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오후 신서울에 위치한 지휘통제실 오늘도 유니온의 클로저들은 차원종을 소탕하며 하루를 보냈고 지휘통제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사냥터지기팀 또한 저마다 각자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루나에게는 코미디 영화를 보여줘야 한다니까. 이거 진짜 재미있었다고!"
"아니다! 루나는 분명 임금님 나오는 영화를 좋아 할거다. 그러니까 그날 개봉하는 임금님 영화 보러 가자!"
한참 휴식을 취하던 중 루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곳에서는 소마와 세트가 영화 문제로 다투고 있었다. 휴식을 취하는데 시끄러운 것도 모자라 사소한걸로 싸우는 게 유치하다 생각한 루나가 다가가자 소마와 세트가 루나를 발견하고는 다가와서는 루나의 생일날 볼 영화에 대해 추천하고 있었다.
"루나! 나랑 같이 그날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보자! 다들 반응도 좋고 우리 루나 생일에 딱 맞는 영화라고 생각해!"
"아니다! 루나! 임금님 영화 보러 가자! 이게 더 재미있다!"
"나참....싸우는 것도 그렇지만 너희들 애초에 내가 뭘 보고 싶어하는지 묻지도 않고 그냥 너희가 좋아하는 영화 고른거잖아."
루나의 말에 두 사람은 정곡을 찔리는 눈치였고 루나는 한숨을 쉬며 두 사람의 행동에 고개만 돌렸다.
"애초에 내 생일이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나는 코미디 영화도 임금님 영화도 안 볼 거야."
"에에? 이거 진짜 재미있는데...."
소마는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루나의 생각은 단호했고 그때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던 사냥터지기 2분대를 담당하는 교사 볼프와 파이가 다가오며 소마와 세트를 말렸다.
"소마, 세트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그날은 루나의 생일이니까 루나가 원하는 걸 하는 게 맞잖아요. 오히려 강요 하는 것도 안 좋아요."
"그렇지. 그 영화들은 나중에 봐도 문제 없는거잖아. 그러니 루나 너에게 묻지. 너의 생일날 뭐 하고 싶은 지 한번 말해봐. 최대한 우리가 들어줄 테니까."
볼프가 의외로 제안을 하자 루나는 볼프의 행동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평소라면 귀찮아 할거라고 생각했지만 학생에게 원하는 걸 말해 보라니 루나는 우선은 튕기듯이 떠보기로 했다.
"딱히 원하는 건 없어요. 애초에 생일이라고 해서 제가 들뜨거나 그런 어린애는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굳이 선생님들이랑 소마나 세트가 힘들게 준비하실 필요는 없어요. 뭐 굳이 해주고 싶다면 받을 생각은 있지만...."
"그래? 그럼 신서울랜드에 갈 티켓을 준비했는데 이것도 그냥 다른 사람에게 줘야지."
"네? 아니....갑자기 그게 무슨...."
"에이, 쌤 그러지 말고 루나 빼고 우리끼리 다녀오는 건 어때요."
"그럴까? 루나는 내키지 않은 거 같으니..."
"누...누가 안 간다고 그래요! 티켓도 사람 수 맞춰서 가져왔는데 저만 안가면 티켓이 남으니까 특별히 가도록 할게요."
신서울랜드라는 반전 때문에 루나의 속마음을 다 드러나게 되었다. 그렇게 루나의 생일날은 신서울랜드에서 하루를 보내는 걸로 일정을 잡았고 생일날이 다가오기 만을 루나는 속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생일날이 점점 다가올수록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종종 루나가 임무를 수행하거나 팀원들과 잡담을 나눌 때면 자꾸만 루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그냥 환청이나 팀원들이 부른 건가 싶었지만 팀원들은 부른 적이 없을 때도 그 소리가 들려 조금씩 이상하게 느껴졌고 혹시나 유령이 있는 게 아닌가 루나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리고 생일 전 날 밤 모두가 잠든 시간 루나도 조용히 자기 방에서 잠자리에 들려고 했지만 또 다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애써 소리를 안 들으려고 이불을 뒤집어 썼지만 자꾸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결코 귓가에 전해지는 게 아니었다. 바로 머릿속에 울리는듯한 소리였고 마침내 정체불명의 손이 루나를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내자 루나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꺄아아악! 저리가! 유령이면 오지 말란 말이야!"
