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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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거두절미하고 오늘도 읽으러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시작합니다
"어라.... 여러분?"
의료품을 정리하고 있었던 허유미가 귀환한 시궁쥐 팀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작전 중이셔야 하는 게...."
"응급 상황이다, 허유미!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
"네? 그게.... 자온 씨!? 왜 이렇게 피를....! 일단 여기 뉘여주세요!"
시궁쥐 팀원들은 자온을 침상에 뉘우고서 허유미를 도와 의료품을 받아들기 시작했다.
'...뭐지? 왜 이리 시끄러워...?'
주변의 소란스러움에 정신이 들긴 했는데, 상황이 뭔가 이상했다. 전장의 소란스러움보단 뭐랄까... 응급 환자 왔을 때의 소란스러움? 그거와 비슷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나는 분명 지나 씨의 일격을 받아내려던 참이였는데? 일단 무슨 상황인가 확인하려고 눈을 뜨는데,
"끄.....
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그대로 다시 눈을 질끈 감고서 눈가를 붙들며 비명을 토해냈다.
눈이 시리도록 차가운 칼날에 난도질 당하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머리 속이 뜨겁게 가열한 갈퀴에 헤집는 감각들이 몰아쳤다. 아프다. 아니, 아프다는 말로도 부족해. 너무..... 아파.....!!
"진정하시고 이것부터 마시세요!"
허유미 경감님이 내 입안으로 무언가 억지로 밀어넣으셨다. 내용물을 마시자마자 조금 통증이 가라앉았다. 회복 앰플인 모양이네.
"하아...... 하아....."
"진정되셨나요? 일단 그대로 누우세요."
"하아... 경감님? 경감님이 왜....?"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나 씨와 교전하고 있었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마당에 김철수가 말했다.
"거점이다. 인질 구출은.... 실패했다."
"읏.....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 지나 씨에게 당한 거야?"
"아니요. 자온 씨,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기억 안 나세요?"
"내가? 갑자기?"
"정보 과잉. 무슨 말인지, 알지?"
"정보 과잉? ......아."
미래가 말한 생소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바로 떠올렸다. [태양]에게서 받은 정보에 있었고, 내게 무슨 상황이 일어났었는지 알았다.
"내 몸상태도 계산에 넣었어야 했는데.... 다들 미안해. 내가 작전을 망쳤어..."
손에 얼굴을 푹 묻으며 자책했다. 아무리 나 자신이 처음 겪는다지만 전조가 그렇게 있었는데.... 젠장....!
"이 바보가! 누가 너보고 그런 걱정하랬어!?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기나 해!?"
"맞아요! 갑자기 쓰러지셔선 피 토해내시는 거 보고 저희가 얼마나 놀랐는데요!!"
내가 자책하자 은하와 루시가 되려 내게 버럭 화를 내며 걱정했다 말했다.
"은하. 루시. 진정해. 나도 화가 나긴 하지만...."
"자온이 무사한 걸 확인했으니 지금은 냉정해야 할 때다. 상대는 강해. 자온을 빼야 하는 만큼 면밀하게 작전을 다시 세우지 않으면 다시 패배하게 될 거다."
"내가 왜 빠ㅈ.... 으으으윽.....!!"
"그 꼴로 어떻게 싸울건데? 또 무리할 생각하지 말고 얌전히 치료나 받아. 알았어?"
모두의 말대로.... 지금의 나는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였다. 실을 사용해보려고 해도 머리는 타들어가는 통증이 일었고, 눈은 뜰 수 조차 없었으니까.
"....알았어."
나는 어렵사리 수긍하고 힘없이 대답했다.
정리가 되신 거 같으니 우선은 냉정함을 되찾으세요,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도 부상이 적진 않으니 치료부터 하세요. 완치는 무리일지라도 최대한 회복시켜 드릴게요.
