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됐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반가워. 아, 이렇게 직접 대화를 하는 건 처음이니까 격식 차리는게 좋을까?- "아니예요.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저희는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냈잖아요." -고마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게.- -아주 중요한 촬영을 한 건데, 그 앞에 찍을 영상을 네게 부탁하고 싶어. 부탁해도 될까?- "내용은 아무거나 괜찮나요?" -괜찮아. 네가 한 번은 찍고 싶었던 걸로 찍어도 돼.- "음.... 마침 떠오르는 게 하나 있네요."" -그래. 잘 부탁해. 너희의.... 아니, 우리의 -----를 멋지게 열어줘.- "그렇게 들으니 기쁜데 긴장되기도 하네요. 맡겨 주세요! -후후. 필요한 건 유니온과 벌처스에 요청하면 될거야. 무조건 들어줄테니 예산 걱정 말고.- "네. 아! 혹시 괜찮다면 그 [두 분]도 같이 촬영해도 되나요?" -[두 분]? ....혹시 [그들]을 말하는 거야? 나와도 되긴 하지만.... 그들은 실제하는 이들은 아닌데 괜찮겠어?- "괜찮을 거예요. [두 분]은 실제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 분도 저희.... 시궁쥐 팀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이거, 영광인 걸. 그럼, 다시 한번 잘 부탁할게.- -루시.- 화면 너머에 있는 누군가들과 시궁쥐 팀의 소녀 클로저, 루시 플라티니. 그 둘로서 시작하는 비밀스러운 촬영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그 날은, 어느날처럼 평범한 날이였다. 쿵쿵쿵!! 쿵쿵쿵!!! "뷜란트 씨! 안에 계세요?" 어느 숙소 방문 앞, 금발의 작은 소녀가 힘차게 문을 두들기며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끼이익------ 이내 문이 열리고, 회색 머리의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루시 아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느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는 남자의 눈 앞에, 무언가가 들이밀어져 있었다. "여기 계신 분은 뷜란트 씨. 늑대개 팀의 레비아 씨처럼 차원종이지만, 인류의 편에서 함께 차원종을 쓰러트리는 소중한 동료랍니다!" 루시는 뷜란트에게 들이밀었던 것-카메라로 자신을 찍으면서 리포터처럼 해설을 해갔다. "뷜란트 씨! 그 잠옷은 취향일까요?" 그는 복실복실해보이는, 귀여움 수치를 최대치로 찍어놓은 듯한 동물 잠옷을 입고 있었다. "아.... 응, 그렇지. 나름 편해서 제대로 잘 땐 챙겨서 입는 편이란다." "생각보다 귀여우시네요! 자, 그럼 다음 분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실지 가 볼까요?" 루시는 마무리 멘트를 하면서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래서 장단은 맞춰줬다만..... 아직 아침 6시도 안 되었는데 무슨 일이느냐? 그리고 방금 그건 또 뭐고....?" 한쪽이 역안인 회색의 남자-전 군주급 차원종 뷜란트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물었다. "그게, 오늘 아주 중요한 임무가 있거든요. 그 본격 촬영 전에 오늘 저희팀의 아침 모습을 따로 촬영해달라고 부탁하셨고요." "오호, 가벼운 일상 촬영 초입 같은 거구나." "다들 어제 늦게까지 출동해 있어서 푹 잠들어 계실테니.... 간만에 망가진 모습들을 찍어볼 수 있겠다 싶어서 오케이 했죠. 후후후...." 루시는 입가를 가리고 웃었지만, 그 틈새로 보인 미소는 그 외모에 걸맞는 악동의 미소였다. "그거 참..... 재미겠구나. 나도 얼른 갈아입을테니 잠시만 있거라." 뷜란트는 루시처럼 악동의 미소를 씩 짓고는 허겁지겁 환복을 마치고 함께 다음 희생자(?)의 방으로 향했다. "다음은 누구로 정했느냐?" "다음은.... 김철수로요. 항상 빈틈이 없어서 망가진 모습을 보기 힘들단 말이죠." "그래도 어제는 꽤 힘들었으니... 아니다. 