"루나! 나야 나!"
"어? 너는....안나....?"
놀랍게도 이불을 걷어낸 소녀는 다름아닌 안나였다. 루나는 지금 자신이 꿈을 꾸는 건가 아니면 안나가 설마 유령으로 자기 앞에 나타난 건가 싶었지만 그녀의 손을 잡아보자 잡히는 걸 봐서는 유령은 아니었다.
"안나....진짜 안나야?"
"그래! 나야! 내가 전부터 계속 불렀는데 눈치도 못 채고 너무해!"
"안나....대체 어떻게....분명 그때 안나 너는 우주로 갔을 텐데...."
"응! 맞아! 나도 그런 줄 알고 쭉 그곳에서 루나 너 생각만 하면서 살았어. 근데 언제부터 인지 몰라도 그렇게 루나 생각만 하던 중에 이상하게 잠들고 나서 눈 떠보니 이렇게 너의 눈 앞에 나타날 수 있게 되었어."
루나는 안나의 말을 듣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 그녀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정말 기적이라도 일어난 게 아닌 이상은 말이다.
"그럼....이제 안 떠나도 되는 거야? 이대로 같이...."
"그건 아니야. 왠지는 몰라도 아마 곧 있으면 다시 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할거 같아. 그래서 아마 길어도 내 예상으로 너의 생일때까지만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그럴수가....기껏 이렇게 재회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했지만 안나에게서 들려온 대답은 결국에는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었다. 루나의 생일날이 끝나면 안나는 루나와 헤어져야 했고 루나는 서운한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나자 안나가 루나의 어깨를 잡아 위로했다.
"그래도 내가 너의 생일때까지 있을 수 있으니까 생일을 축하해줄 수 있는거잖아! 그러니까 내일 나랑 신나게 놀자! 내가 잔뜩 축하해 줄게!"
안나는 루나를 위로하려고 애써 긍정적이게 말하자 루나도 조금은 기분이 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안나와는 매번 대화만 했고 직접적으로 뭔가를 한 적이 없었으니 오히려 루나에게는 기회라 생각했고 안나와 이야기를 마치다 어느 순간 졸음이 온 그녀는 먼저 잠들어버렸다.
***
다음날 아침이 밝아오자 아침부터 복도 끝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루나의 방 문을 다짜고짜 벌컥 연 두 사람은 루나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아침부터 기운이 넘쳤다.
"루나! 생일 축하해!"
"축하한다! 루나야!"
"으....시끄러워....들어올 때는 노크를....아니 잠깐....안나....안나는?"
두 사람의 소리에 잠에서 깬 루나는 벌떡 일어나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분명 안나를 만난 후 이야기를 하다 피곤한 나머지 루나 본인이 먼저 잠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루나의 행동에 상황을 이해 못한 소마와 세트는 무슨 일이냐고 묻자 루나는 어젯밤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안나? 안나가 나타났다는 거냐?"
"그래서 안나는 뭐라고 했어? 어디서 만날지 말 안 했어?"
"그게....분명 어제 밤새 이야기를 나눴거든. 한가지 떠오른 건 오늘 생일에는 단 둘이서 보내자 말을 했어. 그리고 어디서 자기가 기다린다고 한 거 같은데 기억이 안나."
"그럼 찾으러 가보자! 우리가 같이 찾아보면 안나를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아이들은 안나를 찾기로 결정할 때 숙소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 찾아온 거 같았다. 그러다 얼마 있다가 파이가 와서는 루나를 찾아온 손님이라고 했고 어서 나가보라고 하자 루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가보니 현관 앞에서 자기와 똑같은 얼굴에 소녀가 루나를 보며 웃었다.
"안녕! 루나!"
"뭐....뭐야....너 설마 안나야?"
"그래! 내가 아침에 찾아온다고 했잖아. 근데 왜 그렇게 놀라는 눈치야?"
"뭐? 언제 그런 말을...."
그러자 한 순간 어젯밤에 있던 일을 떠올리더니 루나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 무렵 안나가 했던 말이 이제서 생각났다.
"내일 아침에 너랑 똑같은 모습으로 찾아 갈게."