경감님이 말하시고나서 바로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약 냄새가 짙어졌다. 다들 본격적으로 치료받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젠장, 정보과잉으로 기절했다니. 아무리 [태양]도 손에 꼽힐 정도로 적게 경험하고 보았다고 해도 그 작은 가능성도 염두에 뒀어야 했는데.... 괜찮다고들 말하겠지만 내가 작전을 망쳤다는 자책감이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아, 경감님. 다른 팀들은요? 인질 구출에 성공했나요?"
색적도 못하고 눈은 못 뜨다보니 잡생각만 많아져 다른 팀들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
"경감님?"
어째 불안하게 경감님의 대답이 늦어지신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좀 틀려도 될만한데... 틀리지를 않았다.
"실은.... 다른 팀들도 작전에 난항을 겪고 귀환하셨다가 나가셨어요. 검은양 팀 분들은 계시지만 곧 다시 나가실 예정이고요."
"임시지부장님을 구출하러 갔던 검은양 팀은 오메가 나이트를... 앨리스 요원님과 김재리 요원님을 구출하러 가셨던 사냥터지기 팀은 닥터H가 조종하는 아머드 특경대에... 늑대개 팀은 닥터 호프만의 농간으로 정작 구출해야 할 트레이너 님과 싸워야 했대요."
"이상하군. 마치 우리가 누구를 찾아, 어디로 갈 건지 예측한 인선 배치로군."
"네. 김철수 씨 말이 맞아요."
"보스..."
감찰관도 귀환했는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괜찮으세..... 자온 씨!? 왜 이렇게 피를....!!"
"괜찮아요, 괜찮...... 끄으으으으....."
순간 감찰관이 날 붙잡은 그 작은 충격으로 골이랑 눈이랑 울려대기 시작했다. 아프니까 흔들지 마세요.... 부들부들거리며 감찰관을 진정시켰다.
"그, 그것보다, 그거에 예상되는 게 있으신 거죠?"
"....네. 제가 탈환한 하이브 마인드.... 그걸 엿보서 저희 작전을 역이용한 모양이예요. 김유정 임시지부장님 안에 있는 플라이 타입 마스테마.... 데르마토비아라고 불리는 상위 개체를 분석해 저희 동향을 파악한 거죠. 늑대개 팀의 보고와 비교했으니 확실해요."
감찰관의 설명까지 듣고나니 머리가 더 아파졌다. 그 늙은이 손에 놀아난 꼴이네. 젠장.... 그런데.... 설명을 듣고나니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총장은 우리 동향을 다 파악한 거였죠? 그런데 왜 우리가 오는 걸 방관하는 것도 모자라 습격을 허용했을까요?"
"맞아. 느낌이, 좋지 않아."
"부디 아니길 바라지만... 한가지 생각나는 게 있어요. 그건...."
경감님이 우리가 든 위화감에 대해 예측한 걸 말하시려는 찰나,
치이이이이익------
갑자기 비둘기의 호출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가 통신을.....?"
"방해전파가 여전한 걸 보면 ECCM을 사용한 모양이군. 그렇다면..."
"지나 언니나 시장님이면 좋겠는데..... 아니겠죠?"
"확인해보자. 김철수, 미안한데 나 좀 부축해주라."
나도 김철수의 부축을 받으며 다함께 비둘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은하야!"
이슬비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양 팀도 다시 나간다고 들었었는데... 비둘기의 호출음을 듣고 다시 돌아오신 모양이다.
"이슬비.... 뭐야, 너 다쳤어!?"
"나, 난 괜찮아. 나보다는.... 자온 씨가 부상이 심하신 거 같은데?"
"괜찮다곤.... 말 못하겠네요. 그것보단, 얼른 연결부터 해보죠."
"그러지."
<CONNECTING....... CONNECTING.......>
<COMPLETE>
[.....늦어. 여전히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군.]
조금 긴 연결음이 끝나자마자 미하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늦는데 뭐 보태준 거 있나, 늙은이가 짜증은....
[저번에도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상황이 상황인 만큼 긴장감을 가지라고.]
"당신 때문에 긴장 최고조거든? 왜 연락했는데?"
