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창작 게시판

침식의 계승자 EP.6 센텀시티 Part.2 29화 불꽃과 광기 그리고, 클로저(3) 작성일2025.08.04 조회102

작성자비해랑


※불쾌할 수 있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음을 고지드립니다.


오늘도 찾아오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시작합니다

1381284


시간을 조금 거슬러,

"지금 쫓는 이들이 과학자 부부라 하였지?"

"맞아요. 이 경로로 도주한 흔적이 확인되었고요."

"현재 발견한 흔적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걸 고려했을 때, 서둘러 추적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뭐, 좋아. 그런데... 짝눈 네 놈은 왜 시궁쥐의 실쟁이 안 따라가고 이쪽으로 온 거야?"

나타는 자신들을 따라온 뷜란트에게 날 선 말투로 물었다.

"왜? 이 늙은이가 따라오면 안 되는 게야?"

"거슬리니까 그러는 거지! 뭔 생각하는지도 모를 놈이, 그것도 고위 차원종이라는 놈이 쫄래쫄래 따라오는데 안 거슬리겠냐고!"

"쫄래쫄래라니... 보기보다 귀여운 아가로구나."

"이게 죽고 싶나! 누가 귀엽다는 건데!? 썰어버린다!"

"개인적으로.... 조금 신경 쓰이는 아이가 있어서 말이다."

나타의 짜증을 가볍게 흘러보낸 뷜란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사냥터지기 팀, 그 중에서도 소마를 향하고 있었다.

"......"

"소마, 아직도 망설여지나? 힘들면 검은양 팀 쪽으로 가도 좋아."

"그래, 몸의 상처는 나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이 이상 메리 선생님을 만나도 달라질 건 없어."

"....상냥한 동료들을 뒀군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소마양이 그 여자를 만나서 직접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아. 하지만 그건... 소마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될거야."

"맞아요. 그러니까 이런 일은 좋은 선생님인 당신이 아니라, 불량한 언니인 제가 맡아야 하는 거고요."

"쌤, 그리고 하피씨.... 저요, 엄마랑 끝을 내야 한다는 건 이해햇어요. 하지만..... 제가, 정말로 엄마랑 끝낼 수 있을 까요? 만약 엄마가 다시 손을 내밀어 준다면, 제가 그걸 거절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야 해요, 소마 양. 저는 거절하고 끝맺어야 할 때, 기회를 놓치고 말았어요."




[당신의 머리 속에는, 늘 제가 있을 거예요. 당신은 죽을 때까지 제게 벗어날 수 없어요. 그리고 죽은 뒤에도.... 지옥에서 제가 기다리고 있을 거고요.]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서 긍지를 훔쳐갔다고 말했죠? 하지만 당신도 내게서 제 마음을 훔쳐갔어요.]

[안녕. 전 당신을 사랑했어요. 당신은 그러지 않았지만.]




하피는 머리 속에, 그림자 속 깊이 저주처럼 남아버린 누군가를 추상하다가, 가볍게 손에 힘을 줘 정신을 차리고 소마를 위한 조언을 이어갔다.

"그리고.... 수많은 날들을 후회에 잠겨 보내야 했죠. 그러니 부디 당신은 그렇게 되지 마세요. 그런 여자와 저울질하기에는,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소중하잖아요?"

소마는 사냥터지기 팀원들의 얼굴을 한번씩 쓱 보고는, 입술을 한번 꾹 깨문 후 말했다.

"저, 여기 남아서 싸울게요. 그래도 될까요, 쌤?"

"...그 눈빛, 이미 각오는 굳힌 모양이군. 그렇다면 나도 더는 말리지 않겠어. 용기를 가져라, 소마. 네 등 뒤에는 우리가 있으니까."

"그래, 소마! 우리가 함께할거야!"

"루나 말대로다, 분홍아! 세트도 옆에 딱 붙어 있겠다!"

"...응!"

"준비는 다 끝나신 모양이군요. 그럼 추적을 재개하도록 하죠."

바이올렛의 지시를 따라 클로저들이 추적을 재개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뒤따르던 뷜란트는 소마가 혼자 떨어지자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 영약의 아이야."

"....뭐야, 차원종. 말 걸지 마. 볼 일 있어도 걸지 마. 심란하니까."

"허허허. 마냥 순한 아이인줄 보였거늘, 꽤나 벼려진 아이였구나."



키이이이.....


