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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war : Rattus's Cooking! 작성일2025.01.29 조회602

작성자비해랑

※해당 내용은 팬픽 [침식의 계승자]와 퓨전된 내용입니다! 자캐성 선호하지 않는 분은 굳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설 연휴 잘 보내세요!

 

2025년, 피할 수 없는 그들의 내전이 지금 펼쳐진다....! 아님

 

civil war : Rattus's Cooking!

 

Let's start......!




안녕? 반갑구나. 나는 뷜란트라고 한단다.

내가 누구냐고? 설명하자면 길지만 짧게 소개하자면, 너희가 군주라 부르는 존재였던...... 지금은 그 정도 격을 잃은 차원종 하나란다.

지금은 인간 아이이자 내 후계며 친구인, 시궁쥐 팀 2분대 소속인 자온과 함께 다니고 있단다.

.....그런데 실제 있는 캐릭터도 아니면서 갑자기 왜 나와서 해설같은 걸 하고 있냐고? 허허, 들어보거라.

이 늙은이는 말이지, 군주인만큼 꽤 오랜시간을 살아와서 웬만한 것은 거의 다 보고 경험해 보았지. 격을 잃기 전엔 너희 인간들과 잠깐 지내본 적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놀라거나 감탄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단다.


하지만..... 오늘의 일은, 이 늙은이의 심장이 떨릴 정도로, 좀 공포스러워서 말이다.

"제가.... 우리가 이런 것만 안 만들었으면.....!"

"미안해요, 저수지.....!"

은하와 애리가 수저를 든 채 정신을 잃은 민수현과 저수지를 붙들고 있었다.

"아.... 하늘 언니.... 나도, 이제 갈, 게...."

"정신 차려라, 미래! ...으, 우욱.....! 그 쪽으로 가면..... 안 된다!"

미래가 흐릿하게 눈을 뜨며 손을 뻗는 걸, 자신도 점차 혼미해져가면서 정신차리라고 어깨를 흔드는 김철수의 모습이 보였다.

"놔! 루시! 이런 건..... 이런 건 세상에 두면 안된다니까!"

"아무리 안 죽는다지만..... 위험하다....니까요! 내려 놓으세요!"

무언가을 먹으려고 하는 자온을, 마찬가지로 창백한 얼굴로 진땀을 흘리며 저지하고 있는 루시가 보이는..... 이 아비규환, 혹은 지옥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은 난장..... 아니, 환장판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싶은 광경이 뷜란트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기절하고 창백해진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면, 바로 앞에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이 즐비한 것이였다.

"허허.....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왜 이런 환장판이 펼쳐진 거냐고? 설명해주마. 보자..... 며칠 전이였나? 세린 아가씨가 유니온에서 공문을 받아왔을 때였지....

비틀거리며 창문을 열기 시작한 뷜란트는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며칠 전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



"신년 맞이 촬영?"

"네. 새해를 맞아 특정 주제로 브이로그.... 일상 생활 영상을 찍어 올려달라는 공문이 내려왔거든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시궁쥐 팀원들이 오세린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데?"

"....제가 그날 좀 일이 있어서 늦게 확인했더니, 남은 주제가 이것 밖에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죄송해요."

오세린은 머쓱해하며 태블릿을 보여주었고, 거기엔 시궁쥐 팀이 맡을 주제가 적혀있었다.


[시궁쥐 팀 : 요리]

"그래서 말인데요, 여러분. 음......그, 요리, 잘 하시나요?"

곤란해하던 오세린 대신 민수현 대신해서 물어보았다.


미래 A. 음.... 굽는 거 말고는 해본 적 없어.

김철수 A. 생존식이라면 해 본 적 있다.

은하 A. ....칼질만이면 완벽하게 할 수 있어요.

루시 A. 한국 음식은 좀 어렵겠지만.... 웬만한 요리는 할 수 있어요.

애리 A. 으음.... 솔직히, 많이 해 본 적은 없네요.

자온 A. .....물 넣고 끓이거나 굽는거라면....?

뷜란트 A. 식사할 필요가 없는 몸이라 할 줄 모른단다.

모두의 대답을 들은 민수현은 그렇군요 하면서 웃으며 조용히 생각했다.

'.....이거, 왠지 하면 위험할 거 같은데.....?'