[성미하고는. 후후, 그래도 자네 모습을 보니 비숍이 제자 교육을 잘 시킨 모양이야.]
엉망진창인 내 꼴을 본 미하엘의 비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
[그나저나.... 표정들이 영 좋지 않군. 혹시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연락인 줄 알았나? 후후... 실망시켜서 참 미안하게 됐네.]
여기저기서 주먹 쥐는 소리나 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속이 부글부글 끓는 모양이네.
[그런데 이걸 어쩔까? 사과할 일이 또 있을 것 같아.]
"미안하면 사과 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지 그래? 그리고서 어디가서 머리라도 콱 박고 쓰러져주면 더 좋고."
[그럴 순 없지. 자, 다름이 아니라 유예시간이 지나버려서 말일세.]
"유예 시간?"
[자네들은 습격하면서 의아하지 않았나? 우리가 왜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만 했는지? 애당초 인질들을 앞세워 협박하기만 해도 됐을 일이야. 구태여 인선을 배치해 교전할 필요조차 없었지.]
[그런데도 선공을 내주고 방어로 일관했다네. 심지어는 도망쳐도 잡지 않고, 기다려주기까지 했어. 어째서일까? 우리가 왜 그렇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물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지.]
"결정적인 증거라고요?"
[그래. 민수호 시장... 그 작자가 쓸데 없는 짓거리를 해서 말이지. 기껏 자네들에게 씌운 반역 혐의가 우리에게 돌아왔지 뭔가?]
[참으로 얄팍한 여론전이었어. 정에 호소하는 논조가 시답찮더군. 하지만 민중이란 우매해서 말이야, 그 정도 선동만으로도 금세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꾼단 말이지.]
"우매는 개뿔. 시민들도 진실을 볼 줄 아는 거겠지!"
[후우... 비숍에게 자네 교육 좀 더 시켜두라 전해야겠군. 어찌됐든 이에 보다 직관적인 증거가 필요해졌지. 그들의 저열한 머리로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으로.]
[그러던 차에 마침 우리 연구진이 데르마토비아를 분석한 결과라며 자네들이 플라이 타입의 대군을 장악하는데 성공했고, 그 괴물들을 처형식 때 투입하려 한다는 것을 알려주더군.]
[하하... 듣고서 바로 이거다 싶엇지 고맘게도 알아서 무덤을 파준다고 생각했어. 자네들이야 전력을 보강할 목적으로 그랬겠지만, 사정을 모르는 제3자들의 눈에는 어떻겠나?]
"...저희가 마물들과 결탁한 것처럼 보이겠군요. 당신은 그걸 노린 거였고....!!"
[그래. 그래서 시간을 끌며 영상으로 녹화해뒀다네. 자네들이 플라이 타입들을 이끌고 활약하는 모습을. 자네들의 혐의에 모순이 있었지만, 당시의 우리는 처벌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나중에 변명할 거리로는 충분하겠지.]
"미하엘....!"
[자, 그렇게 되었으니 여러분? 기다렸던 처형식을 시작하겠네.]
[첫번째 타자는 대표부터 하는 게 원칙이겠지만.... 김유정 임시지부장은, 아직 맡아줘야 할 역할이 있어서 말이야. 그러니 반대 순으로 처단하는 게 어떨까 싶어.]
[우리에게 효용가치도 낮고, 심지어는 유니온 소속도 아닌....]
[벌처스의 사원, 김도윤. 그를 첫번째로 처형하도록 하지.]
"뭐?! 멈춰, 미하....
끄아아아아악......!!
"
미숙 누님 연인인 김도윤 씨을 먼저 처형한다는 말에 반응해 살짝 눈을 떴다가, 빛을 받자마자 통증이 몰려와 몸을 웅크렸다.
"멈춰요.... 그러지 말아요, 미하엘 폰 키스크!"
"오세린 요원님.... 통신... 끊어졌어요. 대신 그 자리에 다른 영상이...."
[히이이익! 죽기 싫어! 살려 주세요!!]
"김도윤 아저씨예요!"