뷜란트는 소마의 말투를 웃으면서 흘리고 조용히 눈의 능력을 발현하였다.  출발하기 전 누군가가 속닥인 이 아이의 사정을 들은 그는 신경이 쓰였고 남몰래 그녀의 마음을 통찰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 아이는 무슨 일을 겪은 것이야...?'

소마를 이해하고자 마음 속을 깊게 들여다보는데,

"....하. 이 여린 것에게 무슨 짓을 하는겐지."

통찰한 그녀의 마음에 있던 메리라는 인간의 행보를 엿본 뷜란트는 일순 치밀은 분노에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인간의 추악이 이렇게까지 끔찍하다고 정말 오랜만에 느낀 탓인지 평소에 유지하고 있던 평정을 다시 되찾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내가 이 세상에 발딛였던 건 아주 오래전. 그 시절은 삶을 살아가는 것조차 치열했음에도... 그 오랜 옛날조차 생을 위해 이런 어리고 여린 것들을 피와 숨결을 앗아가면서까지 생을 구가하지 않았거늘...'

아니. 오히려 질이 더 나빴다. 인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어린 것을 학대했다. 단지 아이가 자신의 판단과 통제를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저 그 이유만으로 이 어린 것의 마음을 난도질하고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럼에도 지 어미라 생각하고 저리 사랑하는 걸.... 이별을 너무 아파하고 있으니...'

이별을 끔찍이 아파하는 이 여린것을 위해, 이 여린 것을 소중히 여기는 저들을 위해 나는 영약의 아이에게 계속 말을 이어갔다.

"대화하기 싫으냐? 그러면 이 적적한 늙은이 혼잣말이라도 훔쳐 들었으면 좋겠구나."

".....흥."

"영약의 아이... 아니, 소마라고 했지? 이 늙은이에게도 자식들이 있었단다. 비록 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눈을 잠시 감고, 자신을 아버지라 불러줬던 그들의 모습을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울보였지만 누구보다 쾌활하고 애교 많았던 아이... 날카로웠지만 누구보다 상냥했던 아이.... 지혜롭고 차분했던 아이.... 그 아이들을 따르던 작은 아이들까지.... 네 교사들과 친우들 사이처럼 누구보다도 가족같이,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단다."

"그렇게 좋으면 같이 있지 왜 여기 있는 거래? 다시 가버리지?"

"못 한단다. 이젠 없거든. 아주 오래전에, 아무도 상처주지 않는 곳으로... 떠났단다."

"....!"

"너 또한 비슷한 슬픔이 있으니 알겠지만 이별은 아픈 거란다. 자신이란 세상을 만들어주고 일부가 되어준 이가 사라지거나 끊어내고 도려내는 것이 어찌 아프지 않겠느냐. 그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흉으로 남으니 잊지도 못하겠지."

"하나만 물으마. 네게 있어서 너의 세상은, 오직 네 어미, 그녀 뿐이더냐? 그녀가 없으면 너의 세상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게야? 지금 네 곁에 있는 이들은 너의 세상이 되어주지 못하는 게야?"

"아.... 으읏....."

"...곤란케 해 미안하구나. 그래도 이것만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구나."

소마가 대답을 잇지 못하자, 뷜란트는 눈을 감으며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때론 쓴 소리도, 상처주는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준 상처를 미안하게 여기고 보듬어주는, 너를 소중히 여겨주며 곁에 있어주는 이들을 소중히 여기거라. 그런 이들이야 말로 죽음 후에 마음만이 남더라도 영원토록 가족이 되어줄 이들니까..."

뷜란트는 그대로 소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미소지었다.

'분명 차원종인데.... 왜 이렇게 편안한 기분이 들지?'

쓰다듬는 손을 뿌리치려던 소마는 묘한 기분을 받아 뿌리치려던 손을 멈췄다.

그의 눈을 마주한 이후부터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깊은 슬픔이 담겨있는, 그럼에도 그 마음조차 포용할 것만 같은, 자신의 모습조차 비쳐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고요한 저 잿빛 눈동자가... 조금씩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비쳐보이는 것만 같아서... 더욱...

"....손 치워, 차원종."

"그래, 그래. 알았다."

"....아깐 무신경하게 말해서 미안해....요."

소마가 머리를 탈탈 털어내면서 기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사과하자, 뷜란트는 작게 후훗 웃고는 남은 말을 건넸다.