안나가 했던 말이 생각난 루나는 뒤늦게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고 자신이 미쳐 생각하지 못해 민망한 거 같았다. 그리고 곧 이어서 소마와 세트 다른 아이들이 안나의 모습을 보자 모두 놀라며 루나랑 똑같다며 당황하는 반면 아이들 소리에 시끄러워 나와본 볼프도 지금 상황에 이해가 가지 않자 루나는 우선 선생님들에게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루나의 안나가 루나랑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났고, 여기에 온 목적이 오늘 루나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맞아! 역시 선생님이라 이해가 빠르네!"
"하....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래도 상관 없잖아요. 루나를 위해서 이렇게 안나가 나타난 거니까요."
"그게 이해가 안돼잖아. 분명 우주로 떠났다면서 어떻게 지금 여기에 그것도 루나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건데."
파이의 말에 볼프는 납득이 안되며 따졌지만 소마가 나서서 볼프를 말렸다.
"에이, 볼프쌤 그게 뭐가 중요해요. 어쨌든 안나도 이렇게 왔으니 그냥 재미있게 놀면 되잖아요. 그럼 안나도 왔으니 다 같이 어서 신서울랜드로 가요!"
"응? 나는 오늘 루나랑 단 둘이서만 보낼건데?"
소마가 힘차게 말하는 반면 안나는 단호하게 말하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사자인 루나 또한 당황해 웃고 있던 소마도 멍 때리듯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안나....루나랑 둘이서만?"
"응! 애초에 그러려고 내가 온 거거든. 난 오늘 생일은 루나랑 단 둘이서만 보낼 거야."
"저기....마음대로 이러는 건 곤란해. 나한테도 오늘 생일을 위해 팀원들이 준비 한 게 있다고. 특히 선생님들이 신서울랜드 티켓을 구해오기도 했단 말이야."
"하지만 나는 루나랑만 보내고 싶어. 그러니까 나랑 놀자 루나 응?"
안나는 눈빛을 반짝이며 루나의 팔을 붙잡고 부탁을 하자 안나의 표정에 루나는 거부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놔두면 안나가 슬퍼하고 안나의 부탁만 들어주면 팀원들이 슬퍼 하고 루나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끝에 갑자기 볼프가 헛 기침을 내뱉었다.
"흠....흠....그러고보니 오늘 중요한 일이 있던걸 깜빡했네. 파트너, 아무래도 우리 신서울랜드는 못 갈거 같은데."
볼프가 파이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자 이해를 한 파이는 볼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쳤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급한 일이 있었죠. 소마랑 세트도 도와 주시겠어요? 저랑 선배만 하기는 힘든 일이라 말이죠."
"네? 일이요?"
"뭐냐? 그러면 우리 신서울랜드 못 가는거냐?"
"아무래도 다음에 가야 할 거 같아요. 그래도 티켓은 구했으니까 루나가 안나랑 둘이서라도 다녀오겠어요?"
파이의 제안에 루나는 당황하다 금방 팀원들이 자신과 안나를 위해 배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고 루나는 파이의 제안을 받아들이고는 안나와 함께 숙소를 나섰다.
"선배, 설마 이런 곳에서 센스를 발휘 하실 줄 몰랐습니다."
"어쩌겠어. 안 그랬으면 저 안나라는 아이가 루나한테 달라 붙어서 떼를 쓸 기세였던걸. 아무튼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 나머지는 루나가 알아서 하겠지."
"루나! 이거 진짜 맛있다!"
숙소를 나오고 신서울 거리 아침을 못 먹은 루나는 우선 안나를 데리고 신서울랜드에 가기 전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고 예전에 알아본 맛집 중 토스트 가게를 발견해 안나를 데리고 가서 그곳에서 식사를 하자 안나는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더니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이거 진짜 맛있어! 루나는 이런 곳 어떻게 알아낸 거야?"
"그냥 예전에 한번 찾아보다가 알게 됐어. 나중에 꼭 한번 와보겠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네."