"설마, 처형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려는 건가?"
"하필 우리가 귀환했을 때를 노리다니....!"
"비겁한 놈들! 이건 너무하잖아!"
"이렇게 되기 전에 인질들을 구출했어야 했는데....!"
"그럼 지금 당장 구하러 가자! 보고만 있지 말고, 얼른!"
"유리 누나, 여기서 가면 너무 늦어요! 차라리 우리보단 현장에 나가있는 팀이...!"
"세린이! 지금 가장 가까운 팀이 누구지!?"
"사냥터지기 팀이요! 하지만 그분들도 닥터 H에게 발이 묶이셨어요...!"
"잠깐.... 저 로봇은 뭐죠? 김도윤 사원님 쪽으로 걸어가는 것 같은데?"
"안티클로저.... 아니, 예거예요! 클로저들을 지원하는 유니온의 서포트 메카예요! 분실됐던 예거를 총장파가 회수한 걸까요? 아, 아니! 그런 것보다도.....!!"
위이잉-----
철컥----
화면 너머로 예거가 총구를 꺼내며 김도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예, 예거의 총구가 김도윤 씨에게 향했어요! 저대로 사형을 집행할 생각인가 봐요!"
[미숙아! 아이고, 미숙아아아.....!!]
"막으러 가지 않으면....!"
"무리하지 마, 은하. 차라리 내가 나가는 게....!"
"미래. 은하. 그만해라. 무리해서 가도.... 그때는 끝나고 난 뒤일거다....!!"
[오빠가 미안해! 네가 하는 말 안 들어서 미안해애!]
"대장! 테인이! 대교 위의 예거 보여? 이 거리에서 원거리 공격으로 파괴할 수 있겠어?!"
"으으, 투창으로 맞추기엔 너무 멀어요! 조금만 더 가까이에 있었어도....!"
"그건 제 레일건도 마찬가지예요! 사정거리는 아슬하게 되지만, 조준은 무리예요!"
"젠장... 정말, 방법이 없는건가? 아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기해선 안 돼!"
"모, 못보겠어.... 저는 더 이상 못 보겠어요....!"
그 자리의 모두가 우왕자왕하고. 절망하고. 분개했으며. 탄식했다.
하지만.
........
쿠구구구구------!!
단 하나의, 붉게 빛나는 희망 하나의 마음이, 별에 닿으려 하고 있었다.
*****
"예거...?"
[태양]의 기억으론 내장 무기가 있는 서포트 로봇명인데... 설마, 그걸 처형 도구로 사용하려는 건가?
"윽.... 끄으으으.....!"
망설일 때가 아니였다. 머리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대교 방향으로 입체 매핑을 펼치자, 나가있는 늑대개 팀도, 사냥터지기 팀도 적에게 발목 잡힌 모습이 감지되었다.
그 너머의 처형 장소에서, 묶인 채 발버둥치는 김도윤 씨와 총구를 꺼내며 그에게 다가가는 예거의 모습이 감지되었다.
'이 정도 거리면.... 여기 있는 누구도 저격은 불가능해. 아낄 때가, 아니야.'
슈르륵-----
슈우우우우---!!
고통에 이를 악물면서 가속을 사용한 나는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와,
쿵!!!
쿠적!!
땅을 내리찍어 홈을 파내고 가져온 무언가들을 설치했다.
남포동에서 힘 조절을 하다가 포기하고 가져왔었던, 남은 활 두 자루였다.
지금까지 이걸 못 쓰고 있던 이유. 너무 강력해져버린 실능력 때문에 활이 압력을 버티지 못한다. 어떻게 딱 한번이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쉬운 마음에 챙겨오고도 막상 부서질까봐 못 쓰고 있었지만.... 경화 능력이 조금씩 회복될 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었다.
남은 이 두 자루의 활을 경화와 유연으로 강화시키고, 동시에 사용해서
시위의 장력을 분산시켜 활 자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분산시킨다면...