생존본능 같은 거였을까? 직접 본 것은 아니였지만, 민수현은 이걸 하면 위험하는 직감의 경보를 매우 크게 느끼고 있었다.

"그, 그럼 여러분 모두 어려울 거 같으니 다른 팀과 협상해서 다른 주제로...."

민수현이 다른 팀과 협상하고자 연락을 돌리려는데,


"""그래도,"""

"얘보다는 내가 잘할걸요?"

"애리 씨보단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 두 분보다는 맛있게 만들 자신은 있어요."

갑자기 동시에 세 사람이 서로를 가르키며 말했다.


"""어허?"""

당사자인 은하, 자온, 애리가 서로의 말을 듣고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야, 은하. 아무리 내가 10년을 외부차원에서 대충 먹었다고 해도 그 전까진 손맛 끝내주시던 형님 요리를 보고 자랐었거든? 무시하지 말지?"

"자온 씨야 말로 저를 너무 얕보셨네요. 제 몸이 18년을 잠들었다곤 하지만, 꿈 속에서 요리는 많이 해 본 적 있는 걸요?"

"악마 언니야 말로 제가 수금하러 다니느냐고 바빴다고 무시하나 본데요, 제가 맘만 먹으면 요리 정도야 식은 죽 먹기거든요?"

세 사람은 서로 출처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뿜으면서 기싸움들을 시작하자, 막상 진짜 요리 잘하는 루시는 어이가 없어서 너털 웃음을 내었다.

"자신감만 보면 유명 쉐프들 저리가라네요."

"그치만 결국 세 사람 다 요리 못 한다는 거 아니야?"

조금의 완곡도 없는 저수지의 직설에 세 사람 모두 몸을 흠칫 떨었다.

"그, 그래도 이 둘 보다는 잘할걸요!?"

"잘 할 수 있는 걸요!? 저수지를 위해서라면 엄청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

"후우.... 수현 형씨. 컨텐츠, 정해졌네요."

은하는 가볍게 숨을 고르곤, 힘을 실어 이어말했다.


"시궁쥐 배 요리대결. 누가 제일 나은지 겨뤄보자고요."

"좋아....! 형님 손맛을 재현해 보여주겠어....!"

"꿈 속에서의 실력, 보여드리죠....!"

"둘 다 제 손맛에 무릎 꿇을 준비나 하시죠."

세 사람은 서로에게 경쟁의 눈빛을 보내며 불꽃을 튀겨댔다.

"....이걸로 괜찮은 건가?"

"뭐, 그냥 무작정 촬영하는 것보단 재미있지 않겠느냐, 허허."

"재미, 인거야?"

"재미로 끝나면 다행인데요....."

민수현의 우려를 마지막으로 촬영 컨셉이 결정되자, 세 사람은 각자 각자 요리를 준비하러 분주히 연습하러 나갔다.



*****



며칠 뒤, 어느 한 렌탈 주방.

"이걸 정말 하는군."

"정말 안 말려도 되는 걸까요....?"

"냅둬. 본인들이 끝을 보겠다잖아. 애리 얘는 은하랑 자온 이기겠다고 요리 연습하더라? 나랑도 거의 안 만나던데?"

"카, 칼을 갈으셨군요...."

심사석에 앉은 이들이 두런두런 얘기하면서 미약한 불안함을 내색하고 있었다.

심사위원은 총 다섯. 미래, 김철수, 민수현, 저수지, 그리고 루시로 편성되었다.

"뷜란트 씨는 심사 안 하시게요?"

"이 늙은이는 맛을 영 못 느껴서 말이다. 뭐 대신이라긴 못하지만.... 이렇게, 중계라도 열심히 하마."

어쩔 수 없다는 말투와는 달리 어디서 요리 방송이라도 보고 왔는지 행사 MC 의상을 입고 온 뷜란트는 재미 있어 죽겠다는 표정이 만개하고 있었다.

"그럼...... 촬영 시작할게요."

"안녕~? 시궁쥐 팀의 서포트와 이번 촬영의 진행을 맡은 뷜란트다. 방가방가~"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자, 뷜란트는 능글맞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번 시궁쥐 팀은 [요리]를 주제로 촬영하게 되었단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시궁쥐 팀 멤버 중, 누가 손맛이 가장 나은가로 이번 촬영을 하게 되었지."
"주연들을 소개하기 전에! 이번 요리의 심사를 맡은 이들을 소개하마."