그 아가는 상당히 예민하니 말이다." "그럼 여기서부터 조심히 가 볼까요." [Rec On] 루시는 카메라를 다시 켜고선 진입 멘트를 시작했다. "자, 다음 분의 방 근처에 왔는데요.... 왜 저 멀리서 찍냐고요?" "다음에 찍을 멤버는.... 상당히, 아니. 아주 감이 날카로워서 이렇게 머---------얼리서 부터 찍어야 성공할까 말까란 말이다." "뷜란트 씨는 소리를 없애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이대로 한 번, 조용히 진입해 보겠습니다....!" 뷜란트가 바람으로 기척과 소리를 죽이자, 두사람을 실실 웃으며 살금살금 김철수의 방문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방문 앞에 무사히 도착한 둘이 방문을 힘차게 두드리려는 찰나, 벌컥! "누구냐?" "우와앗!??" "뿌엑!!" 갑자기 방문이 확 열리면서 문에 부딪힌 두 사람의 눈 앞에 별이 맴돌..... 아니, 권총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루시...? 뷜란트...?" 검은 남자-그 와중에 흐트러짐 없이 이미 싹 세팅한 채 방에서 튀어나온 김철수는 두 사람을 알아보곤 당황하며 총을 거두었다. "이런 아침부터 기척까지 줄이고 무슨 일이냐? " "음..... 안타깝게도, 김철수 아가의 몰래카메라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하하하.... 그래도 다음분부터는 이렇게 어렵지 않으니 기대해주세요...!" 실패했지만 루시는 프로처럼 멘트를 마치고서 카메라를 정지시켰다. "어..... 음...... 내가 실수한 모양이군." "아니..... 아니다..... 우리도 성공할 거라고 장담 못했는데 예측이 맞았을 뿐이니까....." "맞아요. 몰래 다가온 저희가 잘못이죠..... 저희가 잘못이예요....." "음...... 그, 미안....하다....." 눈이 죽은채 허탈하게 웃는 두사람의 모습에 김철수는 진땀을 흘리며 사과했다. "그런데 김철수, 왜 이런 아침부터 세팅이 다 되어있는 거예요? 설마 그대로 잔 거 아니죠?" "그건 아니다. 이것도 훈련받은 건지 모르겠지만.... 짧게 자도 어느정도 회복하고 깨어날 수 있다." "그래서, 언제 깼느냐?" "두시간 전 쯤이다." "우리.... 어제 3시쯤 일 끝났던 것 같은데.... 너도 참, 인간에서 벗어나고 있구나." "김철수는 다시 찍긴 그렇고.... 다음 분에게 가 볼까요." 칭찬 아닌 칭찬을 마무리하고, 다음 가까운 희생자(...)의 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 [Rec On] "....자, 아까는 아쉽게도 실패했지만 이번은 안 그럴거예요!" "이번엔 누구의 방일~~까~~~?" "바로 바로~~~~" "미래의 방이다. 미래도 예민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기척을 줄이면 알지 못하겠지." 뷜란트와 루시가 흥을 올리는 와중에 김철수가 그대로 맥을 끊어버렸다. "김철수.... 저희가 흥미 올리고 있는데 식히지 마세요....." "아..... 미안하다. 자중하도록 하마." "뭐, 철수 아가 말대로, 이번은 미래 아가의 방입니다. 미래 아가의 아침은 과연, 어떨까요....?" "잠시 후에.... 개봉, 박두!" 이젠 아예 대놓고 촬영팀으로 결성한 세 사람. 카메라맨 김철수, 리포터 루시, 조명 및 각종 효과 겸 서브 리포터 뷜란트. 세 사람의 악의(?)가 미래의 방을 향했다. "자.... 시작 합니다....!" 쿵!! 쿠쿠쿠쿠쿠쿠쿵!!! "미래 언니! 미래 언니이이이이이!!!" 루시가 방문을 사정없이 두들기며 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야..... 옆에서 이리 보니 진상이 따로 없어 보이는구나....." 그렇게 한참을 문을 두들기며 부르자, 달칵 "어..... 루시......?" 미래가 다 뜨지도 못한 눈을 비비며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미래 언니! 아침에 일어나시면 뭘 하시나요?" "아, 음...... 옛날엔, 섬 아이들이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돌아다녔어.... 밤 사이에 죽는 아이도..... 많았....으니까...." "이, 이거 너무 무거운 대답으로 돌아왔는데요....? 그, 그럼 요즘 아침은 뭘 하시나요?" "요즘은.... 남은 아이들이 잘 있는지.... 연락....." 