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틀 연속 연재!
오늘도 읽으러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시작합니다
"....연결 재개 하겠습니다." 오메가 나이트, 그 놈이 연락을 취해왔다는 소식에 모든 클로저들이 비둘기 앞으로 모였고, 다 모인 걸 확인한 아오이 씨는 연결 재개 버튼을 누르셨다. "반역자들, 거기 모여 있었군." 제이 님의 어린 외형을 훔쳐 쓰는 가짜... 오메가 나이트가 화면에 비치기 시작했고, 일단은 감찰관이 대표로 놈과 대화를 시작하셨다. "당신, 어째서 우리에게 연락을 취한 거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우선은, 건투를 치하하지. 무스카라고 불리던 개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지? 제법이야." "여유가 넘치는군요. 무스카는 당신 측이 통제하려고 했던 차원종 개체였을 텐데요?" "그래. 하지만 그 개체는 통제에 따르지 않는 실패작이였다. 너희가 처치하지 않았다면, 내 손으로 직접 소각할 생각이였지. 실패작. 그래, 그 녀석은 실패작이였다."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고 실패작이라니, 말 하나하나가 상당히 거슬리게 들려왔다. 바로 이어서 한 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지만 말이다. ".....지나 누나와 마찬가지로 말이지." "뭣......!?" 뒤에서 대화를 듣고만 있으시던 제이님이 놈의 발언에 앞으로 뛰쳐나오셨다. "네 녀석,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왜 여기서 그 이름이.....?!" "아직 동료들에게 정보를 공유 받지 못 했나보군. 쇠약해진 나. 총장님이 제작한 오메가 레기온의 멤버는 나뿐만이 아니다. 나 이외에도 몇 명의 클론이 더 있었지. 그 중에는 과거 울프팩 팀의 [비숍], 지나 그레이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봐! 저 말이 사실이야?!" "....네, 사실이에요. 경황이 없어서 전달을 못 드렸지만.... 지나 그레이스 요원님의 클론이, 기억을 이식 받은 채 활동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제어코드 때문에 우리와 적대하셨지만, 마지막에는 저희를 돕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셨죠. 오메가 나이트를 수로 깊숙한 곳으로 유인한 뒤, 수로의 입구를 파괴해서....." "하지만..... 놈은 멀쩡히 저기 있죠." 스승님 얘기에 나도 모르게 몸이 나온 나는 오메가 나이트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네 녀석! 지나 누나를 어덯게 한 거냐!" "흥분할 것 없다, 쇠약해진 나. 누나는 지금, 여기에 나와 함께 있으니까." "자, 누나. 저들에게 누나의 얼굴을 보여줘." 오메가 나이트가 몸을 살짝 틀자, 화면에 익숙한 얼굴이 비치기 시작했다. 스승님.... 지나 그레이스였다. "......" "이럴수가..... 정말로, 지나 누나인건가....?!" 이미 세상을 떠났던 소중한 옛 동료였던 지나 그레이스의 얼굴을 본 제이는 찰나 울 것만 같은 얼굴을 했지만, 이내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분노를 토해냈다. "....미하엘 폰 키스크! 하버트 웨스트 호프만! 놈들은 우리를.... 울프팩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와 누님만이 아니라 지나 누나까지.....! 대체, 대체 우리를 어디까지 농락해야 직성이 풀리 셈이냐!! 절대, 절대 용서 못해!! 누나, 정신 차려!! 누나!!!" "....." 제이가 지나에게 소리치며 불렀지만, 지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기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네 목소리는 들리겠지만, 대꾸하지 못할 거다. 적대세력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느껴지도록 제어코드가 강화됐으니." "뭐라고....!" "총장님은 한 번 반기를 든 누나를 폐기하라고 했지만, 내가 간청했다. 