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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rse 작성일2024.12.25 조회547

작성자감귤좌

“나....나는..........”

“많이 혼란스러울 거다. 하지만 곧 괜찮아질 거야 의사도 아무이상 없다고 했고.

이 사람은 뭔데 이렇게 참견인지 몰랐다.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의사가 이제 내 몸이 괜찮다고 하는걸 보면 이젠...죽는걸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니... 내가 이 제와서 무슨. 그리고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말이니 쉽게 믿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격한 동작을 할 정도로 안정이 되었나. 그렇다면 일어나렴. 내 권한으로 잠시 바깥바람을 쐬게 해 줄 테니까. 너한테도 안 좋은 얘기는 아니지?”

“...좋아”

어차피 나는 할 것도 갈 곳도 없었다. 지금의 유일한 목표는 다시 죽는 것뿐이다. 어차피 죽는 것만 바라오며 살아왔던 인생, 다시산다해도 나는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조금 휘청대던 내 손을 잡아 나를 이끌었다. 환자를 배려하는 건지 감시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천천히 주의를 경계하며 걸었다.

그리고 그렇게 S 생태공원 에 도착했다.

병원에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공원은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동물과 같이 놀거나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막힌 곳이라곤 없는 장소, 하지만 도망치면 이상한 능력으로 붙잡아버리겠지.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을 정리함도 잠시 그는 다시 말을 걸어왔다

“이거 너무 억지로 끌고 온 건 아닌가. 해서 미안하군. 그래도 의사는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아무 이상도 없다고 했달까.”

변명하는 듯한 모습에서 오는 한심함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쨌든 죽는다는 말을 쉽게 하는 건 안 돼. 무슨 사정이 있던 너도 떠올려보면 슬퍼할 사람 한 둘 쯤은 있을 거 아니니. 가족이든 친구든.”

“없어. 가족이든... 친구든.”

“....나라도. 나라도 괜찮다면 슬퍼해주지. 그러니 어떻게든 살아라.”

“...조금 도와줬다고 착각하나본데, 당신은 내 보호자도 뭣도 아니야. 얘기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날 이해한다는 듯한 눈빛은 그만둬. 그리고 그런 시시한 말이나 할 거라면 난 가겠어.”

“ 자신에 대해 알아달라고 하는 것 같군.”

짐짓 째려보자 그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

괜한걸 말했군, 진심으로 사과하지. 사실 여기까지 와서 말하려고 했던 건, 너에게 미약하지만 위상력이 느껴진다는 걸 말하려고 했던 거란다.”

“위..상력?”

그럴 리가 없었다. 이 시점에서의 나는 평범한 민간인이었을 텐데. 혹시 과거로 돌아온 영향인가? 어느쪽이든 곧 죽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였다.

그때였다.

끄악!!!!!!!!!!!!!!!!

“무슨 일이지!?”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났다.

“미안해!! 난 잠시 저쪽에 가있을게!!”

“이봐요!!병원 위치는 말해줘야 될 것 아니에요!?”

말을 꺼낸 순간 이미 그는 없었다. 벌써 그 잘난 위상력으로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달려간 것일 테다. 위상력만 있었다면 난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더 나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차원종을 썰어가던 클로저들을 보면서 나는 열등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초커를 겨눠 리모컨을 서슴없이 눌렀던 걸지도.

‘어차피 병원 가는 길도 모르는데 한번 따라가 볼까?’

소리의 근원지는 아마도 멀지않은 곳, 방향대로라면 공원의 광장 부분이다. 따라가면 혹시나 차원종이라도 나타나서 날 습격할지도 모른다. 난... 살아있으면 안 되는 인간이다.

뛰어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하는 일은 모두 수많은 오해들과 실패로 이루어져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나부터가 비뚤어져있었으니까. 내가 비뚤어져있다는 사실은 전생부터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의 이해자는 늘 나뿐이고 그런 나조차도 나는 혐오한다.

또한 나를 제외한 모두는 타인이며, 서로 이용 가치가 있을 때 모이며 가치가 떨어졌을 땐 쉽게 버리는 존재들이다.

어쨌든, 가는 길에 차원종따윈 전혀 없었고 사람또한 보이지 않았다. 도착하고 보인것은 검은 옷의 남자들과 피를 흘리고 있던 남자가 보였다.

이채문, 그남자였다.

“도망쳐!!!!!!!!!”

검은옷의 남자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똑같은 복장과 똑같아 보이는 외모. 그들은 개성이라는 것을 말살해 집단으로서 움직이는 듯 보였다.

“저애가 살아난 아이인가? 기억소거 장치를 이용해야겠군.

‘기억소거 장치‘, 그리운...이름이다.

일순간 빛이 나를 비추었다.

그리고.. 나에겐 효과가 전혀 없었다. 분명히 기억소거 장치를 비췄을 때 생기는 징후들이 나에겐 나타나지 않았다. 이내 저들은 이상이 없다는 낌새를 눈치 챌 것이다. 그럼 필시 나는 위험해지겠지, 그렇다면 이번이야말로 죽을 기회일지 몰랐다.

하지만... 갑작스런 위기감을 느끼자 죽기 싫었다. 이번 생에 조금 더 살고 싶었다. 저번생에 못다한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고 벌쳐스에 복수를 해야만 했다. 누군가 나를 자세히 살피기 전에 나는 기억소거 장치에 당한 연기를 시작했다

휘청-

털석.

