" 소마가 잠시 나온 분... 김재리 요원님을 붙잡고 물었다. "데르마토비아가 사멸한 직후부터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어요. 제 추측이지만 한동안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이 괜찮으셨던 건.... 다른 숙주로부터 데르마토비아가 각성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나 결국 그 개체는 여러분과의 사투 끝에 사멸했죠." "하지만 파괴된 것이 그릇 뿐이라면.... 원래 예정되어있던 숙주를 통해서 재각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게 뭐예요! 우리가 데르마토비아를 쓰러트려서 일이 이렇게 된 거라고요?" "진정해, 이세하!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이대로... 유정 언니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는 건가요?" "....현시점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중 하나에요. 하나는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이 사전에 지시한 플랜을 따르는 거죠." "자신의 몸에서 차원종이 태어날 상황이 되면, 마스테마와 함께 자신을 완전 파괴시키라는 플랜." "마, 말도 안 돼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희도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어요. 그래서 찾은 다른 방법이 한 가지 더 있죠." "벌처스에서 제조된 냉동캡슐에 임시지부장님을 냉동시킨 뒤, 구체적인 수술 플랜이 세워질 때까지 상황을 보류하는 것. 이것이 두번째 플랜이죠." "다만.... 이 플랜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어요." ".....이미 그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있다는 부분이죠." 정도연 씨와 한기남 씨가 고개를 푹 숙이셨다. "한기남 씨!?" "이런 상황을 예측한 유니온 신서울지부에서, 최후의 보험으로 벌처스에 냉동캡슐을 운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제가 애초에 이곳에 온 것은 그 냉동캡슐을 운반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제 은인의 친구 중 한 명이, 임시지부장님과 같은 상태에 놓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임시지부장님을 위해 준비했던 냉동 캡슐에 그분을 담았습니다. 모든 것은 제 책임입니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우리가 저수지를 냉동 캡슐에 넣은 상황이.... 돌고돌아 이런 최악의 상황을 빗어냈다. 가만히 듣고 계시던 캐롤리엘 씨가 입을 여셨다. "....한기남 씨, 당신이 처벌 받을 일은 없을 거예요.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유정언니는 이미 정도연 오원님께 이미 상황을 전달 받았거든요." "저는.... 화를 냈어요. 물론 알아요. 인명에 경중이 없다는 걸요. 하지만... 그렇지만! 그건 언니를 위한 거였는데....! 그걸 그렇게 남에게 써버리다니...!"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한기남 씨. 저요. 이런 소릴 했다가.... 언니한테 혼이 났어요." [무고한 시민 한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우리의 사명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거야. 그러니까 여러분, 그분을 이대로 냉동캡슐에 넣어두세요.] [후후. 이걸로 겨우 저도.... 관리요원이었다고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게 됐네요.] "유정 씨....!" "언니...." "저, 이슬비 요원님. 그리고 검은양 팀 여러분. 이분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해요." "누가.... 은하야?" "그래, 나야. 이 일에 책임을 져야 할.... 진짜 죄인이지." "네가 왜 죄인이야, 은하...! 그 일은....!" "조용히 있어." 은하는 내 말을 가로막고는 이어 말했다. "저수지 언니를 데리고 한기남 아저씨한테 간 뒤, 아저씨를 졸라서 언니를 냉동 캡슐에 넣은 건.... 그러니까 이 일에 책임이 있는 건 저예요.... 김유정, 언니라고 했죠? 차라리 자기가 쓰겠다면서 화를 냈다면... 반항이라도 할 생각을 했을텐데..." "....