뷜란트는 광대마냥 과도하게 목청을 높이기 시작하며 한명한명 모두 카메라를 비췄다.

"구이는 엄격하게! 시궁쥐 팀 멤버, 미래~"

"어.... 안녕? 잘 부탁해."

"다음은 요리의 영양을 엄격하게 판단할, 시궁쥐 팀 멤버인 김철수!"

"영양도 영양이지만 최대한, 공정하게 심사하겠다."

"다음은 일반인의 맛의 기준을 평가해줄, 시궁쥐 팀의 민수현 관리요원~!"

"제, 제가 일반인 대표인가요?!"

"자, 시궁쥐 팀의 서포터! 정신적 지주! 시궁쥐 팀의.... 저수지 서포터어!!"

"어, 음. 반가워. 공평하게 심사할게."

"자! 마지막으로, 시궁쥐 팀 멤버! 모두의 맛을 엄격하게 평가할 악마 교관! 루시 플라티~니!!!"

"제가 고든 램X나 안성X 역할인가요!?"

"그리고 비록 이 자리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장소의 대여와 식재료 및 기타 비용을 찾고 후원해준 시궁쥐 팀 감찰관 오세린 아가씨와 늑대개 팀의 바이올렛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마."

카메라를 돌려 가볍게 고개를 숙인 뷜란트는 재빨리 웃으며 중계를 이어갔다.

"자, 그럼 오늘의 주연을 소개하마!"

"첫번째 참가자! 화려한 칼질로 두 사람을 압도하겠다! 시궁쥐 팀 쿨데레 당담! 은하~~!!"

"이봐요, 영감님. 쓸데없는 사족은 붙이지 마시죠?"

은하는 도마에다가 칼을 꽂고서 불량하게 서서 뷜란트를 노려봤지만, 그는 그저 껄껄 웃으며 진행을 이어갔다.

"다음 참가자! 저수지를 위해서라면 궁중 요리도 끄떡 없다! 시궁쥐 팀 저수지 사랑 당담, 애리!!!"

"저수지~! 꼭 1등 할게요~♥"

조리모와 머리망까지 꾹 눌러 쓴 애리는 저수지에게 하트를 날리면서 승리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자, 마지막! 1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만능 미남이였던 형님의 손맛을 재현하겠다! 시궁쥐 팀 그, 뭐냐.... 모자람 담당! 자온!!"

"야, 영감! 내 마무리는 왜 그런 거야?! 내가 왜 모자란데?!"

"자, 이 세 사람 중 누가 우승을 차지할지 지금,
개봉박두우우------!!"

"야, 영감!!"

"조리 시자아아악!!!"

뷜란트가 자온의 격렬한 항의를 무시한 채 요리 대결의 개막을 선언하자, 이내 눈빛이 바뀐 세 사람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조리를 시작했다.

"너희는 누가 이길거 같아?"

저수지가 요리하는 세 사람을 보며 심사위원들에게 물었다.

"글쎄. 세 분 다 워낙 예측이 불가능하다보니....."

"굳이 뽑자면, 은하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군."

"애리 씨랑 자온 씨는 특수한 환경에 계시긴 하셨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이랑 만나기 전에도 요리하시는 걸 조금도 못 봤는데..... 괜찮겠죠?"


탁탁탁탁탁탁-----!!

"은하 손, 엄청 빨라."

루시의 우려와는 달리, 은하는 코팅을 두른 칼로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재료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화려한 칼솜씨를 뽐내며 정갈하게 재료를 썰어낸 그녀는 재료를 한데 모아 정리하곤 불을 올렸다.

"재료만 보면..... 은하 씨는 잡채인가요?"

"아, 그 국물 없는 쫄깃쫄깃한 국수 말하는 거지?"

"흠.... 상당히 기술을 요구하는 음식인데, 괜찮을까요?"

"그래도 은하, 망설임이 없어."

"그래보이는군. 음? 자온도 잡채를 만드려는 건가?"


촤악!!

김철수의 질문에 자온 측을 보니, 그는 끓인 당면을 물에서 건져 물기를 빼고 있었다.