"어찌 됐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생각이고, 모두 떠나보낸 늙은이의 작은 미련이니 조금만 생각하고 흘려보내거라. 나도 그만 놀고.... 처치 좀 도와야겠구나."


휘익! .....
후우우우우우우웅!!!!


키기게게게게겍!!!!

소마와 얘기하는 사이 차원종들을 처치하고 있던 두 팀을 향해 가볍게 손짓하자, 폭풍으로 바뀐 바람이 차원종들을 한순간에 모두 밀어내며 찢어발겼다.


"....찾았다!"


차원종들을 밀어낸 틈 사이로 도주하고 있던 호프만 부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프만!!"

"더는 도망 못 갑니다!"



쩌저적!!


파이가 검을 뽑아 휘두르자, 그 궤적을 따라 펼쳐진 냉기가 도주하던 호프만 부부의 앞에서 얼어붙으며 빙벽을 만들어냈다.

"이런, 못 말리겠네. 정말 어디까지 쫓아올 셈인지..."

"지긋지긋하군. 우리의 연구와 부부생활을 방해하는 녀석들."

클로저들을 보며 경멸의 눈빛을 보내던 호프만 부부의 앞으로.... 소마는 걸어나와 앞에 나섰다. 그리곤 떨리는 목소리로 호프만 부부 중 부인, 메리 셀리 호프만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저, 왔어요."

"휴, 어쩔 수 없군."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을 짓던 메리는 소마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소마, 듣고 있니? 사랑스러운 나의 딸. 이 엄마가 말했지? 내 연구로 네 영약을 뛰어넘겠다고. 그러러면 좀 더 좋은 연구소와 실험재료가 있는 곳으로 가야해. 내가 이 도시를 떠나기만 하면, 인류의 의학은 몇 단게나 진보할 거란다. 그러니 부디 나를 보내주지 않겠니? 너의 엄마인, 나를 위해서."

"어, 엄마.....!"

"소마! 저런 뻔히 보이는 수작에 놀아나지 마라!"

"그래! 저건 널 이용하기 위한 말일 뿐이야! 저런 최악의 엄마가 없더라도, 너에겐 우리가 있잖아! 아니면, 역시 엄마한테는 안 되는 거야? 결국은 엄마를 택할 수 밖에 없는 거야?! 제발 네 옆에 있는 우리를 봐줘, 소마!"

"쌤..... 루나....."

소마가 양쪽을 번갈아보는 사이,

"칫, 더는 못 봐주겠군!"

나타가 재빨리 도움닫기을 하며 호프만 부부 중 남편, 하버트를 향해 돌진해 칼을 휘둘렀다.



휙!


끼겍!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든 플라이 타입 차원종이 하버트를 향하던 칼에 대신 베이고, 남은 틈새가 다른 플라이 타입들로 메워져 고기벽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하버트는 안심하고 소리질렀다.

"큭....! 이게 무슨 짓이지? 대화 중인 사람들한테 칼을 휘두르다니, 야만적이잖아!"

"시끄러워! 그딴 부모 놀음은 다른 곳에 가서 해! 여긴 싸움터다! 해야 할 건 싸움뿐이야!"

"그 말이 맞다! 분홍이는 몰라도, 우리는 절대로 안 속아! 분홍이한테 나쁜 말만 해서 상처 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분홍이를 조종하려고 하는 거냐! 더이상 이상한 말로 분홍이를 괴롭히는 거 두고 볼 수 없다! 분홍이를 대신해서, 세트가 너를 혼내주겠다!"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군. 아내 앞에서는 난폭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데...."

하버트가 품에서 녹빛 액상이 든 시험관을 꺼내 내용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드, 꾸--!


순식간에 덩치가 2M 가까이 커지고 몸의 절반이 차원종으로 변모한 하버트가 걸걸하게 변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희가 나쁜 거다! 네 녀석들이 나쁜 거야!"

"오, 소마. 엄마가 이런 야만적인 자들에게 곤욕을 치르는 걸 보고만 있을 거니?"

"....."

"상냥한 말로는 잘 못 알아듣는 거니? 그렇다면...."

상냥하게 미소짓던 메리의 얼굴에 경멸의 눈빛과 함께 독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어서 날 도우란 말이야! 네가 쓸모 있다는 걸 증명해 봐! 자식이 되고 싶다면, 부모에게 네 가치를 보여!
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아이는 내 자식이 될 자격이 없어!"