모든 잘못은 저한테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요, 저는.... 저수지 언니를 포기할 수가 없어요. 그 언니는 우리팀에 필요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분이 여러분한테, 슬비한테 필요한 사람인 것도 알겠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요...." 은하는 칼을 빼들더니, 위상력을 코팅해 검은양 팀을 향해 겨눴다. "뭐하는 거야, 은하야!?" "지금부터 저, 여러분에게 반항할 거예요. 여러분은 저를 막으세요. 그런 다음.... 그 분을 살리세요." 은하의 돌발 행동에 모두가 긴장 상태에 들었지만.... "은하. 누구 마음대로 혼자 나서는 거지? 이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너만이 아니다. 우리는 한 팀이고, 하나의 뜻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나도 너와 함께 하겠다." "응,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 아픔, 너만 짊어지게 하진 않을게. 같이 짊어지자." "네, 그러니까 그렇게 슬픈 눈은 하지 마세요. 은하 씨의 그런 눈, 보고 싶지 않아요." ".....하여간 너도, 바보라니까." 우리는 모두 한마디씩 말하며 은하의 앞에 나섰고, 나도 짧게 한마디 하며 모두의 앞에 나섰다. "다들.... 바보 같긴.... 알았어요. 그러면, 이 자리에서는 다 같이 나쁜 놈이 되어보자고요." "다들, 그만 두세요. 특히 은하.... 그 이상은, 하지 마." "뭘.... 하지 말라는 건데?" "너... 그렇게 나섰다가 나한테 일부러 쓰러지려는 거지? 그렇게라도 안 하면 포기하지 못 할 정도로.... 그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그렇게 늘 자기만 짐을 떠맡으려고 하고! 늘 남을 위해 희생하고! 이젠..... 이번에는 제발 그러지 마....! 할 거라면.... 최선을 다해. 최선을 다해서.... 네 소중한 사람을....!" "너야말로, 그렇게 말만 해놓고서.... 나한테 지려는 거지? 다 알아. 너라면... 그럴 거야. 어쩐지.... 알 것 같아." "아니야! 나는 그런 생각 따윈....!" "....너희들, 그쯤 해둬라. 그런 걸로.... 친구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야. 너희도 그만 둬. 진심으로 싸울 생각이 아니잖아." 앞에 나선 제이 님이 모두를 진정시켰다. 우리도 진심으로 싸울 생각은 없었기에... 순순히 무기와 힘을 내렸다. 그렇다고 이 최악의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이 나온 건 아니지만.... 하지만..... 하나, 이 상황을 반전 시킬 방법이 있긴 하다. 온리 원(Only One). 내 몸을 어떤 능력이든 발현시키는 육신으로 바꿔내는 능력. 이걸로 내가 임시지부장 안에 있는 마스테마만을 적출해내는 능력을 쓰면... 저수지도, 임시지부장도 무사할 수 있다. 막상 쓰려니 온몸이 떨려왔다. 문뜩 떠오른 대가... 존재를 갉아 먹혔던 감각이 되살아났지만.... '조금만.... 조금만 쓴다면.....' 짧게 쓰면 페널티도 적을 터. 내가 조금만 감수하면 된다.... 눈을 감고 깃발을 불러내기 시작했.... "그만." 깃발을 불러내려 모으던 힘이 흩어졌다. "애써 되돌려받은 명을 허망히 소모할 생각이더냐?" "영감...." 내 팔을 잡은 영감 손은 가볍게 뿌리쳤다. "하지만 이것 말고 방법이 있어? 없잖아." "당장을 보고 판정하지 말거라. 때론 기적 같은 상황을 바래보는 일도 있어야지 않겠느냐?" "그것도 시간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지! 지금은.... 두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다고!" 평소의 나라면 영감의 말대로 했겠지만, 지금은 한번의 찰나의 판단만으로도 목숨이 오갈 수 있는 상황이였다. "어느 쪽이든 후회만 남을 상황이라면.... 나를 갉아먹히고 모두를 구하는 게 나아." "그러지 마, 자온. 스스로 희생하는 거. 그만 하자고 했잖아." "읏....." "....후. 이 자리에서는, 내가 멋대로 결론을 내리겠다. 모두, 그래도 되겠지?"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자, 모두의 동의를 구하며 힘든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좋아. 둘 중에서, 살리는 건....." ****** "그야 물론, 둘 다 살린다." ****** "...뭣?" 대답한 사람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의 목소리도 아니였다. 하지만.... 