테라스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며 두 사람은 가볍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안나는 토스트를 먹으며 표정이 행복해 있자 이럴때 보면 어린아이 같았다. 이후 식사를 마친 뒤 아직도 시간이 남아 신서울 거리를 돌아 다니며 평소에는 여유가 없어 가지를 못한 상점가에서 옷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는데 문제는 종종 가게들을 갈때마다 안나의 단독 행동에 루나는 골치 아프며 고생을 했다.
"루나! 우리 이 옷 사서 입어보자! 엄청 잘 어울릴 거 같다고!"
"싫어! 나는 그런 유치한 옷 입기 싫단 말이야! 그리고 나 그런 옷 살 돈은 없거든."
"우우....루나에게 정말 잘 어울릴 거 같았는데. 그럼 저거라도 같이 하는 건 어때?"
안나가 가리킨 곳은 팔찌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대만 보면 아까 고르던 옷보다는 저렴했으니 저 정도는 살 수 있다고 생각해 곧 바로 구매했다.
"우와! 엄청 예쁘다!"
"응. 막상 또 이렇게 해보니까 예쁘네.'
팔찌를 구매하고 안나는 물론 루나 또한 마음에 들어 이곳에서 볼 일을 다 본 두 사람은 시간도 됐고 곧 바로 신서울랜드로 향했다. 신서울에 처음 오고나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와본 루나는 이번에는 두번째로 안나와 오게 되었고 안에 들어오자 수많은 놀이기구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그때도 그렇지만 또 다시 이곳에 와보니 벌써부터 루나는 설레는 마음을 간직한채 안나와 함께 놀이기구를 둘러보며 뭐부터 탈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중요한 건 루나보다 안나가 더 흥분한채 루나를 데리고 놀이기구를 타러 곳곳을 돌아다녔다.
루나도 이 부분에서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안나와 놀이기구 취향이 생각보다 안 맞는 부분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첫번째로 바이킹을 탑승 했을 때부터 안나는 기대하는 반면 루나는 몸을 떨며 공포에 질려 있었다.
"응? 루나 왜 그래? 혹시 무서운 거야?"
"무...무섭기는 누가! 하나도 안 무섭거든!"
"그래? 표정이 근데 무서워 하는 거 같은데?"
"아....아니야! 이정도는 별거 아닌....꺄아아악!"
말을 하던 그때 놀이기구가 작동을 시작했고 바이킹이 위로 올라가면서 루나는 한 순간 비명을 질렀고 반대로 안나는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 하고 있었다. 이어서는 자이로드롭을 탑승한채 공중에 멈춰 몸을 떨고 있었고 안나가 손을 잡아줄까 제안 했지만 루나는 거부했다.
"흥, 하나도 안 무섭다고."
"진짜? 하지만 아까 바이킹은 엄청 무서워 했잖아."
"그건 무서워 하던 게 아니라 잠깐 놀란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걸 보여....꺄아아악!"
하지만 자이로드롭이 내려가는 순간 루나는 또 비명을 질렀고 안나는 환호를 질러대며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여줬다. 이후로는 롤러코스터 후룸라이드를 타며 정신 없이 돌아다녔고 안나는 계속 다른 놀이기구를 타려는 반면 루나는 금방 지쳐 안나의 팔을 붙잡았다.
"아....안나....우리 조금만 쉬었다가 타자."
"응? 벌써 지친 거야? 지금 빨리 안타면 이따가 줄이 길어질 거야."
"그건 그렇지만...."
루나는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안나를 설득 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자신과 다르게 안나는 아직 더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하는 거 같았고 우선 그녀를 어떻게 말려야 할까 고민하던 그때 문뜩 눈에 띄게 식당이 보이자 안나에게 제안했다.
"안나, 우리 밥부터 먹는 게 어때? 여기 보니까 맛있는 거 잔뜩 있어!"
먹거리로 화제를 돌리자 안나는 주위에 식당을 보더니 시선은 그쪽으로 향했다. 다행히 루나의 제안이 먹힌 거 같았고 우선 안나를 데리고 어느 식당으로 갈지 정하자 안나는 이미 정했는지 한곳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자!"
"어? 잠깐 저기는...."