더 강한 제어코드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누나를 남겨달라고. 이제 누나는....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아." 오메가 나이트는 지나의 어깨에 조심스레 손을 얹으며 그녀를 바라보자, 제이는 그를 향해 노여움을 토했다. "네녀석, 정말 나한테서 만들어진 존재냐? 저렇게 된 누나를 보고 만족스러워하다니.....!" "나는 너의 클론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기억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지. 즉 너에게 있는 약점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누나도 이런 상태로 태어났어야 했지만.... 나와 달리 누나에게는 재조정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하더군." "그래도, 이제나마 의도했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어. 지나 누나는.... 진짜 나만의 누나가 된 거야." "그 말을 하려고... 구태여 우리에게 연락을 한 거냐?! 누나가 자기 것이 됐다는 자랑을 하려고?! 확실해졌군. 네 녀석은 나의 적이다. 온 힘을 다해 쳐부숴야 할 악이야!" "오만하군. 나에게 있어서 너희는 적이 아니다. 너희는 그저 거슬리는 장애물에 불과해. 누나와 함께 너희를 뛰어넘겠다. 짓밟고서, 앞으로 나아가겠어." 오메가 나이트는 지나를 놓고선 한걸음 가까이 다가와 선언했다. "즉, 내가 너희에게 하려던 건 자랑 따위가 아니다. [선전포고]지. 각오를 굳히고 덤벼라, 반역자들." <DISCONNECTED......> 선전포고를 마친 오메가 나이트, 놈은 그렇게 통신을 끊어버렸고, 나를 포함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적막에 휩싸였다. "제이 선배님....." "왜지, 세린이? 왜 내가 깨어난 직후에 가르쳐 주지 않은 거야? 지나 누나의 일을..... 왜 미리 말해주지 않은 거지?!" "그럴 사정이..... 있었거든요. 이제 때가 된 것 같네요. 다들, 저를 따라 오세요. 보여드릴 게 있어요." 앞장 선 감찰관을 뒤따르자 다다른 곳은, 리버스휠의 수리를 맡고 있던 기남 아재가 있는 곳이였다. "아, 여러분! 아이고,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말로요! 이게 얼마만입니까!?" 리버스휠을 수리하고 있던 기남 아재는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을 보더니 눈에 띄게 반가워 하셨다. 그러고 보니 벌처스에 근무하실 때 이들을 지원하셨다고 하셨었지. 하지만 방금까지 상황이 그랬던지라, 누구도 아재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어두운 표정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다들 표정이 어두우시네요?" "저, 죄송하지만요, 지난번에 지나 요원님이 전송하신 그 영상, 지금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 그거 말이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누나가 전송한 영상? 그런 게 있었나?" "네. 실은.... 지나 요원님이 자기를 희생하기 직전에요. 암호화된 영상 하난 보내셨어요. 그건.... 제이 요원님께 보내는 내용이었죠." "누나가, 나한테....?!" "영상의 초반에, 제이요원님이 흥분할 테니 한동안은 이 사실을 요원님께 알리지 말라고 부탁하셨어요. 그리고 만일 제이 요원님이 지나 요원님의 존재를 알게 되면, 그때는 이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셨고요." 스승님에 관한 건 정해진 게 있다더니 그게 지금 보여줄 영상였던 모양이다. "준비 끝났습니다. 이제 재생을 시작하죠." "네, 부탁드릴게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제법 큰 영상 장치를 설치한 기남 아재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스승님..... 지나 씨의 얼굴이 나오기 시작했다. [.....녹화, 시작된 거 맞나? 빨간 불 들어왔으니까 된 거 맞겠지? 