이 목소리를,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너라면 그렇게 대답했을 테지. 아무런 근거도 없으면서 말이야. 어리석은 말이지만..... 너라면 그랬을 거다. 이제는 좀 알 것 같군." "네 녀석은...!?" "다시 만나는군, 쇠약해진 나." 지나와 함께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오메가 나이트였다. "너, 살아있었나....? 게다가 안고 있는 거건, 지나 누나....!" "둘 다 어떻게는 숨이 붙어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지만 말이지." 오메가 나이트는 내게 오더니 기절한 지나 씨를.... 스승님을 맡겼다. "최후의 순간.... 바닷속에 잠긴 내 주위로 폭발이 일어나려 했을 때, 누나는 자신도 죽어가는 상황에서.... 초가속을 발휘했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가까스로 폭심지에서 이탈했지." "겨우 목숨만은 부지했지만 몸이 너덜너덜해진 와중에.... 저기, 누나의 제자를 닮은 저 자가 다가와 물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냐며. 누나를 조금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곳을 말하자 데려온 곳이.... 여기였지." "영감이....?" 영감은 그저 어깨를 으쓱 거리며 웃을 뿐이였다. 오메가 나이트는 긴 숨을 내쉬며 제이님께 다가갔다. "....한가지 제안을 하지. 누나를 구해다오. 물론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겠지만 일분, 일초라도 더 살게 최선을 다해 다오.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면, 김유정. 그 여자의 목숨을 살려주겠다." "어떻게, 유정 씨의 목숨을 살린다는 거냐?!" "그야.... 이렇게 하는 거다." 꽈악... 오메가 나이트는 제이 님의 어깨를 꽉 쥐더니, "이 녀석.... 크윽....!?" 그 순간, 놈의 손으로 모여든 선명한 열기가 제이님께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 열기는....?!" "받아들여라. 너한테는 이 힘을 다룰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 있으니까." "나는 안다. '이 녀석들'은 불에 약해. 네가 가진 가열 능력을 내게 돌려주겠다. 나는 체내에 있는 마스테마만을 노려서 정교하게 소각시킬 수는 없지만, 너라면 가능하겠지." "힘을 잃고, 매일 같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면서, 한 점에 힘을 집중하는 것만을 추구해 온 너라면....!" "....어째서지? 지금의 네 몸은 아슬아슬하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거야. 그런 상태에서 힘의 마지막까지 제이 님께 양도한다면 너는....." "무너져 내리겠지.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말했을텐데? 내게 생에 대한 집착 따윈 없다고. 내게 집착이 있다면 그건 단 하나...." 놈은 스승님을 힐끗 바라보며 말을 마저 내뱉었다. "내 옆의 소중한 사람을 구한다. 그것 뿐이다." "....그러냐? 그렇다면 나도 인정할 수 밖에 없군." "너는 '그릇된 나'가 아니야. 너는 나다. 나와 같은 목적을 가진 자다." "....훗. 역겨운 소리 그만 해라. 난 너 따위가 아니야." "나는 오메가 나이트.... 가장 마지막까지 타오를 불꽃....." "소중한 사람의 적을 태울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는.....!" 마지막 힘의 편린까지 전달한 오메가 나이트의 몸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잘 가라, 또 하나의 나. 누나는, 우리가 반드시 살려내겠다. 그리고 유정 씨도....!" "....서두르지. 나는 바로 유정 씨에게 가겠어. 지나 누나는...." "나에게 맡겨라." 스승님을 의료시설로 옮기려는 찰나, 늑대개 팀의 대장인 트레이너 씨가 나섰다.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옛 동료를 의료시설로 옮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일분이라도 더 오래 살게 하겠다. 지나 그레이스는.... 나의 동료이기도 하니까." 초가속을 할 수 있는 내가 가는 게 분명 맞겠지만... 지금은, 이 곳을 떠나면 안 될 것 같았다. 스승님을 트레이너 씨께 조심스레 옮기며 말했다. "....스승님을, 부탁드릴게요." 스승님을 안아 든 트레이너 씨는 고개를 끄덕이시곤 중상인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속력으로 의료 시설을 향해 달려나가셨다. "아가, 우리도 가자꾸나. 