안나가 가리킨 곳은 레스토랑이었다. 그것도 루나가 처음 일행들과 같이 왔던 그 레스토랑이었는데 문제는 저곳에 음식들 가격이 비쌌고 그때 먹을 수 있었던 건 이빛나의 도움이 있었으니 지금에 루나에게는 혼자 부담하기는 어려워 안나에게 사정을 설명해 다른 곳으로 가려던 때 휴대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알림을 확인하자 보낸 사람은 볼프강이었고 문자를 확인하니 충분한 양에 돈을 송금해준 거였다. 그리고 문자 내용은 안나와 함께 맛있는 걸 사 먹으라는 팀원들과 같이 돈을 모아 보낸 금액이라면서 생일 축하 한다는 문자가 담겨 있었다.
"볼프강 선생님....다들...."
"루나! 우리 어서 가자!"
"그래.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자."
안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다음 루나는 지난번 빛나가 시켜줬던 메뉴를 따라서 주문했다. 물론 지금은 안나와 단 둘이라서 음식양은 두 사람이 먹을 정도만 해서 주문했고 잠시 후 음식들이 나오자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다시 여기 있는 음식들을 맞이하자 루나는 감탄밖에 안 나왔다.
"음~! 예전에도 그렇지만 여기 음식들은 정말 하나같이 다 완전무결하다니까."
"그러게! 전부 맛있고 완전무결해!"
루나도 그렇지만 안나 또한 마찬가지로 완전무결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식사를 즐기고 있었고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체력을 보충했는지 안나는 다음 놀이기구를 타러 가자고 루나를 보챘다.
"안나, 타는 건 좋은데 이번에는 얌전한 걸로 좀 타면 안될까?"
"얌전한 거? 음....루나 역시 무서웠나 봐."
"아니야! 나는 그냥 밥 먹고 바로 과격한걸 타는 것보다는 조금은 얌전한 걸로 타는 게 좋다고 생각 한거야."
루나는 애써 부정하며 안나를 조심스럽게 설득 하려고 했고 루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놀이기구 중 골라보다가 안나는 마침 재미있을 거 같은 곳을 가리키자 루나는 그곳을 보더니 몸이 굳어졌다.
"설마....저기 들어가자는 거 아니지?"
안나가 가리킨 곳은 신서울랜드에서 무서운 걸로 유명한 유령의 집이었다. 지난번에도 세트때매 반 강제로 들어가 그곳에서 유령 분장한 사람을 보고 한동안 얼어붙었는데 또 저기를 들어가야 하는 생각에 루나는 당장 거부의사를 밝혔다.
"왜? 나 저기 꼭 가보고 싶어. 유령 한번 확인하고 싶단 말이야."
"그런 거 확인 안 해도 돼! 그리고 내가 지난번에 갔는데 유령으로 분장한 사람만 있었어."
"그래? 그럼 루나는 저기 안 무서우니까 들어가도 되는 거지?"
"아니...그게...."
안나의 말에 루나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무서웠다고 말하기도 힘들고 또 들어가 자니 걱정이 앞섰고 그런 와중에도 안나는 계속해서 루나에게 유령의 집에 들어가자고 재촉하니 할 수 없이 이번에도 유령의 집을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다 둘러보고 난 후 안나는 무척 재미 있었다며 즐거워 하는 반면 루나는 얼어붙은 채 굳어 있었다. 안나가 있어서 애써 표정관리를 했지만 그럼에도 다리와 몸은 벌벌 떨고 있었다.
"루나,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아....아니야. 그보다 좀 추워진 거 같다. 우리 어서 다른 놀이기구 타자. 이번에는 내가 골라도 될까?"
"응, 좋아."
안나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루나는 우선 얌전한 놀이기구를 타고 기운을 차리기 위해 가볍게 모노레일을 골라 안나와 같이 탑승했다. 천천히 이동하며 신서울랜드 전역이 다 보였고 위에서 보는 경치에 아까 전까지 무서웠던 게 언제 그랬냐는 싹 사라지며 지금은 그저 눈 앞에 보이는 경치에 감탄하고 있었다.
"루나, 역시 아까 거기 무서운거 맞지?"
"어? 아니야."
"숨기지 않아도 돼. 나는 루나랑 같이 있어봤으니까 루나의 감정이나 마음 충분히 알 수 있어."
"안나...."