"재료는 전혀 다른걸요? 재료만 보면 오히려..... 라비올리? 아, 만두겠네요."

자온은 야채들을 손질하면서 두부와 숙주, 김치같은 물기가 많은 재료는 실로 간이 면보를 만들어 동시에 물기를 짜내고 있었다.

"재료를 보니 고기 만두랑 김치 만두, 두 가지를 하시려나 보네요?"

"만두.... 따뜻해서, 맛있었는데."

"맛있게 만들면 좋겠네. 애리는 뭐 만드는 걸까?"


보글보글보그르르르......

분주해 보이는 두 사람과 달리, 애리는 천천히 냄비 속 내용물을 휘젓고 있었다.

"고기? 아니, 사골 냄새가 나네요. 완성품은 쓰지 않기로 하지 않으셨던가요?"

"사전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재료는 얘기하면 준비해 올 수 있게 협의했거든요."

"어딜 그렇게 가나 했더니 저거 준비하러 갔던 거구나."

"후훗. 저수지에게 주는 음식인데 허투루 아무거나 줄 수는 없죠."

"그래서, 뭘 만드는게냐?"

"마침 신년이니까 떡국을 만들려고요. 저수지를 향한 이 마음을 담은 국물로, 저수지의 위장까지 사로잡겠어요♥"

"그럼 어디..... 잡을 수 있는지 맛을 볼까?"

진행자 특권으로 맛보기를 할 수 있던 뷜란트가 국물을 한 숟갈 마셨다.

"어떤가요, 뷜란트 씨? 저수지 위장 사로잡을 수 있을 거 같죠?"

흠..... 조금 더 깊게 우려야 잡을 수 있겠는걸? 아직 조금 깊은 맛이 덜하구나."

"아직 고기를 넣은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야.... 참고 할게요."

"자, 그럼 저 둘도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으니 맛 보러 가보마."

뷜란트는 숟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은하의 조리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녕, 은하 아가? 양념 좀 맛봐도 되겠니?"

"그래요. 맛 봐요."

"그럼, 사양 않고....."

"어때요, 영감님? 죽이죠?"

뷜란트는 잠시 음미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호.... 괜찮긴 하다만, 향미를 좀 더 살려주는게 좋겠구나."

"향미라.... 알겠어요."

"아가야, 잘 만들고 있느냐?"

"소는 다 됐고, 만두피 반죽 만들고 잠깐 숙성시켰다가 바로 만들려고."

"그럼 어디, 잘 만들었나 맛 좀 볼까나?"

"아, 고기는 생거... 아, 아니다."

차원종 생고기를 먹어도 멀쩡한 존재인지라 뷜란트는 빙긋 한 번 웃고는 두가지 만두소를 야무지게 한 입씩 넣었다.

"어때, 영감?"

"으음..... 소의 식감이 조금 단조롭구나. 재차 잘 살려보려무나."

"그래? 알았어."

"자아..... 그러면 심사위원들도 계속 앉아있으면 힘드니 잠시 환기들 좀 시키마. 금방 올테니 하고들 있거라."

뷜란트는 심사위원들을 일으켜 세우더니, 조리에 집중한 세 사람을 뒤로하고 빠르게 조리실에서 멀어졌다.

"....이 거리면 안 들리겠지."

"그래서, 우릴 왜 데리고 나온 거지, 뷜란트?"

"맞아.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는데?"

"......."

뷜란트는 심사위원들을 보곤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얼굴을 쓸어내렸다.

"철수 아가. 무기, 아니. 폭탄 좀 있느냐?"

"있긴 하다만 갑자기 왜....."


"시간이 없다. 꺼내서 다 터뜨리거라, 지금 당장."

진지한 얼굴로 김철수의 양어깨에 손을 올렸다.

"......응?"


"시간 없다 하지 않았느냐. 당장 터뜨려야 한다! 아니, 근처에 차원종 없느냐? 당장 몇마리만 납치해서 여길 엎어버려야.....!"

"지, 진정하세요! 왜 그러시는 건데요?"

뷜란트가 큰소리를 내면서 불안해 보이는 기색을 보이자, 루시가 그를 진정시키며 이유를 물었다. 그는 심호흡을 여러번 내쉬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우리,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없을 지도 모르겠구나."

"응.....? 무슨 말이야?"