"아....! 아우.....!"

"이 쓸모 없는 게! 쓸데없는 생각말고 엄마를 도우라ㄱ.....!"

"못 들어주겠구나."


...... 슈우우우우우욱!!!!


메리의 독설에 소마가 숨을 못 쉬며 눈물 짓던 순간, 메리의 주위로 작은 폭풍이 용솟음 치듯 치고 올라와 메리의 살갗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아아악!!"

"메리!?"

"가족의 형태란 서로 다 다른 법이니 정답은 없다 생각한다만... 최소한 이 늙은이가 살아왔던 가족은 말이다, 서로 가족임에 가치를 증명따윈 하지 않았다."

"
때론 너무나 미워져도 진심으로 미워할 수 없었고, 때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이들... 능력이 없더라도, 가치있는 어떤 것도 없더라도, 대가가 없더라도 서로를 위해 작은 것, 마음마저 바라는 것 없이 서로 나눌 수 있는 것. 이 늙은이의... 나의, 가족의 가치관이다."

메리의 상태를 살피던 하버트가 뷜란트의 말을 듣곤 소리 질렀다.


"웃기는 소리! 가치도 능력도 없어 아무 보탬도 되지 않는 주제에 애정만을 바란다고? 그런 건 기만이고 위선이다!"

"그래. 기만이고 위선이겠지. 그럼에도, 그런 것이야 말로 인간의 삶이였고, 인간의 순수함이였다. 그 순수함은 여린 것들, 어린 아이들에게 더욱 순수했고, 피로 이어졌던, 마음으로 이어졌던 자신의 아이에게만큼은 더욱 순수한 모습을 보였지. 그런데 이 늙은이가 보기엔 너희는... 몸만 큰 어린 아이로 보이는구나. 순수하게 뒤틀어진 탓에 다른 여린 것들을 상처입혀 바라는 것을 멋대로 취하는..... 두서없이 자버린 어린 아이 말이다."

차갑게 호프만 부부를 바라보며 말하던 뷜란트가 소마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소마. 가족은 서로를 상처입히는 때도 있단다. 허나 일방적인 상처만을 준다면 가족도 무엇도 아니란다. 그저 마음을 좀 먹는 무언가일 뿐이지. 가족의 형태를 부모라는 틀에 가둬 한정하지 말거라. 대가없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족일테니 말이다."


"소마! 저딴 헛소리 그만 듣고 엄마를 도와! 내 애정을 받고 싶다면 쓸모를 증명하라고!!"

"......엄마."

"그래, 소마! 어서! 어서 네 쓸모를 증명하렴!"

가슴을 쥐어짜던 소마는 눈을 질끈 감았고, 감은 눈꺼풀 위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말하던 엄마의 모습이.

자신을 보고 실망하며 자신의 손가락에 차원종의 촉수를 밀어넣던 엄마의 모습이.

사람이 플라이 타입으로 변모하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워 보이는 엄마의 모습이.

방금까지도 자신을 도우라며 독설을 내뱉던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떴다 감은 눈꺼풀 위로,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항상 자신에게 타박당하면서도 굳게 믿어주던 빅터의 모습이.

흔들릴 순간에 따끔한 말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던 흑지수의 모습이.


뭔지 모를 자신의 개그에도 웃어주며 함께해준 파이의 모습이.

두려움에 멈칫했을 때 손을 잡아주고 용기 있게 앞장 서던 세트의 모습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얘기해주며 손을 잡아주던 앨리스의 모습이.

상처 줬음에도 상처투성이가 돼 가면서도 친구라 불러주며 자신을 구해주던 루나의 모습이.

엄마처럼 독설을 내뱉는 대신 위로와 칭찬을 해주며 단 음료를 건네주던 제리의 모습이.

잔소리와 핀잔을 내뱉으면서도 피식 웃고는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볼프의 모습이. 

사라져가면서도 자신에게 소중한 감정을 돌려주었던..... 안나의 모습까지.


이제는... 엄마보다 더 자신의 세상이 되어준 소중한 사람들의 모습이 셀 수 없이 비춰졌다.




"....엄마."

감은 눈을 다시 뜨고 소중한, 아니.... 소중했던 엄마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마는 역시.... 나쁜 사람이군요."

"......뭐?"