아까처럼 실수해서 꺼진 카메라 보고 중얼거리는 건 아니겠지?] 아니 스승님..... 그런 건 말하지 마시지 그랬어요.... 얼굴이 잠깐 화끈 거린 것도 잠시, 녹화된 영상 속 스승님은 말을 이어가셨다. [....그럼, 시작할게. 이 영상은.... 내 동생에게 보내는 영상이야. 직접 알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면 더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가능성도 크니까.] [누가, 제이 요원에게 이 영상을 보내줘. 제이 요원이 클론으로 태어난 내 존재를 인지했을 때 말이야. 그 전에는 가르쳐 주지 말고.] [그 아이, 냉정해 보여도 은근히 다혈질이거든. 한 번 화가나면 아무도 못 말려. 나 때문에 그 아이가 화를 내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누나.....!" [그러면..... 제이 요원, 이라고 한다지? 이렇게나마 너랑 다시 만나게 돼서 기뻐.] [넌 의식을 잃고 있어서 몰랐겠지만, 난 네 얼굴을 봤어. 훌륭하게 컸구나. 정말.... 대견해.]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잘 버티면서 어른이 되어줬구나. 그동안 고생 많았어. 그 고생, 함께 못 해줘서 미안하고. 그래도.... 이렇게 다시 보니가 너무 기쁘다.] "......" 영상 속 스승님이 살짝 웃으시자, 제이 님은 스승님을 다시 보았을 때처럼 약간 울 것만 같은 얼굴을 하시며 영상을 주시하셨다. [하지만.... 기뻐하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 내가 다시 일으켜 세워진 건, 너희의 적에게 이용당하기 위해서니까. 즉, 나는 너희의 적이지.] [내 머릿 속에는 제어코드가 입력되어 있어. 그래서 총장이 내린 지시에 모순되는 행동을 할 때마다 수명이 박탈당하지.] [근데.... 솔직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어. 어차피 나는 지나간 잔재에 불과하니까. 그보다는.... 나와 함께 태어난 그 아이가 더 걱정되었어.] "오메가 나이트....!" [나이트는, 나와는 달랐어. 진짜의 기억 없이 더미 인격만 이식된 채로 눈을 떴지. 그래도 나는, 그 아이를 지키고 싶었어. 그래서 그 아이와 함께하는 길을 택했지. 그래서는 안 됐는데 말이야.....] [....제이 요원. 이건 내 동생이 아닌, 동료 클로저에게 하는 부탁이야.] [나는 이제부터 마지막 힘을 다해서 나이트를 막아볼 생각이야. 하지만 아마도 역부족이겠지. 어쩌면 나이트에게 패배해서, 더 강한 제어코드가 이식될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나는 너희의 적이 되겠지.] [그때가 되면, 망설이지 말고 날 죽여.] "무슨.....?!" 제이가 당황할 새도 없이, 영상 속 지나는 말을 이어갔다. [두려워 할 것도, 망설일 것도, 분노할 것도 없어. 그저..... 마음을 비우고 나를 네 주먹으로 꿰뚫는 거야.] [힘든 일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이젠 너도 어른이잖아?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비록 화면 너머지만, 녹화된 영상에 불과했지만, 추억 속 동생이였던 울프팩의 나이트가 아닌 어른이 된 검은양의 제이를 신뢰하며 웃는 지나의 모습에, 제이는 무릎을 꿇은 채 지나의 이름은 애타게 불러댔다. "누나... 누나......! 지나.. 누나.....!" [.....넌 언제나, 팀원들 중 누구보다도 빨리 내 위치를 찾아냈지. 그리고서 활짝 웃어보였어. 그러니까 이번에도 할 수 있을거야. 너라면, 날 붙잡을 수 있겠지.] [널 믿을게, 제이 요원.] [나의 사랑스러운 동생..... 나의 믿음직한 동료.....] [나의, 클로저.] 그 말을 끝으로 영상이 종료되었다. ".....이상이에요. 영상 내용은...." ".....잠깐, 혼자 있게 해주겠나?" "....네. 그러세요, 선배님." 제이 님이 생각을 정리하려 자리를 잠시 떠나가자, 영상 기기를 정리하던 기남 아재가 착잡하게 한숨을 내쉬셨다. "이거.... 제이 요원님이 많이 힘드시겠군요. 여러분이 많은 힘이 되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래야겠군요. 근데 그건 그렇고....." 바이올렛 씨가 기남 아재를 한참을 빤히 바라보다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누구시죠?" "에.....? 