안나의 말에 루나는 결국 고백하며 아까 전 놀이기구들이 무서웠다고 했고 특히 유령의 집에서는 정말 무서워 그대로 기절할거 같았다며 하소연을 늘어 놓자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오늘 나한테는 생일도 그렇지만 너와 이렇게 즐겁게 둘이서 시간 보내니까 얼마나 좋았는데."
"루나....그렇게 말해주니 나 엄청 기뻐. 내가 루나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야."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 사이 마침 모노레일은 한 바퀴 다 돌며 멈췄고 문이 열려 안나는 루나의 손을 덥석 잡고는 빠르게 이동했다.
"아....안나....갑자기 어디 가려고?"
"이제 루나도 괜찮아졌고 아까 후회는 없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여기서 제일 유명한 롤러코스터 타러 가자!"
"뭐? 아니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안나의 악력에 루나는 붙들려 그대로 끌려가듯 따라가게 되었고 결국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진정됐던 마음은 다시 비명을 지르며 롤러코스터를 타며 두 사람은 남은 시간동안 신서울랜드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날이 어두워질 무렵 한참을 놀다 잠시 쉬던 중 팀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안나, 아무래도 슬슬 가야 할 거 같아."
"응? 벌써? 우리 좀만 더 놀면 안돼?"
"그러고 싶은데,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어. 같이 저녁 먹자고 식당으로 오라고 하셨거든. 안나도 같이 가면 안될까? 다들 좋은 분들이고 내 친구들도 다 좋은 애들이거든."
"....나는 루나랑 둘이 있고 싶었는데....분명 루나한테도 나만큼 그 사람들이 더 특별한 거겠지?"
불평을 늘어 놓던 안나는 루나를 따라 신서울랜드를 나오게 되었고 파이가 보내준 문자로 지정된 식당에 도착하자 평범한 고기 집이었다.
"어서와! 루나! 안나!"
"의외로 이런 곳으로 잡으셨네요."
"식당을 알아보다가 검은양팀분들이 추천을 해줬어요. 여기서 주로 회식을 하셨다고 하고 맛도 있다고 하니 충분히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재미있게 놀았어? 우리가 보내준 돈으로 맛있는 것도 사 먹었고?"
볼프의 말에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었다며 표정만 봐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겼던걸 알 수 있었다. 볼프도 루나의 반응에 마음에 드는 거 같아 뿌듯해 보였고 이어서 다음으로 볼프는 준비한 선물이라며 포장된 선물을 줬다.
"선생님, 이거 생일 선물 인가요?"
"그래. 아까 준 돈은 팀원들끼리 준비해준 선물이라면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주는 선물이니까 받도록 해."
"제 것도 있습니다. 받아주세요."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에서 나도 여기 선물!"
"세트도 여기 선물이다! 생일 축하한다 루나야!"
팀원들은 각자 준비한 선물을 이어서 루나에게 한 가득 줬고 루나는 기뻐하는 반면 옆에서 지켜보던 안나의 표정은 어두웠다. 팀원들과 다르게 자신은 준비해온 선물이 없어서 그런지 불편한 거 같았고 그녀의 표정을 눈치챈 소마가 슬쩍 고기를 올리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자, 우리 이럴 때가 아니잖아요. 고기도 도착했으니 맛있게 먹어보자고!"
"오! 고기! 좋다! 어서 먹자!"
"특히 루나는 많이 먹도록 해! 안나도 말이야!"
"....누가보면 자기가 사는 줄 알겠네. 너희들 이건 엄연히 내가 사는 거라고....생색을 낼 거면 내가 내야 한단 말이야."
"그건 아니죠. 회식 하라고 임시지부장님이 급여를 보내주신 거잖아요. 그러니 이건 임시지부장님이 사주는 거라고 봐야 죠."
볼프의 말에 파이는 반박하자 볼프는 한숨을 쉬며 할 말을 잃었고 우선은 식사를 하자고 회피했다. 안나는 루나가 속한 팀원들의 모습을 보자 아까 전까지 어두웠던 표정은 조금씩 밝아졌고 이들의 행동에 루나가 좋은 사람들과 만난 거 같아 기뻐하는 눈치였다.
"자, 안나도 아 해봐."