피로 때문인지 미래는 대답하면서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다시 잠에 들었다. "어.... 음......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이 잘 보였던 미래 씨였습니다! 다음 방으로 갈게요!" 루시는 서둘러 멘트를 수습하고 카메라를 멈추게 했다. "방금 내용..... 쓸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뒷내용만 살리면 되지 않을까 싶구나....." "미래는 어떻하지? 다시 방에 재우나?" "다음 일정이 있기도 하고.... 김철수 당신이 좀 업고 다녀주세요." "알겠다." 김철수가 새근새근 자고 있는 미래를 업고서, 그대로 함께 다음 타깃의 방을 향했다. ****** "그나저나 셋 중에 둘이 내용이 이래서.... 나중에 한 소리 듣는거 아니겠지?" "확실히.... 뷜란트 씨 빼고 내용들이 다 이래서..... 문제는 남은 사람들도 좀 빡센 사람들만 남았고....." 남은 인원을 떠올린 루시와 뷜란트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리 씨는 처형인 출신에 저격수라 그런지 예민하시고......" "은하 아가도 수금원 출신이라 감이 상당히 좋지....." "자온 씨는 육감은 김철수 못지 않지만.... 평소 덜렁이 기질이 있어서 할만 할지도요." "아가는 전투적인 면에선 예민하지만..... 그 외엔 상당히 허당이니까." 아마 이 자리에 본인이 있었다면 자기 왜 까이냐고 울분을 토해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패턴이라도 바꿔볼까요? 막 큰일 났다고 하면서 불러보는 거죠."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나도..... 아니, 나보다는 철수 아가가 더 효과적일지도. 철수아가는 이런 장난성으로 속이는 건 잘 못하니까 말이지." "오, 괜찮은데요? 할 수 있겠어요, 김철수?"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 "좋아요....!" 네 사람(아직도 얌전히 자고 있는 미래까지)은 수근거리며 작전을 세우곤,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그럼, 가볼까요?" "자..... 그럼, 큐!" [Rec On] "연이은 실패로 실망하셨겠지만, 저희는 이번엔 패턴을 바꿔서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찾을 분은 바로......!" "저격수, 애리 아가씨지. 속이기 힘들겠지만, 이번은 꼭 성공할테니 지켜봐다오." "자.... 그럼, 달립니다!" 네 사람(여전히 김철수 등에서 졸고 있는 미래까지)은 애리의 방까지 전력질주 하더니, "애리 씨! 애리 씨이이이!!!" "큰일이다, 애리! 문 열어 봐라!" "긴급 상황이란다, 아가씨! 얼른 열어보거라!!" 방문을 정신없이 두들기며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쿠당탕!! 쿵!! 방에서 부딪이는 소리가 몇 번 울리더니, 이내 방문이 활짝 열리며 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인가요?! 차원종이 습격이라도 해온 건가요? 아니면 저수지한테 큰일이......." 활을 들고 급하게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애리는 촬영팀을 발견하고는 표정이 싹 굳어가기 시작했다. "자, 저희팀의 저격수! 애리 씨입니다! " "바로 하나만 물어보마. 오늘 아침은 어떤 일정을 보낼 예정이였느냐?" "평소엔 일어나자마자 활부터 점검하는데..... 오늘은 다른 일정이 있어요." "그게 뭔가요?" "그건....." 애리의 눈이 희번뜩하게 띄이더니, "물총 놀이, 예요." 이내 날카로운 저격수의 눈으로 바뀌었다. "모두 피해라!" 쏴아아아아아!!!! 모두가 서 있던 자리 위로 애리의 파트너로 알려진 물방울, 방울 씨가 그 자리에 물폭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아!!!! 물총이 아니라 물대포잖아요------!! 쉭! 슈슉! 슈슈슉!! 끼에에에엑!!!! 물총이 아니라 물화사앍앍-----!! 순간 예지 능력으로 피한 김철수(와 물난리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미래)와 달리 피하지 못한 두 사람은 물폭탄과 살상력 제로의 물화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몰래카메라의 후폭풍을 온몸으로 맞이했다. ****** [Rec On] "안녕하세요, 여러분? 