"이 늙은이는 말이다..... 오래살아서 감각이 둔하다만 아무리 그래도 최저한의 맛이나 향은 다 이해한단 말이다. 하지만..... 하지만, 저건 아닌게다.....! 아닌 거야.....!!"

"대, 대체 어떻길래 그러시는 거세요?"

뷜란트는 반 오열을 하면서 양손을 얼굴에 얹고는 천천히 한마디씩, 힘을 실어 말했다.

"우선 은하 아가.... 분명 재료 자체들에선 향들이 느껴지는데, 조리될 수록 향미가 실종되어 갔단다....."

"애리 아가씨 육수는 분명 육수인데...... 아무 맛이 안 난다. 실수로 정화시킨 건가 싶었는데, 그 뒤에 치명적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독처럼 톡 쏘는 느낌이 오더구나."

"아가의 소에선..... 모르겠다. 내 생전 처음 느껴보는 식감인데 이건.... 이건 아니다. 어떻게 만든건지 되려 궁금하구나...."

"그, 그정도라고요.....?!"

"그래, 그러니 빨리 폭탄이건 차원종이건 얼른.....!"


"아, 여기 있었네요."

그러나 뭘 하기도 전에, 요리를 마치고 나온 세 사람이 그들을 찾아낸 것이 더 빨랐다.

"거기서 뭔 얘기들을 그렇게 하고있어?"

"저희 요리 거의 끝났어요. 식기 전에 얼른 오세요."

"아, 응. 갈게, 애리야. 자자, 가서 먹어보자고."

"얼른 와. 내가 이기긴 하겠지만 두 사람 엄청 열심히 만들었더라고."

"뭔 소리래? 내가 이길거거든? 뭐, 너랑 악마 언니 둘 다 맛있어 보이게 만든 건 인정이지만."

"시작 전에는 두분 쉽게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쉽지 않을 거 같네요. 그래도 저수지를 생각하며 만든 거니 이길거지만요."

서로를 칭찬하면서 흥얼거리는 세 사람과 딜리, 뷜란트가 다급해 하던 걸 본 심사위원들의 안색은 점차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괜찮.....겠지.....?"

"내가 먼저 먹어서 안전을 확인해 볼테니 너무 염려치 마라."

"나도, 독은 내성이 있으니까..... 확인해볼게."

"설마 정말로 못 먹기야 하겠어요.....?"

결국 그들의 운명이 좌우될, 조리실 앞에 다다랐다.
문을 열고 들어간 심사위원석엔, 각 인원에 맞춘 세가지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맛있어 보이는데?"

그러게요? 뷜란트 씨가 많이 염려하셔서 걱정했는데 말이죠."

뷜란트가 난리치던 것과 달리, 세 사람이 준비한 음식은 굉장히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잡채와 속이 반투명하게 비치면서 예쁘게 빚어진 만두, 그리고 고명 색상까지 심사숙고해서 배치된 따끈따끈해 보이는 떡국까지. 눈만으로도 식욕을 부추키고 있었다.

".....근데 왜 여섯 개느냐?"

"아, 그거 영감 꺼야. 우리 꺼 조언이랑 사회 보느냐고 고생했잖아? 그래서 우리끼리 협의해서 영감 것도 준비했어."

"허허허, 미안하게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

그 순간 루시는 봐버리고 말다. 태연하게 웃는 모습과는 달리 뒷짐지고 있는 손의 손가락들이 오징어 다리마냥 배배 꼬면서 불안감을 마구 표출하고 있는 모습을.

"누구 꺼 먼저 먹으면 돼?"

"순서대로 할까 하다가, 각자 먼저 먹어보고 싶은 순으로 맛보고 심사 받기로 결정했어요. 그래도 개인적으론 저수지는 제 걸 먼저 맛 봐주면 좋겠지만요."

애리는 저수지에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떡국을 가르키자, 저수지는 오호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일단..... 먹어볼까요?"

"....그래. 일단 먹어보자구나."

그제야 자리에 앉은 심사위원들은 각자 나아보이는 걸로 음식을 집었다.
민수현과 김철수는 은하의 잡채를, 루시와 미래는 자온의 만두를, 저수지와 뷜란트는 애리의 떡국을 골라 식기를 들었다.