딱 한 번일지라도 활을 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슈르르르르-------
활 몸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실을 촘촘하게 엮어 거의 한 자루의 활을 만들고서, 두 활의 시위에 현을 얹고 화살을 조형하기 시작했다.
'버텨줘야 할텐데....'
불안감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럴만한게... 이 작전에 쓰이는 모든 것이 하나하나가 모두 불확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첫째로 활의 내구성. 영감이 알려준 바로는 내 활은 내구성이 남달랐다 했다. 그 활 대체하겠다고 몇 십개씩 부숴먹은 덕에 간당간당이 강화시킨 활들이 내 힘을 버틸 최대치는 계산했지만... 정말 버텨줄 수 있을진 불확실하다.
둘째로는 분산시킨 시위의 장력. 원래 내 활은 시위가 세 갈래로 나뉜 특제품. 지금 쓸 [기술]은 시위 세 갈래를 전부 사용해야 제 위력을 낼 수 있는데... 그걸 두갈래 만으로 버텨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셋째는 경화능력의 특성.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태어난 나만의 능력.... 지키는 게 아닌 공격용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발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즉, 활들의 강화를 제대로 못 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지금 추가된 문제가...
"크..... 끄으으으으윽....!!!!"
궤도와 생겨날 오차를 간파하고 계산해야 할 눈을 뜰 수 조차도 없다는 거....!!
정보 과잉만 문제가 아니었다...! 간파 능력이 아예 폭주하고 있어....! 실눈만 떠도 정보가 과잉되서 몰려오니 머리가 그걸 못 버틴다고 통증을 일으켜서 발버둥치고 있던 거였어....!!
화살을 조형하던 손이 덜덜 떨려왔다. 상황은 최악인데, 처형장까지 바로 갈 수 있는 능력은 전무하다. 가까이 있는 지원군은 적에게 발목이 잡혀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내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패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며, 눈을 제대로 뜰 수 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끄..... 으으으으으으으!!!!!"
나는 억지로 눈을 뜨고서 궤도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온도, 습도, 바람의 세기, 주변의 빛의 세기와 방파제에 부딪히며 튀어오른 물방울의 갯수나 당장 보이는 먼지의 갯수와 그 형태까지.... 과잉된 정보가 내 머리와 눈을 맹렬하게 불태워갔다.
눈에서 뜨겁고 끈적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피인가?
코와 목 너머에서도 짙게 피 냄새가 역류했고, 입 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느껴져왔다.
그럼에도 견딘다.
활들에 감은 실에, 경화와 유연를 더욱 견고히 두른다.
그 활들의 시위에 걸은 현을 보강하고, 전력으로 당긴다.
두 줄기의 현 위에, 내 모든 실들을 엮어내 하나의 화살로 응집한다.
파도처럼 몰려오는 과잉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간파하고 궤도를 계산한다.
끼기긱------
두 줄의 현이 소리를 내며 당겨지자, 능력이 가진 힘의 압력으로 대기가 떨리기 시작했다.
쩌....
쩌적.....!!
동시에, 경화로 뒤덮은 실 너머. 활 내부에서부터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경화를 공격으로 활용하려고만 하면 능력의 유지가 잘 되지 않는다....!!
쩌적...!
콰직.....!
콰드득.....!!
화살이 완성되려면 아직 절반이나 남았는데, 활은 내 속도 모른채 망가져가는 소리를 맹렬하게 울려댔다. 제발.... 제발 조금만 더 버텨다오...!
드드드드.....!!
버텨주길 간절하게 빌며 화살의 조형을 서둘렀다.
....아프다.
눈 안쪽에서 피가 터졌는지 눈 앞이 붉게 울렁였고, 머리 속은 갈퀴 같은 것으로 긁히고서 불을 지른 것처럼 얼얼하고 화끈거렸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 난 왜 이리 아득바득거리며 이러고 있는 거지?
...
.....
......
.후회하기 싫으니까.
희망이 때도, 아라 때에도 나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후회할 바엔, 저수지를 구하려고 했을 때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거다.