에에에에에엑?!!?!"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기남 아재가 고장난 기계처럼 버벅거리며 소리질렀고, 다른 늑대개 팀원 분들도 아재에게 한마디씩 추가타를 날리기 시작했다. "맞아. 네 녀석, 처음 보는 놈 같은데 아까부터 왜 친한 척이야?" "그, 처음 뵙는 분 같은데..... 저희와 만난 적 있으신가요?" "이런 인상적인 남성 분과 만났다면 기억날텐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스캐닝에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사람은 있지만, 내 메모리 속 남자와는 전혀 다르군. 신원을 밝히도록." 나타 씨와 티나 씨는 아예 아재에게 칼과 총을 들이밀며 신원을 요구했다. 아니 아재요, 왜 사람들이 아재를 모르는 거예요..... 무슨 변장이라도 하고 다녔던 거냐고요.... "아니, 여러분! 접니다! 한기남이요! 벌처스 사원이였던 한기남이요!!!" 이젠 절규인지 그냥 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재는 거점이 떠나가도록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아이고 아재요.... "자온 씨." 당황과 혼란의 도가니를 측은함으로 바라보고 있던 내게 감찰관이 조용히 부르셨다. "왜 그러세요, 감찰관?" "....지나 씨가 보낸 영상은 하나가 더 있어요. 그리고 그 영상은.... 자온 씨에게 보내는 내용이였고요." "제게....요....?" "네. 제이 요원님께 보내는 영상을 보고 나서 전달해 달라하셨어요. 비둘기에 영상이 있으니 지금.... 몰래 확인해 주세요." 모두의 관심이 기남 아재에게 쏠린 틈을 타 빠져나온 나는 조용히 비둘기를 챙겨서 한 구석에서 안에 들은 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안녕?] [이 메세지는 시궁쥐 팀의 자온 요원에게 보내는 메세지야. 제이 요원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읽은 후에 혼자만 보도록 전달해 줘.] 무슨 내용이길래 혼자만 보도록 하신 거지? 집중해서 귀 기울였다. [네가 이 메세지를 읽고 있다면 제이 요원에게 보내는 메세지가 잘 전달됐다는 걸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아마 난 확실하게 너희의 적이 되었겠지만, 내 정체를 안 너희는 날 진심으로 상대하기 꺼려하겠지. 그러니, 나의 제자인 너에게만 미션을 하나 전달할게.] [제이 요원이 날 죽이지 못한다면, 혹은 네가 날 먼저 마주한다면, 네가 나를 죽여줘.] "......!!" [무리한 부탁을 해서 미안해. 아마 그 아이..... 제이 요원은 어떻게든 날 구하려고 애쓸거야. 그 아이는..... 너무 상냥하거든.] [날 죽여달라고 전하긴 했지만, 아마 듣지 않고 무리하다가.... 내 손에 크게 다치겠지.] [그러니 부탁할게. 제이 요원이 날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전에 꼭 날 죽여줘. 부탁할게, 내 제자.] "아무리 만나고 알고 지낸지 몇시간도 안 된 사이라지만 그래도 당신이 내 스승님인데.... 나보고 당신을 어떻게 죽이라는 건지..... 잔인하시네, 내 스승님." 자신을 죽여달라는 스승님의 무리한 부탁에, 나는 쓴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죽일 수 있냐 없냐를 벗어나, 당신은 [태양]과 다른 시간대의 [나]들에겐 있어 오랫동안 알고지낸 소중한 스승님인데.... 감히 내가 당신을 죽이는 짓 따윌 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속이 타들어갔다. [....참 이상해. 너와는 만난지 불과 몇시간도 안 되었는데 이런 부탁을 하는게 말이야.] [처음 만난 그때부터 이상하게 네가 반가웠어. 오랜만에 만난 사이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더라.] 스승님의 말에 몸을 흠칫 떨었다. 기억엔 없더라도 태양이나 이미 사라져버린 시간 속에서 [나]와 함께 하셨던 기억이나 감정의 잔재라도 남아 있기라도 한 거야? [그뿐만이 아니야. 다시 일으켜 세워지기 전에도 누군가를 제자로 들일 마음같은 건 없었는데, 네게는 내 모든 걸 가르쳐주고 싶었어. 신기하지?] 