조잡한 연기였다. 하지만 여러 명이어도 그를 상대하는 게 버거웠던지 그들은 신경을 끄고 싸움을 이어갔다. 광음이 몇번 들리나 싶더니 이내 조용해졌고. 어디선가 날아온 돌덩이에 맞아 나는 의식을 잃어갔다.

그는 내게 죽지 말라고 했다.

그는 내게 어떻게든 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죽어간다.

조금더 얘기를 나눴다면, 그에게 나에대해 말했다면 이번에야말로 “이해자”를 얻을 수 있었을까? 아니...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만이 살아가는게 지옥같던 나를 이해할 수 있겠지.

그래도...그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건 왜일까.

또다시 눈을 떴을 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늑대개 팀의 기분이 이랬을까?

...

짜증이 난다. 그인간은 그냥 참견쟁이일 뿐이였는데.

아니야. 아픔에, 평온함에 잊혀졌던 목표가 다시 생겨났으니 나는 그 목표ㅡ 벌쳐스의 몰락을 위해서 다시 살아갈 뿐이다.

왠지모를 두통이 일더니 예전부터 나를 괴롭히던 몸이찢겨지는 아픔이 다시 일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아파? 네가 저지른 일에 고통받은 사람들에 비하면 고통도 아닐텐데.]

“크...윽....”

[어쨌거나 안아프려면 방법을 알려줄까? 아 참 아파서 대답은 못하겠구나~]

[첫번째, 내 명령에 복종할 것. 두번째, 죽지 않을 것. 세번째, 강해질 것.]

어쩐지 말투가 일정하지 않은 목소리였다.

“당...신은...ㄴ....구..”

[말해도 믿지 않을 거야.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건 어쨌거나 ”이번생”에선 내 말을 따라야 한다는 거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초커만 없을뿐이지 어딘가의 처리부대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이 조건은 충분히 할 만 해.

"알...겠...습니다."

그러자 고통이 점차 줄어들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지금 사람도 없겠다 이건 선물이야!]

그 말을 끝으로 잠잠해졌던 고통도 잠시, 내 몸안에서 뭔가가 폭발하듯 퍼져나가며 주위의 가로등 빛이 몇 개 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동네에 모든 빛이 사라지게 되었다.

!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게 되었다.

*

꿈 속에 있다.

영원히 저물지 않는 꿈 속에.

작은 기억의 조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나는 그 속에 잠긴다.

꿈이란 걸 알고 있어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런 늪에.

*

내 처음의 기억은 그때였다.

그 때는 한창 개구리 해부가 정규 과목에 있던 때였고, 방과후 나는 몰래 그 개구리의 다리를 핀셋으로 고정시켜 괴롭히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재미는 지옥이되었다.

다른 아이들이 그걸 발견하고 나를 ‘마녀‘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나를 상대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마녀는 고통을 못느끼지만 느끼는 척을 한다면서 나를 붙잡고 아이들은 나를 물리적으로 괴롭혔다.

순수함은 내가 그랬든 쉽게 잔인함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내게 관심이 없었고. 나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중학생이되자 먼 학교를 찾고, 음침한 이미지를 바꾸려했고 캐롤리엘이라는 친구도 생겨 그 애를 내세워 괴롭힘을 피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나에대한 소문을 들은 아이들이 노골적으로 나를 괴롭히며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5년 전인 캐비넷에 내가 갇힌 그날. 내가 보게 된 것은 살아있는 지옥이었다.

차원종이 고통에 몸부리쳐 내는 비명소리, 내 비명소리. 모든게 섞여져서 그 작은 캐비넷속을 울렸다.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겁에질려 생각조차 못했던 ‘죽음‘에 대한 긴장감.

그리고 시한부 인생으로 살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는 꿈속에서 나는 어떻게 했어야 했던 걸까.

*

나는 벌써 몇 번째인지 익숙하게 찾아온 감사원을 의식하며 믿기지 않는 듯이 다 헐어진 차트를 내려보며 말을 꺼냈다.

“...흠, 14세에 위상력 각성, 게다가 이정도의 출력이라니 정말 이례적이군.”

“그런데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것도 다 소용 없는 것 아닙니까?”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금방 깨어나리라 믿는다. 바이탈 사인에 이상도 없고 그저 잠을 자는 것 뿐이니까.

“...우리가 이정도의 돈을 들이고 있으니 분명 깨어날 걸세. 깨어나리라 믿어야겠지. 게다가 이 프로젝트엔 그 알파퀸도 후원하고 있어 돈은 문제가 아니라고.”

“유니온 상부에선 이 프로젝트를 아직도 미심쩍어 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투자할 돈도 부족한 현실에 몇 년째 한 소녀에게 투자하냐면서 말이죠...”

이 프로젝트만 하는 게 아니었지만 사실 내게 들어온 일들은 한결같이 성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유니온 상부의 인내심이 바닥나는 순간 내 직장도 삶도 끝장날지 몰랐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게나. 자네도 알다시피 위상력상실증에 걸린 클로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위상능력자는 부족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 수치는 흔히 볼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고. 게다가 지금 그녀는 폭발에 의해 외형이 변한건 둘째치고 특수한 능력을 증명하듯이 나이조차 먹지 않고 있다고.”

“하... 그렇다면 상부엔 어떻게 보고를...”

“대충 보내게, 대충!!”

"..."

“어? 팀장님!!! 움직였습니다, 움직였다고요!!”

“...하하, 내가 뭐랬나 깨어난댔잖아!!! 우리도 이제 시류에 맞게 편승해서 돈 벌 일만 남았!"

"...팀장님?"

나는 그 팀장이라는 사람을 짐짓 웃으며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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