시궁쥐 팀의 애리라고 합니다. 저희는 지금 다음 팀원의 방 앞으로 막 도착했습니다." 카메라가 켜지자, 애리가 환하게 웃어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왜 루시 양과 뷜란트 씨가 안 보이냐고요? 그 두분은.... 장난친 대가인지 물에 흠뻑 젖으셨더라고요. 환복하러 가셨답니다. 후후훗....." "이번 촬영을 도와주시는 분은 카메라의 김철수 씨, 그리고 보조의 미래 씨가 도와주고 있습니다~" "안녕...? 잘 부탁해."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미래가 카메라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자, 이번 팀원은 바로 바로...... 시궁쥐팀의 은밀 당담, 은하 씨입니다." "저도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요.... 이제 방문을 두들겨서 부르는 건 힘들지도요. 은하 씨도 워낙 감이 좋아서요. 그래서, 이번 건을 도와줄 특별한 친구가 도착했습니다♡" 보그르르르르---- 카메라를 옆으로 돌리자, 방울 씨가 부글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떻게 도와주냐고요? 방울 씨는 이렇~게 탱글탱글하지만, 본질은 물이랍니다. 이런식으로....." 애리가 방문 틈으로 방울 씨를 들이밀자, 그대로 방문 틈으로 쭈우욱 스며들어간 방울 씨는 조용히 방문을 열어주었다. "짜잔----! 방울 씨 매직!" 애리는 포즈를 잡으며 소리없는 박수를 치자, 미래와 김철수도 그녀를 따라 소리없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럼 들어가기 전에.... 카메라는 잠시 대기. 여성의 방에 들어가는데, 불의의 사고는 피해야죠." 방울 씨로 신호를 준다며 김철수와 미래를 밖에 대기시키며, 애리는 살금살금 은하의 방 안에 몰래 진입했다. 잠시 후, 보그르르르----! 사전에 합의한 오케이 사인이 내려오자, 미래와 김철수는 애리를 따라 살금 살금 방에 들어갔다. 쌔액------ 쌔액------ 어제의 피로로 은하는 세 사람이나 방에 들어와 있는데도 자고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휘적휘적---(김철수 씨, 신호 주면 불 켜주세요.) 슉슈슉휘휙--(알겠다) 어둠 속에서 서로 수신호를 주고 받은 둘은 완벽한 합을 맞추며 불을 켤 준비를 마치고.... "에츗." 그 순간, 어디선가 귀여운 재채기 소리가 들려왔다. 얇게 입은 채로 나와있었던 미래가 순간적으로 재채기를 한 것이였다. "으음....." 재채기 소리를 들은 은하가 뒤척거리며 일어나려고 하자, "김철수 씨!" 탁! 다급하게 점등을 지시하자 바로 불이 켜지고, 바로 은하의 옆에 앉은 애리는 인터뷰 준비를 마쳤다. "....저격수 언니?" "자, 저희 시궁쥐 팀의 은밀과 지략 담당, 은하 씨입니다. 얇게 입고 주무시는데, 춥지는 않으셨나요?" "....방 따뜻하잖아요. 근데 이게 뭔.....?" "그렇군요. 자, 다음은 은하 씨는 아침에 깨어나면 평소에 뭐부터 하시나요?" "수금 의뢰 들어왔는지 확인...... 아니, 잠시만. 이게 다 뭐하는 거예요?" 잠결에 대답하던 은하는 갑자기 잠에서 확 깨어나면서 모두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음, 듣기만 해도 수금대상이 오싹할 만한 습관이네요. 자, 은하 씨의 아침은 이렇답니다! 그럼, 마지막 팀원의 아침을 확인하러 가 볼까요?" "이런 삐-----" 은하에게서 험한 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애리는 급하게 클로징 멘트를 날리며 편집 타이밍을 맞추었다. 물론 촬영 컷이 난 이후에도, 은하의 험한 말은 약 5분여간 계속되었지만. ****** [Rec On] "뽀송하게 돌아온 루시와!" "뷜란트랍니다. 뿌우--" 환복을 끝마치고 뽀송하게 돌아온 루시와 뷜란트가 인사 멘트를 날렸다. "자, 어느새 마지막 한 분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어느순간 몰래 카메라같은 느낌이 됐는데 괜찮은게지....?" "당해보니까 좀 짜증하긴 했는데.... 하는 입장으로 바뀌니까 갑자기 즐거워지는데요." 한껏 욕하고서 기분이 조금 풀린 은하는 몰카(?)