미련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덜떨어진 멍청한 놈이라 욕해도 상관없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의 소중한 인연이, 그 인연의 인연이 허무하게 끊기지 않도록.
나는, 내 모든 걸 다해 발버둥 칠거다. 나의 마음, 나의 모든 걸 바쳐서라도.
쩌저저저저적!!!!!
하지만 내 바램과는 달리, 활들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삐끗!
"어?"
버티고 있던 뒤쪽 다리의 발목이 순간 꺾이면서 균형을 잃어버렸다.
'이런 균형이....!'
얼른 다시 균형을 잡아보려 했지만 하필 새로 디딘 땅엔 조금 전 흘렸던 내 피가 있었고, 나는 그걸 밟고서 그대로 완전히 균형을 잃었다.
'조금인데. 아주 조금이면 화살이 완성되는데...!!'
그러나 활들은 한계에 임박하였고. 내 자세는 무너졌다.
끝이다.....
턱--
그 때, 누군가가 내 등을 황급히 받혀주면서 내 균형을 바로 잡아주었다.
"자온, 괜찮나?"
"김철수... 제이 님....?"
"해랑이, 예거를 저격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지만.... 활이 이제...."
우우웅----!
갑자기 부서지기 직전이였던 활들이 부자연스럽게 붕괴를 멈췄다.
"중력 집중....!!!"
"코팅....!"
"감싸줘, 그림자....!"
미래의 그림자와 은하의 코팅, 이슬비 씨가 염동으로 활을 응집시키며 붕괴를 지연시켰다.
"우으으으읏.....!!"
"형이라면 도윤 아저씨를 구할 수 있는거죠?"
"부탁드릴게요, 자온 씨! 도윤 아저씨를 구해주세요...!"
거기에 다른 검은양 팀원들과 감찰관에게서 힘을 받은 루시가 그 힘을 그대로 내 활의 경도를 올려주고 있었다.
"자온 씨! 힘의 반발이 너무 강해서 얼마 못 버텨요! 서두르세요!!"
"멍 때리지 말고! 쏴 버려!!!"
마지막에 들린 루시와 은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화살의 조형을 마쳤다.
"모두가 도와준 이 일격.... 헛되게 하지 않을게...!!"
형... 당신의 기술이 제 인연의 인연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세요.
마지막으로 현을 최대치로 당겼다.
언젠가, 자신의 작은 바램이 유난히 밤하늘에 빛나는 별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모든 마음을 담아 만들어낸 형님의 최강의 화살.
"별 하나에. 작은, 소망을!!!!"
퉁------
화살이 붉은 꼬리를 길게 남기며 날아갔고,
......
투화
아아아
아아아
아아악!!!!!!!
활들이 산산조각남과 동시에 한박자 늦게 쏘아진 화살의 충격파가 우릴 덮쳤고,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는 그대로 흙바닥을 뒹굴었다.
"닿아요..."
"닿아주세요, 제발....!!"
"닿아... 닿으라고....!!!"
자리에 나뒹굴었던 모두가 멀어져가는 화살을 바라보며 화살이 닿기를 염원하였다.
******
닿을리가 없다.
궁수는 시야가 망가져 있었다. 그의 활은 얼기설기 기워서 만들어낸 넝마에 불과했다. 뛰어난 저격수조차 제대로 조준조차 불가능한 장거리 저격이며 초정밀 조준이였고, 하물며 바람마저 역풍으로 불었다. 겨우 화살 따위가, 그 먼 거리에 닿을리가 만무했다.
그러나.
쐐애애애액!!!
그 화살은, 정확하게 처형장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많은 이들의 염원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존재의미를, 그 안에 담긴 소망을 이뤄주겠다듯이.
역풍.
갈라낸다.
가해지는 물리법칙.
무시한다.
막으러 오는 차원종들.
몰아낸다.
그 화살은 그저 정직하고 찬연하게 빛을 내며 광안대교를 순식간에 주파하였고,
쐐애애애애애애액!!!!
화살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거의 몸체를 꿰뚫으러 날아갔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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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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