이 밤이 어찌 마무리 되는지 보아야지." "으, 응." 모두가 임시지부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나는 잠시 오메가 나이트가 있던 자리에 몸을 숙였다. "....네 마음의 불꽃. 이어 받았어." "좋은 여행이 되기를. 나이트." 자온도 떠나간 그 자리엔, 실과 불꽃으로 만들어진 꽃 하나가 쓸쓸한 그 자리를 위로했다. ****** "흐으... 으아아아아아아!!!" "유정 언니....! 이젠 정말,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캐롤리엘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마른 비명을 지르며 흐릿하게 겨우 눈을 뜨고 있는 김유정의 손을 잡은 채 고개를 떨궜다. "정말.... 이것만이 마지막 방법일까요? 언니의 몸에서 차원종이 각성하기 전에.... 언니를 불태우는 게....?"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아, 제이 요원님...!?" "이 자리는, 이제부터 내가 맡겠다!" 제이는 김유정에게 부착되어있던 기계를 모두 떼어내곤, 그녀를 안아들었다. "언니를 안아들고, 뭘 어쩌시려는 거죠?" "자, 그럼 유정 씨..... 시작하겠어. 조금 뜨겁겠지만, 참아 줘." "제이.... 씨......" "하앗....." 화륵.... 제이에게서 흐릿한 연기와 함께 불똥이 튀어오르더니, "하아아아아아아아앗!!!!" 화아아아악!!! 피어오른 선명한 붉은 불꽃이, 제이와 김유정을 휘감았다. "어르신... 잃어버렸던 힘을 되찾은 건가?!" "아, 압도적인 열기예요! 하지만, 오메가 나이트의 것과는 달라요. 삼켜질 것 같은 뜨거움이 아닌, 따스함이 느껴져요....!" "어째서냐? 어째서 세트,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거냐? 너무 이상하다!" "감동적인 장면이군요. 저도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크으.... 이 힘, 너무 오랜만이군. 오랜만이지만...." 화아아아아아악!!!!!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이 마음, 이 한 점의 불꽃을!" "태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리기 위한 불꽃... 따뜻해. 너무나도." "네, 정말이에요. 정말.... 따뜻해요." "....전우치, 네 녀석은 영영 모르겠지. 저것이 진짜 '불꽃'이다." "쩌.... 쩐다....! 야, 그래서 네가 그렇게 알파나이트를 그렇게 얘기했.....?" "자, 자온 씨, 우세요?" "....어. 너무 기뻐서. 다시 한 번, 사람을 구하는 저 불꽃을 볼 수 있어서...." 가슴을 꽉 쥐고서. 당신의 마음에게 기쁨의 눈물을 전했다. "형. 형님이, 형님이 평생을 그리워하셨던.... 우리의 영웅이 다시, 다시... 그 날의 태양처럼.....!" "보고 있나요, 엄마? 엄마가 나쁘다고 말했던 사람의 마음이, 저렇게 반짝이고 있어요." "힘내세요, 아저씨! 다시 한 번, 소중한 사람의 미소를 보기 위해서!" "그래, 그래야지. 소중한 사람의 미소를.... 다시 보기 위해!" "....나는 알파 나이트. 가장 처음에 타오르는 불꽃.....!" "이 어둠을 모두 밝힐 때까지, 나는 결코 꺼지지 않는다아아앗!!!!!!" 화라라라라라락!!!!!! 과거 세상을 구하고 사그라들었던 시작의 불꽃이, 다시 한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과거의 한 때처럼, 사람을 구하기 위해. ****** "열기는, 모두 잦아들었군." "제이 씨와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불꽃이 모두 사그러든 자리에, 김유정을 안고 든 제이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미동도 하지 않으시는군요." "어이! 설마 나자빠진 거야?!" "설마, 아니겠죠?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당신이....!" "아, 아저씨! 괜찮으세요?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아저씨!" "....걱정 마라. 오랜만이라서 조금.... 지쳤을 뿐이니까." "아저씨, 무사하셨군요!" "그래, 그보다도.... 유정 씨를.... 받아주겠나, 동생?" "아, 네!" 털썩 세하 씨에게 임시지부장을 맡기자마자, 제이 님은 손 쓸 새도 없이 주저 앉으셨다. "제이 님!" "아저씨, 괜찮으세요!?" "그냥 어지러워졌을 뿐이야. 그보다도.... 유정 씨를 봐 줘."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캐롤리엘 씨는 황급히 임시지부장의 상태를 확인하시기 시작하셨다. "....