할 생각에 사악하게 웃으며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온 씨는 어떻게 공략할 건가요?" 은하에게 욕과 잔소리를 듣고 살짝 헬쑥헤진 애리가 묻자, 자온 전문가인 뷜란트가 설명을 시작했다. "아가는 악의에는 꽤나 민감한 편이라 지금같은 상태면 들어가기도 전에 바로 눈치챌 정도로 예민하지. 하지만 안심할 만한 환경에서 악의 없이 조용히 깨우면, 비몽사몽한 상태로 깨어났다가 다시 짧게 잠든단다." "그 상태가 아주 재밌는데..... 그 순간을 꿈이라 생각하는지 묻는거에 솔직하게 다 대답한단다. 즉, 비몽사몽 인터뷰하기엔 최적의 인물이지." "호오.... 재밌겠는데요?" 김철수와 미래를 제외한 그 자리의 모두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좋아요.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비몽사몽 인터뷰를 해볼까요?" "가자~ 애리 아가씨, 문만 좀 열어다오." "방울 씨, 부탁할게요." 자온의 방문 앞에 다가가자, 방울 씨는 은하의 방문을 열었던 것처럼 방문 틈으로 쑤욱 들어가 안에서부터 문을 열어주었다. "아, 들어가기 전에. 카메라, 어둠 속도 찍을 수 있느냐?" "적외선 모드로 바꾸면 될 걸요? 김철수, 잠깐 줘볼래요? .....됐어요." "자, 천천히 진입-----" 정말 쥐처럼 소리없이 살금살금 들어간 시궁쥐 팀원들은 소리도 없이 곤히 자는 자온의 옆에 도달했다. "자~온~씨이~" "우웅....." 루시가 작은 목소리로 깨우자, 자온이 몸을 몇번 뒤척이곤 일어나 실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꿈인가. 왜 다 여기 있지.....?" "꿈 맞아요. 우리가 다 여기 모일 일이 왜 있겠어요?" 은하가 조용히 거짓말하자, "....그렇네. " 자온은 꾸벅꾸벅 졸면서 긍정했다. "뷜란트 말이 맞네. 조용히 불러서 깨우니까 반응이 느릿느릿해." 10년간 그와 살면서 알아낸 그의 정보는 확실히 실용적이긴 했지만..... 왜 그런 것까지 파악했는지에 대해 다들 조금 의문이 들었다. '분명 이 영감님, 얘 놀릴려고 찾은 걸꺼야.' '자온 씨 놀릴려고 찾아내신 거겠죠....' 뷜란트의 의중을 파악한 은하와 루시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비몽사몽하는 자온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자온 씨는 평소에 일어나면 뭐부터 하시나요?" "어...... 가볍게 스트레칭부터 하고..... 능력 조정....해......" "요즘은 꽂이신 취미같은게 있을까요?" "요즘은.... 차나 커피같은게 맛있더라고... 바이올렛 씨나 하이드 씨에게 부탁해서.... 새로운 차나 커피 받아서 내려 마시는 게..... 최근 취미....." "와.... 저러는데 제대로 안 깬 상태라니.... 평소 환경이 혹독하셨나 보네요." "아가만 저런 줄 알았더니.... 그런 건 어디가도 비슷한 모양이구나." 거의 신상이 파헤쳐지는 질문을 당하는데도, 자온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성실하게 대답하였다. "그럼.... 평소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너희들....." 자온은 모두를 느릿느릿하게 둘러보고는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미래는..... 가끔 멍하달까, 너무 순해서 걱정되긴 하는데..... 잘 싸우기도 하고 신념이 두터워서.... 믿음직스럽지..." "김철수는..... 싸우는 건 걱정없긴 한데.... 최근엔 과거 플래시백 일어난 것 때문에 걱정이야..... 그래도, 그 굳은 마음이라면 여전히 김철수로 남을 거 같아서.... 안심되기도 해." "애리 씨는.... 긴가민가 해. 영감은 괜찮다고 하는데 뒤섞인 존재가 위대한 의지의 반려였잖아..... 그래도, 저수지를 향한 마음이 진심인 거 같으니까.... 조금은 더 믿어보려고...." "루시는...사람의 마음을 서로 공감하기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진중이라곤 갖다 버린 영감과 달리 그런 부분에서 말하기 편하달까..... 실질상 최연장자라 그런 거 같기도하고....." "이 놈이....?" "여자의 나이로 디스를....!" 생각치도 못한 디스를 받은 루시와 뷜란트가 움찔했으나, 간신히 억누르며 계속해서 이어 들었다. "영감은..... 진중이라곤 1도 없고..... 