"""맛있게 드세요----!"""

세 사람이 합을 맞춰 말하며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오니,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각오를 다지고,

합-----!

용기를 내서, 각자가 고른 음식을 입에 넣었다.

....


.......


...........


잠시 지옥같던 침묵이 흐르더니, 심사위원들이 잠시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쿵!!!



싱크로나이즈 같이 칼같은 박자를 맞추며 동시에 쓰러졌다.

"왜 그래요?! 어이, 수현 형씨! 정신 차려요!"

"저수지! 왜그래요?! 눈 떠 보세요!"

"둘 다 숨 쉬고 있어! 기절만 한 거야!"

"기절로만 끝나서..... 다행이긴 하구나....."

"다행인..... 건가.... 요..!?"

일반인인 두 사람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자니, 뷜란트와 루시가 부들거리면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세분, 각자 음식 맛 보셨죠?"

"당연하죠. 맛도 안 보고 만들었을 거 같아요?"

"허허.... 너희, 각자 음식 바꿔서 맛.... 보거라. 그럼.... 알게....야...."

세 사람은 서로 눈치만 보다가 서로의 음식을 들고 입에 넣었다.

"""끄.....
큮?!"""

각자 얼굴을 한껏 구기면서 한마음으로 겨우 말을 토해내었다.



"""마..... 맛없어......!"""



"은하 씨, 대체 이거 뭔가요?! 향기를 수금이라도 하신 건가요? 아무 향도 안 나는데다 재료들이 기름에 다 절었잖아요! 칼솜씨가 아까워요!"

"애리 씨야 말로 이걸 왜 이렇게 만들었어요!? 사골인데 왜 밍밍한거예요? 게다가 미묘하게 독까지 섞여서 몸이 저릿한데 이게 저수지를 향한 마음이 맞아요!?"

"자온 너야말로 대체 뭘 만든거야?! 네 형 손맛이 진짜 이런거라고? 아니, 맛이 저릿한 건 둘째치고 어떻게 만두에서 이런 식감이 나오는 거야?!!"

"잠깐만. 그럼 우린 이 끔찍한 걸 먹인 거야....?"

서로 싸우려던 세 사람은그제야 자신들이 뭘 만들었는지 자각하곤 삐걱거리면서 자신들이 만든 참상을 뒤돌아보았다.

"으.....으....."

"아..... 아아......!! 미안해요, 미안해요, 저수지.....!! 제가 이런 끔찍한 걸 당신에게 주다니.....!"

"제가, 우리가 이런 것만 안 만들었으면.....!"

일반인은 기절, 위상능력자들도 간당간당하게 정신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본 세 사람은 오열하기 시작했다.

"미래..... 괜찮.....으욱.....!"

".....어? 하늘..... 언니....? 그쪽으로 오라,고....?"

"미래 얘 만나면 안 될 사람 보고 있는 거 아니야!?"

"아.... 하늘 언니.... 나도, 이제 갈, 게...."

"정신 차려라, 미래! 그 쪽으로 가면 안 된다!"

"자온 씨.....? 뭐하시는 거예요....?"

"이런 흉물스러운 걸 버릴 순 없잖아.....! 환경과 세상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내가 다 먹어 없앨게....!"

"자, 자온 씨! 멈....우욱..... 멈추세요!"

"놔! 루시! 이런 건..... 이런 건 세상에 두면 안된다니까!"

"아무리 안 죽는다지만..... 위험하다....니까요! 내려 놓으세요!"

.......그래서 세 사람의 대결 결과가, 이 아비규환이란다.

그 뒤로 어떻게 됐냐고? 한참 이 난장판이 지속되다가 뒤늦게나마 구경하러 왔던 세린 아가씨가 구급차 부르는 걸로 대회는 마무리 됐단다.
방송? 차마 낼 수 없어서 개인적으로 따로 보관했는데.... 카메라가 엎어져서 음성만 녹음됐는데 그것만 딱 틀어보마.

그럼, 나도 이제 마음 편하게 기절하러가마. 나도 겨우 버틴거라 말이다. 뿌엑.



치.....치직......




.....




........


"...........
세 분은, 앞으로 요리 금지예요!!!!!!"

""".....네."""

루시의 분노어린 호통과 풀죽은 세 사람의 대답으로, 영상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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