어? 아~"
소마는 준비한 쌈을 안나의 입에 넣어줬고 소마는 미소를 지으며 맛있냐고 묻자 안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소마는 자연스럽게 안나에게 말을 걸며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가게 되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 얼마 있다가 그새 안나는 사냥터지기팀의 적응을 했는지 소마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 과도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해졌다. 특히 소마랑 서로 성격이 잘 맞아서 그런지 소마의 개그에도 웃으며 재미있어 했다.
"아, 진짜 재미있다. 너 사람 진짜 잘 웃기게 하는 재주가 있구나."
"그렇지?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크게 웃기게 해줄 테니 기대하라고."
"안나, 굳이 저런 거에 반응 안 해도 돼."
"아니야. 진짜 재미있어서 그랬는 걸. 좀 더 개그 듣고 싶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난 슬슬 가야 할 거 같아."
"어? 벌써 가야 한다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가 안나가 곧 가야 한다는 말에 루나는 당황했고 시간도 꽤 지나 있었다. 오늘 하루동안 같이 붙어 있어서 그런지 안나가 막상 떠난다고 하니 루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조금이라도 그녀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들자 소마가 그녀의 팔을 툭툭 치며 작게 속삭였다.
"그러지 말고 안나를 데려다 주고 와."
"소마...."
소마의 말을 듣고 루나는 결심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안나를 배웅 해준다며 안나와 같이 식당에서 나왔고 두 사람은 그렇게 단 둘이서 거리를 걸어갔다. 안나는 오늘 루나 덕분에 재미 있었다며 기분 좋아 보였고 루나 또한 안나를 보며 즐거웠다고 말했다.
"안나....우리 내년에도 또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거지?"
그 말을 듣고 안나의 발 걸음이 멈췄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는 루나의 대답에 안나는 소심하게 한 마디를 내뱉으며 답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힘들 거 같아."
"응? 어째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오늘처럼 네가 이렇게 왔다면 우린 틀림없이...."
"사실 내가 여기 올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도움을 받아서 올 수 있었어. 날 도와준 존재는 누구인지 말 못하지만 아마 다음에는 이렇게 오는 건 힘들 거야."
"그럴수가...."
루나는 안나의 말을 듣고 실망하자 안나는 웃으며 루나의 어깨를 붙잡고 위로를 해줬다.
"걱정마! 우리가 이렇게 떨어져도 저 멀리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멋진 팔찌까지 같이 맞췄으니까 우리가 더더욱 이어져 있다는 거 아니야?"
안나는 아까 전 맞춘 팔찌를 흔들며 말하자 루나도 아까 전 맞춘 팔찌를 바라보며 납득했다. 그때 분명 우주로 떠난 안나를 보고 그녀와 다시 만나려면 아주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생일에 맞춰 마치 깜짝 선물처럼 그녀가 눈 앞에 나타났고 오늘 하루동안 안나와 그동안 하고 싶었던걸 생각만 한 걸 실제로 할 수 있어 루나에게는 큰 가치 있는 날이었다.
"응, 네 말이 맞아. 앞으로도 우리는 이어져 있을 거고 멀리 있어서도 서로를 지켜보고 있을거잖아."
"그러면 됐어. 이러면서 루나도 조금씩 어른으로 성장하는 거겠지. 나 그러고보니 오늘 생일인데 루나에게 이 말 안 했네."
안나는 다시 루나를 똑바로 바라보고는 정면에서 환하게 웃는 것과 동시에 그 순간 하늘에서 유성이 내리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루나."
"아....안나...."
루나는 자기도 모르게 한 순간 울컥해 눈에 눈물이 맺히고 말았고 하늘도 루나의 생일을 축하해주는지 많은 유성이 쏟아져 내렸다. 루나와 안나는 그 광경을 보고 시선이 가게 되었고 두 사람은 하늘에서 내리는 유성에 넋을 놓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유성을 봤을 때 루나는 안나에게 할 말이 있었는지 고개를 돌렸다.
"저기 안나...."
하지만 루나가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안나의 모습은 없었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것에 루나는 당황했지만 그래도 안나에게 자기 마음이 통했을 거라 믿으며 분명 저 하늘 너머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거라고 믿으며 손을 뻗은 채 루나의 팔에 달린 팔찌가 다시한번 눈에 띄게 나타났고 루나는 마치 안나에게 하는 말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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