맨날 은근 속 썩이는데.......그래도 10년동안 내 버팀목이 되어줘서..... 정말 고마운..... 존재지...." "수현은 어린데도 늘 우릴 서프트해줘서 고맙고..... 저수지는 볼 때마다 활기랑 용기를 줘서 정말 고맙고..... 감찰관도 언제나 우릴 위해 많은 걸 감내하고 도와줘서..... 너무 고맙지....." 자온은 꾸벅거리면서 감사를 다 표현하더니 그대로 스르르 다시 침대에 눕기 시작했다. "저 모습을 보니 이제 금방 깨어나겠구나. 자, 서둘러 나가자꾸나." 모두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하려는데, "어이, 나는 왜 아무말도 안 하는데?" 자기만 아무 말도 못 들은 은하가 마지막으로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은하.....? 좋지..... 좋은데..... 요즘엔 이 좋다의 감정이.... 동료 말고 연...." "연.....?" "가자...! 이제 진짜 끝....!" "으음...... 으으으으-------" 다시 누운 자온이 두어번 몸을 뒤척이더니 일어나려는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자, 이들은 서둘러 방을 나와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달칵 "휴우우..... 인터뷰 자체는 제일 성공적이네요." "시궁쥐 팀의 아침일상, 잘 봤지들? 언제 다시 볼지 모르겠지만 또 보자꾸나." "시청해주셔서 고마워요. 또 만나요." "또 만나뵈요!" "....컷. 이걸로 딱 끝내면 되겠구나." "나중에 제출하고.... 일단 자온 씨 깨워서 가죠. 가장 중요한 촬영이라 일찍 가서 준비해야 하거든요." "어지간히 중요한 촬영인가 보군." "보면 다들 기합 좀 들어가실걸요? 긴장하셔야 할 거예요." 촬영을 마무리하고 한참을 떠들고 있자니, 달칵 "영감....? 다들..... 내 방 앞에서 뭐하고 있어.....?" 방 앞의 소란스러움을 듣고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자온이 문을 열고 나왔다. "아, 별건 아니다. 중요한 촬영이 있다고 아침부터 일찍 준비해야 한다길래 깨우러 온 게다." "그래? 하아아암------- 아, 촬영이라고 하니까 이상한 꿈 꿨다?" "무슨 꿈?" "너희가 다 와서 인터뷰 따가는 꿈. 꿈 속이라 그런지 너희한테까지 숨기고 싶은 것까지 아주 시원하게 대답하더라고." 뜨끔 미묘한 모두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낀 나는 뭘 말하려고 하는데, "보통 그런 꿈은 숨기고 있는게 많을 수록 더 잘 꾼다고 들은 거 같아요. 털어놔도 되는 비밀이 있으면 속 시원하게 말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런가요.....? 그런가 보네요." 애리의 자연스러운 커팅에 자온이 그러려니하고 넘어갔다. 모두가 자온 몰래 애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은하 넌 왜 아침부터 얼굴이 빨갛냐? 열 있어?" "벼, 별 거 아니거든!?" 자온이 은하의 이마에 손을 얹어 열을 재자, 은하는 그의 손을 황급히 치우며 뒤로 물러났다. 요즘엔 이 좋다의 감정이.... 동료 말고 연.... 혼자만 듣고, 끝까지 듣지 못한 의미심장한 대답. 그 뒷내용을 알 것만 같아서 은하는 남몰래 마음을 삭혔다. 물론, 촬영된 자신을 본 자온이 현실이라는 걸 깨달고, 그때 한 대답의 뒷말을 기억해내곤 혼자서 몰래 이불을 걷어찬 것은, 조금 더 미래의 일이였다. ***** "후아아암..... 그래서,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촬영을 하길래 깨웠대?" 식당으로 내려와 가볍게 아침 식사를 시작하던 나는 불현듯 떠올라 물었다. "그러네요. 단순히 일상 촬영이라기엔 너무 이른 것 아니였나요?" "그래요. 이제 슬슬 말해봐요, 꼬마 언니. 이 바닥에서 숨기는 거 있으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알죠?" "아니, 우리 바닥 그런 살벌한 세계 아니잖아!?" "마음 같아선 바로 말하고 싶지만..... 이따가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려고요. 히히." "호오.... " 악동처럼 미소를 짓는 루시를 본 은하는 옅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쓰윽 일어서기 시작했다. "꼬마 언니, 손 안 아까운 모양이네요?" "으, 은하 씨....? 