 1504616

"저요. 이제... 엄마로부터 등을 돌리려고 해요. 슬프고 무섭지만, 용기를 내서요. 등을 돌리고, 제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갈래요."

".....하! 기가 막히는군."

어렵싸리 선택한 소마의 대답을 들은 메리는 잠시 멍하니 있다 곧 눈가를 찌푸리며 다시 독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엄마라고 하면서 귀찮게 굴 때는 언제고, 정작 필요할 때는 날 버리겠다니. 역시 너는 내 생에 최악의 실패작이었.....!"

"그만....! 그만 말해라, 미치광이....!"


쩌적!

"큭..... 우웁...?!"

파이의 검에서 흘러나온 사기(邪氣)가 메리의 주위에 맴돌다, 이내 입을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네 녀석! 제정신이야?! 메리의 입을 얼어붙게 하다니!"

"너희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해악만 끼치고 있어. 그러니 문답무용.... 이제는, 그저 벨 뿐이다. 그래도 되겠죠, 늑대개 팀의 여러분?"

"물론, 이의 따윈 없습니다! 자, 각오해라, 악당들!"

"와 볼테면 와봐라! 나의 아내는 내 손으로 지켜 보일 테니까!"



부우우우우우우우-------


반차원종한 하버트와 그가 이끄는 수많은 테임 플라이들이 클로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우우우-----!!!


끼기기기기기?!!


갑자기, 폭풍이 불어오더니 테임 플라이들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며 찢겨졌다.

"이 정도 몰아내면 싸울만 하겠느냐?"

"충분합니다! 사냥터지기 팀은 뷜란트 씨와 함께 엄호를 부탁드립니다!"

"그러지!"

사냥터지기 팀이 남은 테임 플라이들을 상대하는 사이, 차원종들의 포위를 빠져나와 늑대개 팀은 하버트의 주위를 포위하였다.

"건방진! 네놈들 만으로 날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나?!"

하버트는 거대한 위상력을 방출해대며 늑대개 팀을 향해 위협적인 공격들을 퍼붓기 시작했다.

"헹! 그새 또 잊었나보지? "



쉭!  콰앙!!  타앙!!!


"크윽.... 카아아악!!!"

"뻔하다고! 아둔해 빠진 네 놈의 움직임 따위!!"

늑대개 팀은 하버트의 움직임에 맞춰 가볍게 위협적인 공격들을 회피해가며 그 틈으로 공격을 쑤셔넣으며 하버트를 순식간에 제압해갔다.

"이, 이 녀석들이 감히....?!"

"그러지 않아도 단조로운 공격패턴을 너무 많이 노출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물량에서 우위를 점하지도 못 하고 있지. 네 녀석의 승산은 애초부터 없었다."

"승산 따윈 아무래도 좋아! 자, 나의 사랑스러운 메리! 어서 피해! 여기는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무리다. 입가의 얼음은 녹았지만, 그 여자의 발치도 얼어붙게 만들었으니까."

"그 정도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슬슬, 마중이 나온 것 같군."



그그그그극....!


발치가 얼어붙었음에도 차분하게 고개를 든 메리의 시선이 향한 곳에, 그곳으로부터 테임 플라이 한 마리가 고속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테임 플라이 한 개체가 고속으로 접근 중이에요! 설마 저걸 조작하고 있는 걸까요?"

"타고 달아나려는 거냐? 하지만 발이 얼어붙어 있는데...!"

"절단하면 그만이야. 발 따위, 나중에 다시 만들어서 붙이면 되고."

"과연 나의 아내야! 명석하기 이를 데 없어!"


그그그그극!!!

"제길, 이대로 가다간 놓치고 말 거야!"

"어림 없지."



타앙!


꾸에에엑....!


쿵!


티나의 저격에 정확하게 미간을 꿰뚫린 테임 플라이는 그대로 메리 앞에 추락했다.

"저격 완료. 실현도 되지 않은 작전 내용을 적에게 떠벌린 게 패인이었다."

"거기에, 이 늙은이가 날개에 구멍 좀 숭숭 뚫어 놨으니 다시 날기 힘들게다."

"흥, 겨우 구멍난 정도야. 게다가 겨우 대뇌에 맞은 정도도 뇌간만 무사하면 금세 수복할 수 있어!"

테임 플라이는 그 강인한 생명력을 증명하듯이, 꿈틀거리면서도 순식간에 상처들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자, 테임 플라이. 일어나도록 해. 넌 내가 만들어낸 자식이잖니?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 이 엄마를 지켜주렴....!"