언니의 맥박이 잡히지 않아요. 이건....!" "역시, 무리였나....? 역시, 퇴물이 다 된 나한테는 무리였던 거야.....?" 모두의 걱정스런 침묵 속에서, 제이의 자책만이 새벽 공기를 울렸다. "후....." "후..훗..... 퇴물이라니.... 말도 안 돼." "그런 평가를 내려드릴 수는 없겠네요. 당신의.... 관리요원으로서...." 그 무겁던 절망을 깨트린 것은, 모두가 듣고 싶어 했던 목소리였다. "유정... 씨...?!" "맥박이.... 다시 돌아왔어요! 혈압과 뇌파, 모두 정상치예요! 무엇보다 마스테마의 존재도... 확인되지 않고 있고요!" "유정 씨!" 와락!! 제이는 자리를 박차 일어나 김유정을 끌어 안으며 조용히 오열했다. "유정 씨...!!" "구해줘서 고마워요, 나의.... 클로저." "고맙다는 말은.... 나한테 하게 해줘. 고마워. 유정 씨.....!" "유정 언니!!" "유정 누나!!" 검은양 팀 아이들도 제이를 뒤따라 김유정을 부둥켜 끌어 안으며,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 "....멋진 광경이다. 우리의 싸움이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군." "뭐야, 아저씨. 답지 않게 센티해지셨네요." "그러는 은하도, 평소와 달리 웃고 있어." "뭐래, 아니거든?" "거울 보여줘? 헤실헤실 거리고 있구만." "쑥쓰러워하지 마세요, 은하 씨! 기쁠 때는 원래 웃는 법이라고요!" "맞아.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 저수지를 구하고, 그 다음엔...." "서피드와 전우치를... 뒤쫓아야겠지. 이미 부산을 이탈했다하니 좀 더 나중에 해야겠지만...." "그 녀석들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우선은, 저수지 언니부터 구하자고." "그러자. 오늘은... 저 좋은 모습을 지키기 싶으니까." "그래. 오늘만큼은 부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을 생각하자." "아! 다들! 저길 봐요! 태양이 떠오르고 있어요!" "응, 그러네. 눈부신 태양이야." "뭐야, 영감! 태양 가리지 마!"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말이다. 하하." 뷜란트는 떠오르는 태양을 뒤로 한 채, 깊게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가장 길고 어두운 밤을 닫은 아이들아, 위대한 오늘에 어서오거라." EPISODE.6 - SECOND PART LAST STORY 다시 떠오른 태양 ****** 다들 이것저것 마무리하고 수습하는 사이, 찰나의 휴식을 받은 우리는 각자 쉬러 갔다. "아.... 피곤해." 햇빛이 한 눈에 들어오는 바닷가 벤치에 앉아, 따스하게 비춰오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떠오르는 햇살이 반사되어 바다가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 길었던 밤이 한순간의 꿈결이였던 것처럼 반짝.... 반짝..... 쏴아아..... 쏴아아아...... 형, 당신이 그리 보고 싶었던 그 광경을 보고 있어요. 꾸벅.... 꾸벅..... "다 끝나니까 피곤해 죽겠네요...." "아무 생각 말고 푹 자죠.... 자온 씨, 저희는 자러 갈게요!" "....? 야, 뭐하길래 대답을 안 해?" "...졸고 있네요." 자온은 벤치에서 꾸벅꾸벅 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하긴 이번에 가장 무리한 사람은 자온 씨였으니까요." "...뭐, 인정. 근데 여기, 제법 따뜻한데요....?" "그러게요. 따뜻하니 잠이 솔솔 오네요...." .... ..... ".....사이 좋아보이는구나, 허허." "이렇게 잘 주무시면 깨우기 죄송한데...어떡할까요" "급한 건 없지 않느냐. 좀 더 자게 내버려두자꾸나. 아, 세린 아가씨. 그거, 잠시만 빌려주겠느냐? "이거 말인가요? 아, 네. 여기요." "그럼 잠시...." "됐다. 고뿔 걸리지 않게 담요라도 가져오자구나." "네, 그래요." 뷜란트와 오세린은 태블릿에 찍힌 사진을 보며 흐릿한 미소를 짓곤, 담요를 가지러 거점 내부로 다시 총총 되돌아갔다. "아가들, 고생 많았다." -FIN- 6부의 메인 스토리는 이걸로 끝이지만, 에필로그 2편이 기다리고 있으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지켜봐 주세요. 기나긴 시간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말본새가 이상했지만 연재 종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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