당신은 늘 그래왔습니다. 당신과 만났던 시간 속에선, 당신은 항상 성심성의껏 당신의 모든 기술을 나에게 가르쳐주셨죠. [고작 몇 시간 뿐이였지만.... 너를 가르치고 함께 했던 시간은 정말로, 즐거웠어. 진심으로, 너를 내 제자라고 생각해.] 나도, 태양도, 이미 사라져 버린 시간의 나들도....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나도 즐겁고 소중했습니다. 나의.... 스승님. [ 자랑스러운 나의 하나 뿐인 제자, 자온. 나를 막으러 와줘. 부탁할게.] [[비숍]의 이름을 이어받을 자격을 갖춘나의 후계, 나의 제자..... 나의 [비숍 주니어].] 그걸로 영상이 끝났고, 나는 잠시 재생이 끝난 비둘기의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하."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영상이 시작됐을 때부터 [태양]으로 살아왔던 [나]와, 그가 보았던 [나]들의 기억이 조금씩 부상되던게, 이제는 제법 선명하게 떠올랐으니까. 형님과의 인연으로 처음 소개받았던 날. 가속을 제어하지 못해서 넘어져 울던 나를 달래주시던 날. 당신에게 인정받고서 당신과 같은 창을 선물 받아 기뻤던 날. 첫 실전에서 당신과 함께 싸운 후, 시민들에게 [비숍 주니어]로 불렸던 날. 내가 크게 부상입었을 때, 전력을 다해 포위를 뚫어내고 함께 귀환했던 날. [태양]은, 당신을 늘 존경했고 자랑스러워 했으며, 당신과의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어요. 아니, 비단 [태양]만이 아니예요. 당신을 만났던 시간의 [나]들은 모두..... 당신을 만났던 걸 큰 행운으로 여겼고, 스승이 되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했어요. [태양]과 [나]들의 기억을 곱씹으며 속을 삭히던 나는 이내 마음을 정하고 떨궜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혼자 떨어져 있던 누군가를 향해 다가갔다. "제이 님."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제이는 자온의 목소리에 뒤를 힐끗 보았다. "넌... 시궁쥐 팀의 자온이였지?" "네.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내버려 두지 않겠나? 아직.... 생각이 정리가 덜 되었거든." "그 정리, 같이 마무리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검은양 팀의 제이 님과 시궁쥐 팀의 자온이 아닌, 지나 그레이스의 동료였던 [나이트]와 지나 그레이스의 제자인 [비숍 주니어]로서요." "비숍 주니어....? 지나 누나의.... 제자라고?" 다시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던 제이가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네. 제 가속과 창술, 모두 스승님께 가르침 받은 것입니다." "움직임이 누나를 연상시키긴 했지만..... 설마 누나의 제자일 줄은 몰랐는걸." 저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움직임이 스승님과 많이 닮긴 했나보다. 나는 창을 구현해서 한바퀴 빙글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물론 제가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은 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그래도 저는 그분을 진심으로 스승으로 여겼습니다. 그 분도 저를 진심으로 제자로 여겨주신데다..... 과분하게도 그분에게 비숍 주니어라는 이름도 받았죠."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스승님은 제게 제이 님보다 자신을 먼저 마주하게 되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메세지를 남기셨습니다. 당신은 너무 상냥해서 무리해서 자신을 구하러 오다가 되려 크게 다칠 것을 우려하시더군요." "....지나 누나가." 입술을 살짝 깨문채 고개를 떨구고 계신게 스승님의 예상대로 제이 님은 스승님을 구하려고 하신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스승 말 안 듣는 불량제자가 되어 보려고요." "응....?"