마치 소마가 들으라는 것처럼 메리는 비아냥거리며 상냥하게 테임 플라이를 향해 말했다.

"....!!"

"자, 넌 내 도움이 되어 줄 거지? 내 다리를 자르고, 날 들춰 업은 뒤에 달아나는 거야."

그, 그그그......

비틀거리며 일어난 테임플라이가 메리를 보며 괴기하게 고개를 좌우로 틀더니,


그가가가가가가각!!!



푸욱!





그대로 발톱을 세우고, 망설임 없이 메리의 가슴을 찔렀다.

"뭣...... 아아아아아악!?"

"테임 플라이가.... 닥터의 가슴을 찔렀어....!?"

"엄마.....?"

"아악, 아파! 아프다고! 이 쓸모없는 자식이! 어째서야! 왜 통제를 따르지 않는 건데! 왜 네 엄마한테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나의 메리! 지, 진정해!"

급하게 늑대개 팀을 떼어놓고 달려온 하버트가 테임 플라이를 제거하곤 메리를 지혈하며 상황을 파악했다.

"설마.... 저격으로 뇌손상이 일어나서, 무의식 중에 차원종의 본성이 나온건가?"

"꼴 좋군. 결국 네 녀석들은,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 했어."

차분히 차원종들을 처치하던 볼프강은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가 통제하려던 아이들은, 지금 우리와 함께 있다."

"너희가 통제하려던 차원종들은, 지금 너희를 공격하고 있지."

"너희의 망할 연구 따윈, 아무런 가치도 없었던 거다....!"


"이, 이 입만 산 녀석이....! 메리! 정신 차려! 내 말 들려? 내 말 들리냐고!"

"....출혈이 너무 심해.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어. 하지만.... 살아날 방법이 있어."

메리는 입과 가슴에서 피를 쿨럭이면서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이것을..... 쓰...면 돼."

"이건....
마스테마? 데르마토비아의 알이잖아! 이건 임시지부장의 몸에 넣었을 텐데!"

"이건 정교한 복제품이야..... 최악의 경우에 쓰려고, 간직하던.....쿨럭! 이걸 내 안에 집어넣고, 당신이 활성화 전파를 작동시키면.... 나는 살아날 수 있어. 정확히는.... 내 기억을 가진 데르마토비아 개체가 생겨나는 거겠지만..... 당신은.... 내가 어떤 모습이 되어서도.... 사랑해 줄 수 있겠어?"

"물론이야. 그야 물론이지! 이걸 봐! 나도 괴물이잖아?! 이제, 인간형으로는 돌아가지 않을게! 멋지잖아? 몬스터 호프만 부부라니! 내 걱정은 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곁에 있을 테니까....!"

"응.... 걱정할 것 없어.... 어떤 상황이 되어도.... 당신을 잊지 않을 테니까. 사랑.... 해....!"

"나도... 나도 사랑해, 메리!"

메리는 천천히 마스테마를 입에 가져가 넣고는,


....
꿀꺽



망설임 없이 그것을 단숨에 삼켰다.

"우선은, 데르마토비아가 태어나기 적합한 곳으로 대피해야겠군! 비켜라! 모두 비켜!"

하버트가 위상력을 주변에 쏘아내었고, 바로 그 너머로 그가 부른 새로운 테임플라이들이 클로저들의 앞을 막아섰다.

"누구도, 우리의 사랑을 막지 못한다!"

"서둘러 추격한다! 뷜란트, 한 번 더 차원종들을 몰아낼 수 있겠나?"

"지금은 바람이 적어서.... 잘해야 3할 날려버릴 수 있겠구나."

"그거면 충분합니다! 모두, 신속하게 처리한 후 호프만 부부를 추격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테임 플라이들을 상대한 경험 덕에 클로저들은 재빠르게 차원종들을 처치해나갔고, 추가로 몰려오는 차원종들은 뷜란트의 폭풍으로 몰아내며 서둘러 그들을 추격하였다.

"저기, 호프만이 보여요!"

"헌데, 그 앞에 있는 건....?"

등 돌리고 있는 호프만의 앞에, 그보다 조금 가녀리지만 비슷한 덩치의 여성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오! 마침내 눈을 떴구나!"

"젠장, 저건....?!"

하버트의 앞에 있던 것은 인간 여성의 윤곽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이 아니였다.