눈이 다시 무서워지셨는데요.....?" "야, 야. 은하, 참아. 참아!!" 한바탕 피바람(?)이 불 뻔한 아침을 마무리한 우리는 루시의 안내를 따라 어느 한 스튜디오에 다다랐다. "와아.... 넓어.....!" "이거, 진짜 넓은데?" "무슨 촬영을 하길래 이런 걸 했대요?" "이젠 알려줘도 되지 않나, 루시?" "이젠 알려드리려고요. 이번 촬영의 주제는 바로....-------거든요!" 루시가 숨겨온 주제를 들은 우리는 잠시 버퍼링 걸린 것처럼 멍하니 있다가, "....오늘이 벌써 그날이였어!?" 너무 놀라 익룡을 연상시키는 괴성을 내버렸다. "벌써, 그날이였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관리라도 하고 잘 걸 그랬네요." "나도... 좀 더 신경 써서 나올 걸 그랬군." "우리 꼴, 이래서 괜찮은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평소처럼 나왔잖아. 이래도 되는 거야?" "괜찮아요.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서, 유니온과 벌처스에서 다양한 지원이 왔거든요." 루시가 스튜디오 옆방을 열자, 각지에서 유명하기로 알려진 미용사와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자, 여러분. 각오는 되셨죠? 모두 예쁘게 해서 돌아오는 거예요!" "자, 잠깐. 이렇게 본격적이면 좀 무서어어어업!?!??" 각종 아티스트의 중압에 뒷걸음질 치던 시궁쥐 팀원들은 그대로 아티스트들에게 납치(!)되어 꽃단장을 당하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악!!!! ****** "설마, 이걸 입을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러게. 우리 형님은 한 번도 안 입고 다니셔서 사진으로 밖에 못 본 의상이라.... 나도 입을 일 없다고 생각했었어." "차원전쟁 시절 건 입은 적 있었지만.... 이 시대의 것은 저도 처음 입어 보네요." 단장을 먼저 마무리한 나와 은하, 애리 씨가 스튜디오에 다시 발을 들이자, "오, 뭐야! 다들 예쁘게 입었네?" 언제 왔는지 저수지가 우리의 모습을 보곤 감탄을 자아냈다. "저~수~지~♡ 어때요? 예쁜가요?" "그래, 그래. 예뻐. 잘 어울리네." "촬영 구경 온거야, 저수지?" "어. 너희 영감님이 촬영이나 같이 구경하자고 다 데려왔어." "다?" "원래는 나중에 오려고 했는데... 어차피 올거 일찍 와서 보자고 하셔서요." "하하.... 저는 그 옆에서 서류 작업 도와드리다가.... 뷜란트 씨께 납치당했달까요...." 감찰관과 수현이 살짝 넋 나간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옷이나 머리가 바람에 휘날린 것처럼 날아다니는 게 영감이 아주 맘 먹고 빠르게 납치해 왔나보다.... "감찰관. 민수현. 왔구나." "오, 미래 아가도 잘 어울리는구나." "이런 옷은.... 솔직히 너무 어색하군." "어색하다고 느끼니까 더 그런거예요. 더 당당하게 있어요, 김철수." "여러분, 너무 잘 어울리세요." "감사합니다, 오세린 씨!" "클로저 님! 이제 곧 촬영하겠습니다! 준비해주세요!" "아, 작가님. 촬영 전에 잠시만요." 수현이 의자를 하나 가져다 놓고는 그 앞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했다. 뭐예요, 그 카메라는....?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요. 한마디씩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서요." "가, 감찰관 먼저 하면요. 막상 하려니 쑥스러워서...." "그런 소리 나올까봐 아가씨는 먼저 촬영했단다. 그런 꼼수는 안 통해." "젠장..... 그런 부분만 꼼꼼해서.....!" "하하. 진중이라곤 1도 없는 늙은이라 그렇단다." "맞는 말이.... 아니, 그런 말을 자기 입으로 하는 거야!?" '''''맘에 담아두고 있었구나.....''''' 아침에 들었던 말을 마음에 담아두다가 말한 뷜란트의 모습을 본 모두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였다. "자, 그러니 얼른 한마디씩 하고 촬영하자꾸나. 