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제이가 고개를 들자, 그 앞엔 악동처럼 사악하고 능글맞게 웃고 있는 자온이 보였다. "제이 님. 같이 스승님을, 당신의 누나를 구하지 않겠나요?" 나는 제이님에게 손을 뻗으며 물었다. 그래. 나는 스승님의 부탁을 거절하기로 결심했다. 영웅이였던 당신은 그렇게 끝나서는 안 되니까. 자의든 타의든 다시 얻은 삶이니까. 그 삶의 끝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게 할거다. 그 어느 시간 속에서도 위대하고 다정하셨던, 나의 스승님을.... 추하게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뭐, 그런 마음이 크긴 하지만, 다른 [나]들은 오랫동안 당신을 스승으로 모셔 말 잘들었지만, 나는 제자 된지 얼마 안 된 것도 있고.... 그런 부탁도 들어주기 싫으니 이번만은 불량한 제자가 되보려고 한다. "물론 저도 당장 스승님을 구할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같이 찾아봐요. 그래서 제이 님의 누나를, 제 스승님을 구해보자고요." 죽게 안 둘 겁니다, 스승님! 아니, 죽어도 살려낼 겁니다! 내 안에 녹아든 태양의 경험 덕에 당신의 가르침을 점점 능숙히 사용할 수 있다지만, 걔는 걔고 나는 나거든요? 나는 당신에게 직접 가르침 더 받을 거라고요! 다 받을 때까지 사망 은퇴 못해요! 아니, 다 받아도 사망도 은퇴도 안 시킬 겁니다! 제자 가르쳐요! 가르치라고요!! 캬아아아아악!!! "....좋아, 누나의 제자. 같이 구해보자고!"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시던 제이님은 이내 씩 웃으시면서 내 손을 굳게 잡아 악수하셨다. "네!" 지금 그렇게, 지나를 구하기 위한 불량 동생과 불량 제자의 콤비가 탄생하였다. 띠링! 띠리리링! 갑자기 제이 님과 나, 각자의 품 안에서 벨소리 같은 게 울리기 시작했다. 뭔 소리인가 싶어 확인해 보니 신서울 때 개통했었던 휴대 전화가 벨소리를 내고 있었다. 띠링! 띠링! 띠띠띠리리리링!! 그, 그만 울려대! 왜 이렇게 울리나 싶어 전화를 열어 보니, 메일이나 알림 같은게 이상할 정도로 한꺼번에 몰려서 알림을 경보마냥 울리고 있던 것이였다. 김미영 팀장? 이 사람은 또 누군데 문자한거야? 힘겹게 밀린 내용을 파악하고 있자니, 제이 님이 물으셨다. "....이봐, 분명 방해전파 때문에 외부와의 연락을 할 수 없는 거 아니였나?" "그렇.....죠....?" 분명 센텀시티에 들어오기 전부터 방해전파 때문에 외부 연락도, 내부에서의 서로간의 통신도 할 수 없던 걸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모두의 위치와 안전을 파악기 위해 무리하게 실을 펼치고 있던 건데 지금 알림들이 이렇게 울린다는 건.....!? "방해전파가..... 풀렸다.....? 어째서......!?" "예감이 좋지 않군. 돌아가자고." "네! 가시죠!" 좋지 않은 예감을 받은 제이와 자온은 서둘러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클로저들에게 매우 아프고 힘겨울 싸움이 될, 동트기 12시간 전의 개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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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피아 작가의 말 : 지나 정승이 사직을 청하였으나 자온이 윤허하지 않았더라-클로저 자온 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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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새로운 사이트에서도 열심히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공홈에서도, 새 공홈에서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만족하실 수 있을만한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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