푸른색과 녹색이 어루러져 섞인 묵색의 외골격.

얼핏보면 네 쌍으로 보이는 푸른 빛이 감돌고 있는 투명하고 커다란 두쌍의 곤충의 날개.

날렵해보이면서도 파리의 형상을 갖춘 두상에는 검은 뿔이 솟아있는... 파리왕의 자식 중 하나, 데르마토비아로 부화한 메리였던 것이 있었다.


"한 발 늦었군.....!"

"엄마? 엄마....인 거예요?"

"....."

"사랑하는 나의 아내! 내 말 듣고 있어? 당신의 남편이 여기 있는 게 보여?"


메리였던 것은 삐걱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메리의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뱉었다.

"......하
...트...?"

"아아, 맞아! 그게 내 이름이야! 당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당신의 남편이지!"

"하
스트 프만.... 사....해."

"아아, 역시! 내 아내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났구나! 그러면 그렇지! 내 아내의 우월한 지성과 선명한 자의식이, 차원종의 그것 따위에 잠식될 리가 없어!"


"하버
, 웨트, ...."

"오오, 그래! 어서 내 품에 안겨!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

메리였던 것이 다가오자, 하버트는 뛸 듯이 기뻐하며 두 팔을 벌려 그녀를 품에 꽉 안았다.

"하
트, 스트, 호프만..... 사랑, 해....."

"그래, 그래. 나도 당신을 사랑해."


"더는 못 봐주겠군! 당장 썰어버리겠....."

"잠시, 기다리거라. 그리고 귀 기울여보거라.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무슨 소ㄹ...."



.....갉작




그 순간, 클로저들의 귓가에 불쾌한 느낌을 주는 어떤 소리가 들렸다.

"내 품에 안기기에도 딱 적당한 크기로군! 훌륭해!"

....
갉작, 갉작

"역시, 우리는 완벽한 한 쌍이야!!"

그리고, 그 불쾌한 소리의 진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갉작, 갉작, 갉작

"근데.... 아가부터 이게 무슨 소리지?"

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

"메리.....?"


메리였던 것은, 하버트의 몸을 천천히 갉아먹고 있었다.


"지금, 날..... 먹고 있는 거야?"

"하
트, 웨스, .... 사해, .... 어, 사..... 맛있.....!"

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

"으, 으으윽..... 그, 그래. 배가 많이 고픈.... 거지? 조, 조금이라면 괜찮아! 이 육체는 회복력도 뛰어나니까!"

메리였던 것은 하버트의 몸을 조금씩, 아니. 빠르게 갉아먹어갔다. 

"
있어, 맛있어, 어."

"메리? 그, 그 이상 먹으면.... 나도 위험.... 할 거 같은데....?! 메리, 거기는 내 심장....
아악! 그만, 그만 둬! 아아아아아악!!"

재생력을 넘어 심장까지 갉아먹히기 시작한 하버트가 메리였던 것을 밀쳐내려 했으나, 그것은 외형에 걸맞지 않은 괴력을 발휘해 그를 꽉 붙들며 계속해서 그의 몸을 갉아먹었다.

"너, 너희들! 어서 날 구해! 이 괴물로부터, 날.....!"

".....이미 늦었어. 너, 심장도 다 뜯어먹혔잖아? 네 사랑과 연구의 결정체다. 마지막까지, 있는 힘껏 끌어안아 주라고."


"나타, 나타아아아아아아아!!!"

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



하버트의 마지막 단말마와 함께, 하버트는 고통에 가득차 보이는 머리만을 남긴 채 모든 몸을 갉아먹혔다.



"....아."


하버트를 다 잡아먹은 메리였던 것은 고개를 한번 기괴하게 갸웃거리더니,



".....우오오오오오오-----!!!"




-----!!!



하늘을 올려다보며 포효함과 동시에, 살이 에는 듯한 폭력적인 위상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위상력 반응이야! 저 녀석, 무스카 이상의 괴물이다!"

"일단은 물러나자꾸나. 퇴로를 여마."

메리였던 것에 위협을 느낀 클로저들은 태세를 정비하고자 그대로 그 자리를 이탈하였다.

"..."

홀로 대교 한복판에 자리한 그것은 작게 중얼거렸다.

"....배고파."


TO BE CONTINUE

COVER- [MOMIMI ] ILLUSTRATOR


댓글0

0/200

창작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