작가 분 기다리신다." "후우....." "그럼 저부터 얘기할게요!" "수많은 역경이 있었는데도, 저희와 함께 해 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언제나 함께 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저희와 오랜 시간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 저수지도 잘 부탁드릴게요?" "부족한 나와 힘든 임무를 함께해 주어서, 정말로 고맙다. 앞으로도 함께한다면.... 정말 고맙겠다." "벌써.... 너희랑 알게 된지도 그렇게 오래됐는지 몰랐네..... 고마워. 앞으로도 함께 해 줄 거지?" "시궁쥐팀 전원이, 당신의 10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너희도, 한 마디씩 해야지. 진짜는 아니지만 이곳에서만은 너희는, 누구보다 진짜니까.- 당신은.....! 루시에게 촬영을 맡긴 [누군가]와 마주한 나와 영감은 잠시 어물거리다가 카메라 앞에 앉았다. ".....나는.... 여기 있는 모두와 진짜 함께인 건 아니지만 벌써 거의 4년을 함께 했네. 정말로, 너희의 생일을 축하해." "시궁쥐 팀 가상의 멤버, 침식의 계승자 저 자온이, 당신의 10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언젠가 우리가 없어지더라도 너희는 오래가기를. 지금 이 10년보다 더 오래... 당신과 함께 좋은 추억만을, 쌓아갈 수 있기를 바라마." "침식의 계승자, 자온의 버팀목... 재해의 군주 침식황, 뷜란트가 당신의 10번째 생일 축하합니다." -자, 여러분! 그럼 이제 찍겠습니다!- 파티의 의뢰인, [유저]의 카메라 앞에 선 우리는, 다시 한 번 외쳤다. 클로저스, 당신의 10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우리는 다함께, 화면 너머에 있을 당신들과 함께 클로저스의 열번째 생일을 축하하였다. CONGRATULATE YOUR 10TH BIRTHDAY, CLOSERS! +epilogue 그날 밤, "벌써 10년인가...." 쌀쌀한 밤공기를 마시며 홀로 천천히 걷던 자온은 독백하기 시작했다. ....그거 아세요? 제가 만들어진 계기는 빡침이였다는 걸. 그 당시 남자 캐릭터는 얼마 없는데 또 여아 캐릭터인 루시가 나온 걸 보고 상당히 빡쳐서 제가 만들어졌어요. 웃기죠? 그래선지 그 때의 저는 참 엉망이였어요. 당시에 소설에 익숙치 않았서 문단에 있는 제 행동은 엉망이였고 설정이 완성된 게 아니라서 꽤나 엉망진창이였죠. 점점 제가 엉망진창인 모습을 보다못한 제 창조주는 조금씩 문법이나 다른 소설들을 읽으면서 공부하고 분석했고,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수없이 돌려 읽으면서 저를 조금씩 그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여줬어요. 저를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아도, 조금이라도 제 친구들에 어울리는 캐릭터로 만들어주려고 많이 노력해 주더라고요. 알아요. 이렇게 열심히 하더라도 제가 실제하게 되는 일은 한없이 0이라는 거. 그렇지만.... 이곳에서의 나는, 누구보다 진짜예요. 그리고 진짜인 나는, 한 작은 마음을 바랍니다. 6번째는, 저보다 멋지게 나와줄 거라고. 그 누군가는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제 친구들을 지켜줄 거라고.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거라고.... 그렇게 바라며 기대하고 있죠. 그게.... 저 침식의 계승자가 바라는 작은 마음인데..... 이 작은 마음의 일부라도 닿는다면 좋겠네요. 하핫. 뭐, 그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이 올때까지는 나로 참아줄 수 있죠? 실제하지 않는 시궁쥐, 침식의 계승자는 뒤돌아 손을 뻗으며 웃었다. 자. 그날이 오기 전까지, 저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러 가요.
악착같이 운명에 맞서 싸우는 시궁쥐 팀과 함께하는 저의, 침식의 계승자의 이야기를요. 그 속에서 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짜인, 시궁쥐 팀의 일원인 자온은 찬란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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